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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6전6패' 알까기 실패한 중년 독수리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

 천연기념물(제243-1호)인 독수리 ‘부부’가 대를 이을 새끼를 부화하기 위해 6년째 ‘5전 6기’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날개를 다쳐 고향인 몽골로 돌아가지 못한 채 17년째 경기도 파주시 감악산 조류방사장에 머무는 독수리 이야기다.
지난 15일 오전 독수리 부부가 파주 조류방사장 내 둥지에서 태어난 알을 보살피고 있다.[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지난 15일 오전 독수리 부부가 파주 조류방사장 내 둥지에서 태어난 알을 보살피고 있다.[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2011년 돌멩이 품고 상상 임신했던 부부
2012년부터 6년째 매년 봄 알 낳아 여섯차례 실패

'독수리 부부'는 태어난 지 2년쯤 되던 2000년 11월께 고향 몽골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파주 장단반도로 날아왔다. 이들은 파주로 온 직후 전깃줄에 걸려 날개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구조됐다. 이후 문화재청·파주시·한국조류보호협회 등이 조성한 조류방사장에서 생활해 왔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짝짓기를 하며 '부부의 연'을 맺고 새끼를 갖기위해 노력한 시점은 지난 2011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들은 다정한 모습으로 어울려 지내며 수차례 짝짓기를 했다. 이어 나뭇가지를 모아 둥지를 튼 뒤 암컷이 알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중하게 품었던 것은 알이 아니라 돌멩이였다. 새끼를 간절히 원했던 암컷이 일종의 ‘상상임신’을 했던 것이었다. <본지 2011년 5월 2일 자 22면>
지난 13일 독수리 부부가 낳은 알[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지난 13일 독수리 부부가 낳은 알[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이후에도 부부는 번식기인 3∼4월이면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서로의 얼굴과 몸을 비비며 깊은 사랑을 나눴다. 이들은 2012년부터 매년 봄 알 하나씩을 낳았다. 알을 낳은 뒤 암컷은 정성껏 품었고, 수컷은 방사장에 있던 다른 독수리 20여 마리의 접근을 엄격히 막았다. 암컷이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둥지를 비우면 수컷이 알을 대신 품었다. 그만큼 부부의 애정은 각별했다.
 
하지만 부부 독수리는 여섯 차례나 연거푸 부화에 실패했다. 알을 이리저리 굴리다 깨뜨린 적도 있다. 공사장 소음이 들리거나 외부인이 가까이 접근하는 바람에 놀라 허둥대다 품고 있던 알을 깨뜨리기도 했다.
 
 독수리의 평균 수명(30∼40년)을 감안하면 올해 19살인 이들 독수리 부부는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었다. 올해도 부부 사이에서 지난 13일 오전 어김없이 알 하나가 태어났다.
 
이들은 즉시 55∼60일 간의 알 품기 대장정에 돌입했다. 조류방사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반드시 출산(부화)에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한듯 독수리 부부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암컷은 미동도 않은 채 알을 품었고, 수컷은 어떤 외부인의 접근도 막기 위해 암컷 옆을 지켰다.
 
조류보호협회 측도 이들 독수리 부부의 부화 성공을 돕기 위해 비상작전을 벌였다. 알을 낳기 전에 둥지에 60㎝ 높이로 낙엽을 쌓고 독수리 깃털과 고라니털을 깔아줬다. 둥지의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해도 산란 후 사흘째인 지난 15일 오후 또다시 알이 깨지고 말았다.
 
한갑수(63)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일반인의 관람을 전면 중단하고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24시간 상황을 주시했는데 주변에 까치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독수리 부부가 놀라 허둥거리다 또 알을 깨뜨렸다”며 안타까워 했다. 백운기(55·동물학 박사)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진흥과장은 “독수리는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만 남은 멸종위기 조류다. 다음에는 꼭 부화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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