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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우는 고통 이겨내며..."여자 봅슬레이, 우리도 있어요"

여자 봅슬레이 북아메리카컵 2016-2017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한 김민성(왼쪽)-김유란. 평창=박종근 기자

여자 봅슬레이 북아메리카컵 2016-2017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한 김민성(왼쪽)-김유란. 평창=박종근 기자

 
한국 썰매 종목은 최근 2~3년새 급속히 발전했다. 봅슬레이 원윤종(강원도청)-서영우(경기연맹)가 지난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를 차지했고, 스켈레톤의 윤성빈(강원도청)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선수로 성장했다. 한국 썰매를 바라보는 다른 나라의 시선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자 썰매 팀은 한동안 남자 팀의 그늘에 가려졌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김선옥-신미화 조가 한국 여자 봅슬레이론 처음 올림픽 무대에 뛰어들어 18위에 올라 가능성을 보였지만 세계 정상권까지 급성장한 남자 팀에 비해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김유란(26·강원연맹)-김민성(24·동아대).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땐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2015~16 시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둘은 올 시즌 대륙컵인 북아메리카컵 여자부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원윤종-서영우도 2013~2014 시즌 북아메리카컵 종합 우승을 발판 삼아 다음 시즌부터 월드컵 무대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최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맹훈련중인 김유란-김민성은 17일부터 사흘간 같은 장소에서 열릴 월드컵 8차 대회에도 출전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다툰다.
 
최근 만난 김유란-김민성은 톱랭커들과 대결할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둘이 월드컵에 나선 건 캐나다 휘슬러와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두 차례가 전부다. 그런데 두 대회에서 둘은 가능성을 확인했다. 처음 나선 휘슬러 대회에선 9위에 올랐고,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도 10위를 차지해 모두 톱10에 올랐다. 파일럿(조종수) 김유란은 "세부적으론 스타트에서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지만 가장 크게 원하는 건 단연 톱10에 드는 것"이라고 했고, 브레이크맨 김민성은 "월드컵이라는 시합 자체가 재미있더라. 빨리 우리도 월드컵에 꾸준히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얻고 싶었다. 이번엔 스타트에서만큼은 꼭 1등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봅슬레이에 대해 몰랐다. 김유란은 육상 허들 선수 출신이고, 김민성은 평범한 일반 체대생이었다. 그나마 아는 거라곤 봅슬레이에 도전해 한동안 화제를 모았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알게 된 게 전부였다. 둘 다 자신을 가르치던 스승의 추천으로 이들은 썰매에 인생을 걸었다. 김유란은 "처음엔 '이 힘든 운동을 다시 해야 해?' 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도 새로운 분야에 한번 부딪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체격을 불려야 하는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김유란은 "봅슬레이를 하면서 2년동안 15㎏ 가량 찌웠다. 운동도 힘들지만 살찌우는 게 더 힘들었다"면서 "쉴새없이 먹다가도 운동을 하면 800g 빠져있을 때 '어떻게 하면 안 빠질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봅슬레이를 시작한 뒤 7㎏ 가량 찌운 김민성은 "(유란) 언니가 언젠가 '1000kcal 열량의 알약 하나를 개발하면 참 좋겠다'는 말을 했다. 살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건 없는지도 생각해봤다"고 했다. 그래도 체중을 불려야 빠르게 내려오는 썰매에서 속도와 힘을 낼 수 있는 만큼 이들은 "훗날엔 좋아질거야" 라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다. 김민성은 "그나마 최근 친구들이 '살 찌워야 더 멋있어지는거야. 어쩔 수 없는 거야'라면서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최고 시속 150㎞까지 달리는 봅슬레이 썰매에서 느끼는 속도감에 대한 두려움도 넘어야 했다. 썰매를 조종하는 역할을 맡은 김유란은 "평소 겁이 많다. 그래서 처음엔 울다시피 하면서 탔다. 만날 훈련하고나서 '하루가 1년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엄마한테 연락 오면 '그만 둔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계속 타다보니까 재미있어졌다.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운동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김유란-김민성은 이젠 둘도 없는 '친자매' 같은 사이가 됐다.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고민도 서로 털어놓는다. 김민성은 "유란 언니가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이젠 격의없이 지낸다. 사생활 얘기도 많이 나눈다"고 했다. 김유란은 "둘 다 개인 운동 위주로만 해왔다보니까 서로 어색해하기도 했다. 지금은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타면 탈수록 더욱 연구하게 된다"면서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트랙에 대해 얘기한 둘은 요즘 틈틈이 함께 연구하면서 평창에서의 쾌속 질주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는 김유란-김민성. 평창=박종근 기자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는 김유란-김민성. 평창=박종근 기자

 
대륙컵 종합 우승을 차지한 김유란-김민성의 다음 목표는 월드컵에서 꾸준한 톱10 진입, 더 나아가선 평창올림픽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톱10(9위)까지 올랐던 만큼 평창올림픽에서 수많은 홈 트랙 경험 이점을 살리면 내심 메달권 진입도 노려볼 만 하다. 김유란은 "올림픽이 있기에 내가 운동하는 것이다. 올림픽 후엔 최초라는 타이틀을 들을 수 있는 '환상의 조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성은 "인생에서 큰 무대를 언제 나가보겠는가"라면서 "포기할 수 없는 도전이다. 후회없이 (평창올림픽을) 도전하는 게 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김유란-김민성은…
 
학력: 소달초-소달중-강원체고-동아대(김유란), 합성초-양덕여중-마산여고-동아대(김민성)
키: 1m70cm(김유란), 1m65cm(김민성)
봅슬레이 시작: 2014년, 한 조로 호흡 맞추기 시작한 건 2015년 1월
취미: 영화, 산책(김유란), 독서(김민성)
좋아하는 문구: 거기서 멈춰있지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니야(김유란), 뭐든 자신있게!(김민성)
성적: 2016~2017 북아메리카컵 종합 우승, 2016~2017 월드컵 1차 대회 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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