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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휩쓰는 ‘일대일로 테마산업’, 중국 건설기계

 #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 사내가 술렁였다.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차이나(DICC)를 매각한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2011년 일본 고마쓰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 충격은 더 컸다.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이듬해 희망퇴직도 시행했다. 2015년 말 심지어 1~2년 차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중국 업체에게 상위권을 내주고 5위권에 머물러 있다. [출처: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중국 업체에게 상위권을 내주고 5위권에 머물러 있다. [출처: 두산인프라코어]

세계적인 건설장비 제조업체 ‘밥캣’까지 인수하며 글로벌 기업 대열에 올라섰던 두산인프라코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덩치 큰 ‘밥캣’ 인수가 패착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기대를 걸었다. 

중국 제조 2025

2008년 4만원대를 넘어섰던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2016년 1월 4000원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4조원대를 넘나들던 시가총액은 최근 반 토막 난 2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은 두산인프라코어 5년간 주가 추이다. [출처: 네이버 증시]

2008년 4만원대를 넘어섰던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2016년 1월 4000원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4조원대를 넘나들던 시가총액은 최근 반 토막 난 2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은 두산인프라코어 5년간 주가 추이다. [출처: 네이버 증시]

하지만 2012년 들어 갑자기 상황이 변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시장에서 고꾸라졌다. 싼이(三一)중공업, 중롄중커(中聯重科·줌라이언), 쉬저우공정기계집단(徐工·XCMG·쉬궁기계) 등 현지 업체들이 무섭게 쫓아왔다. 2015년부터는 아예 싼이중공업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16년 2월 기준으로 중국 굴삭기 시장점유율을 보면 싼이중공업이 24.0%로 1위, 캐터필러가 12.9%로 2위 그리고 쉬궁기계가 9.8%로 3위에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8.6%에 그치며 4위를 기록했다.
2016년 2월 기준으로 중국 굴삭기 시장점유율을 보면 싼이중공업이 24.0%로 1위, 캐터필러가 12.9%로 2위 그리고 쉬궁기계가 9.8%로 3위에 올랐다. [출처: SANY]

2016년 2월 기준으로 중국 굴삭기 시장점유율을 보면 싼이중공업이 24.0%로 1위, 캐터필러가 12.9%로 2위 그리고 쉬궁기계가 9.8%로 3위에 올랐다. [출처: SANY]

건설기계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든 굴삭기가 2013년부터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다”며 “야적장이 세워놓기 무섭게 팔려나가던 굴삭기가 불과 3~4년 만에 같은 곳에 쌓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말했다.
미국 중장비업체 ‘밥캣’을 사들인 후 자금난에 시달린 두산인프라코어. 2017년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자회사 두산밥캣이 2016년 말 증시에 상장에 성공하며, 중국 소형 건설기계 시장 진출 준비하고 있다. [출처: 두산밥캣]

미국 중장비업체 ‘밥캣’을 사들인 후 자금난에 시달린 두산인프라코어. 2017년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자회사 두산밥캣이 2016년 말 증시에 상장에 성공하며, 중국 소형 건설기계 시장 진출 준비하고 있다. [출처: 두산밥캣]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량 격차도 크다”며 “싼이중공업(3343대)이 두산(1202대)보다 3배 가까이 앞섰고, 현대중공업은 500대를 파는 데 그쳤다”고 했다. 특히 민영기업인 싼이중공업의 성장세가 놀랍다. 1989년 후난성 창사(長沙)에서 굴삭기, 콘크리트 펌프카, 레미콘 기중기 등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 20년 만에 미국 캐터필러, 일본 고마츠, 스웨덴 볼보 등 글로벌 건설장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중국 굴삭기 시장 2월 판매량 순위 [출처: 중국공정기계협회 *2017년 2월 17일 기준]

중국 굴삭기 시장 2월 판매량 순위 [출처: 중국공정기계협회 *2017년 2월 17일 기준]

배경엔 강력한 국가지원과 기술 개발 노력이 있었다. 중국 국가자본주의 특성상 국영 건설기업들이 자국 메이커 지원 정책을 강하게 밀었다. 주요 지방 정부에서 건설 붐을 일으키며, 싼이중공업은 조달 분야에서 독보적인 공급업체로 성장한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계획도 호재였다. 싼이중공업·중롄중커·쉬궁기계는 ‘일대일로 테마주’로 불린다. 육해상 실크로드 선상에 도로·철도·항만 등을 조성하는 일대일로 계획 발표 직후, 중국 건설장비 업체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대규모 자금이 쏟아지니 중국 건설장비 업체들도 사업 영역도 마음껏 넓혔다.
 
중국 증권업계는 2017년을 기점으로 3대 중장비 업체(싼이중공업·중롄중커·쉬궁기계)가 일대일로와 함께 살아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생증권 기계 종목 전문 애널리스트는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중국 중장비 업체에게 일대일로는 중장기적 호재”라며 “일대일로 구상에 필요한 철도, 고속도로 등 각종 인프라 확충에 중장비 업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중장비 부품을 점검 중인 중국 업체 직원들 [출처: 신화망]

중국 증권업계는 2017년을 기점으로 3대 중장비 업체(싼이중공업·중롄중커·쉬궁기계)가 일대일로와 함께 살아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생증권 기계 종목 전문 애널리스트는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중국 중장비 업체에게 일대일로는 중장기적 호재”라며 “일대일로 구상에 필요한 철도, 고속도로 등 각종 인프라 확충에 중장비 업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중장비 부품을 점검 중인 중국 업체 직원들 [출처: 신화망]

콘크리트 기계는 물론 도로 건설 기계, 파일링 기계, 굴착기, 도로 건설 기계, 풍력발전 설비, 레미콘과 펌프카 등 건설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를 만들었다. 특히 레미콘, 기중기 등은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펌프카는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2000년 초 중국 건설 중장비 시장에서 자국 업체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중장비 분야에서 중국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가격만 싸다고 글로벌 업체가 될 수 없는 법. 량원건(梁穩根·61) 중국 싼이중공업 회장은 후난성의 중난광야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1983년 박사급 엔지니어 과정까지 마치고 기술 업계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기술력 확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싼이중공업·쉬궁기계는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해외직접투자(ODI) 행렬에 뛰어들었다.
2012년 이후 중국이 인수한 독일 주요 건설장비 분야 기업 [출처: 한델스블라트·KOTRA]

2012년 이후 중국이 인수한 독일 주요 건설장비 분야 기업 [출처: 한델스블라트·KOTRA]

2012년 싼이중공업은 유럽의 대표 기계 제조 시설과 기술기업인 독일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를 인수했다. 2위 업체인 쉬궁기계는 독일 콘크리트 기계 제조업체인 슈빙(Schwing)을 인수해 국제 콘크리트 펌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싼이중공업·중롄중커·쉬궁기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기술력 논란’을 잠재우고 있었다.
 
이호빈 독일 함부르크무역관은 “중·독 M&A 플랫폼이 운영될 정도로 중국의 독일 기업 M&A에 적극적”이라며 “싼이중공업은 푸츠마이스터의 경영 자율권을 인정해 기업 융합과 선진 기술 이전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싼이중공업은 사업 다각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5월 일본 고마쓰를 벤치마킹해 건설장비 관련 스마트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른바 고마쓰가 자랑하는 ‘콤트락스(KOMTRAX)’ 시스템이다. 1990년부터 고객 성화에 못 이겨 자사의 건설 장비에 탑재한 모니터링 기술을 탑재했다. 20년간 전 세계 43만 대 기계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싼이중공업도 국내 건설 현장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공유할 수 있는 GPS가 포함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일종의 사업 다각화이자 중국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포석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 개척도 활발하다. 싼이중공업은 2015년 5월 중동의 오만에 진출하는 계약하는 한편 쉬궁기계도 30톤 이상의 대형 굴삭기를 중동으로 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건설장비 시장 역시 싼이중공업과 쉬궁기계가 휩쓸고 있다. 
2012년 싼이중공업은 유럽의 대표 기계 제조 시설과 기술기업인 독일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를 인수했다. [출처: SANY GROUP]

2012년 싼이중공업은 유럽의 대표 기계 제조 시설과 기술기업인 독일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를 인수했다. [출처: SANY GROUP]

저렴한 가격은 ‘중국산’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대접받는 요소가 되고 있었다. 중국 시장은 물론 세계 중장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갈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반면 한국 제품의 강점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나 ‘고급화’ 전략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미국 캐터필러나 일본 고마쓰와의 기술격차도 아직은 분명했다. ‘가성비’의 중국과 ‘최고 기술’의 미국·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일본 고마쓰는 GPS와 센서를 활용, 기계 가동 상태를 항상 파악할 수 있는 ‘콤트락스(KOMTRAX)’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적절한 시기에 부품 교환서비스나 생산량·재고 조절 등을 가능케 해준다. 중국 싼이중공업도 ‘콤트락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스마트폰 활용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출처: 고마쓰]

일본 고마쓰는 GPS와 센서를 활용, 기계 가동 상태를 항상 파악할 수 있는 ‘콤트락스(KOMTRAX)’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적절한 시기에 부품 교환서비스나 생산량·재고 조절 등을 가능케 해준다. 중국 싼이중공업도 ‘콤트락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스마트폰 활용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출처: 고마쓰]

 
하지만 한국 업체 입장에서 중국은 아직 놓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성장도 계속하고 있었다.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2016년 중국에서 팔린 굴삭기는 2015년보다 19%가량 늘어난 6만2913대(판매량)나 됐다.
 
‘가성비’의 중국과 ‘최고 기술’의 미국·일본 사이에 낀 ‘한국’, 대안이 있을까.
 
주종남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제안했다. 
"그동안 중국에 표준화되고 대중화된 굴삭기 같은 중장비를 많이 팔았습니다. 이제는 중국이 규격화를 이끌고 있죠. 한국 건설기계도 아예 중국처럼 독일 기업을 M&A 해서 하이엔드(최고급)로 가든가 IT를 결합하는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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