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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재협상? 미국에 한국이 만든 일자리 계속 강조하라”

다시 만난 FTA 검투사들 
15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만난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대표(왼쪽)와 김종훈 연세대 교수가 5년 전을 회상하며 웃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15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만난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대표(왼쪽)와 김종훈 연세대 교수가 5년 전을 회상하며 웃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2007년 6월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협상 후 나오는 김종훈 한국 수석 대표(왼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 대표. 둘은 15일 “당시 숱하게 논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우애가 생겼다”고 회고했다. [중앙포토]

2007년 6월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협상 후 나오는 김종훈 한국 수석 대표(왼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수석 대표. 둘은 15일 “당시 숱하게 논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우애가 생겼다”고 회고했다. [중앙포토]

“좋은 일로는 절대 전화할 일 없는 사이.”
 

김종훈, 웬디 커틀러 전 수석 대표
한·미 자유무역협정 5년을 말하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대표와 김종훈 연세대 경영대학 특임교수는 과거 서로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태동에서 발효까지의 10년 협상을 지휘하면서 서로 독하게 싸울 일이 차고 넘쳤던 까닭이다. 15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한·미 FTA 발효 5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한국무역협회와 중앙일보가 마련한 대담에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G2(미국·중국)의 긴장,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과 한국의 마찰 등 마침 통상 이슈가 산재해 있는 시점이다. 두 사람은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신념은 공유했다. “무역의 기본 룰은 공정성이다. 한·미 FTA는 양측이 공정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합의한 성공적 규범”이라는 점이다. 이날 대담엔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이 자리를 함께 해 이야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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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승자는 누구인가.
▶커틀러=미국은 무역정책에서 아주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다. 반세계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의 모든 통계, 모든 수치, 대부분의 사례는 이 협정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 이득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 협상 기간 당시엔 한국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한국이 잃고 미국이 이길 것이라는 감정이 팽배했는데 5년이 지나자 미국이 오히려 ‘이게 진짜 이익인지’를 묻고 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보다 면밀하게 결과를 들여다봐야 한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협정이었음이 분명하다.

▶김종훈=자유무역보다 공정한 무역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한쪽에서 모든 룰을 정하면 상대방은 100% 이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공동으로 룰을 정하고 그에 따라 공정한 무역의 그라운드를 만드는 건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두 나라가 파트너가 되려면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인간관계와 달리 국가 대 국가의 협상에서 다시 안 볼 상대는 없다. 언젠가는 다시 봐야 한다. 협정 후 ‘먹튀(먹고 튀기)’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다. 결국엔 협정 체결 후에도 신의가 중요하다. 한·미 FTA는 그러한 공정한 무역협정의 단단하고 분명한 모범 사례다.
 
김종훈
기존 협정은 4차 산업혁명 커버 못해
필요하다면 FTA 업그레이드해야
한국, 고속 성장하는 중국에 흥분
불공정 무역 등 감춰진 문제 못 봐
‘사드 보복’ 대처, 워싱턴 협조 절실 
 
트럼프 정부가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커틀러=불투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고, 새로운 균형점을 잡는 작업이 있을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캐나다를 함께 언급했는데 아마 멕시코에 초점을 둘 것이다. 한·미 FTA는 곧 재협상 제안이 올 것이다.

한국에 조언을 하자면 뒤로 물러서서 기다리지만 말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협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면 FTA 재협상에 대한 압력이 느슨해질 수 있다.

▶김종훈=국제사회에서 ‘수정할 수 없는’ 협정은 없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바뀐다.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고 이는 최근 일이다. 지금의 협정이 이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걸 거부할 이유는 없다.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공동의 선을 위한 룰을 정할 수 있다.

▶커틀러=발효 5주년이지만 협정의 상당 부분이 10년 전에 정해진 것들이다. 디지털 교역 등에서 업데이트해야 할 사안이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내 걱정은 현재 미국 행정부가 생각하는 것이 이런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건 풀어야 할 과제다.
 
재협상 요구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커틀러=수치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사실적 스토리로 접근해야 한다. 많은 기업, 특히 양국의 중소기업이 이를 통해 혜택을 받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이건 FTA 협정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틀(프레임) 덕분이다. 미국에 수십만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행정부가 미국 내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더욱 그래야 한다.

▶김종훈=무역은 경제 이슈에서 시작하지만 해법은 결국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보다 많은 미국 정치 지도자와 접촉해야 한다.

▶커틀러=마침 두 사람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봤는데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거의 협상이 필요하지 않았다(웃음). 단단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전해야 한다. 지금 무역적자가 났다고 해서 협정이 불공정했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간 것이다.
 
웬디 커틀러
5년 전엔 한국이 잃을 것 많아 걱정
지금은 미국이 되레 FTA 효과 의심
미·중과 교역 비중 큰 아시아 국가들
두 나라 긴장관계 틈새 끼어 곤경
트럼프·시진핑 만나면 해법 나올 것
 
한국·미국·중국 세 나라의 관계가 복잡하다.
▶커틀러=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는 거의 같다. 미국이 제1교역국이고 중국이 제2교역국이라는 점이다. 중간에 끼어 난처하다고 한다. 다행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노력이 시작됐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면서 해법을 찾으리라고 본다.

▶김종훈=미국과 중국 사이엔 통상·환율 문제는 물론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인정 등 보다 근본적 문제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면적 대결로 가기에는 양측 모두에 부담이 너무 크다. 한국은 중국이란 상대에 흥분(euphoria)돼 있었다. 1992년 수교 이후 모든 것이 좋았다. 중국은 계속 성장했고 교역 수치는 매년, 매월, 매주, 매일 늘기만 했다. 그러나 우린 중국의 내재된 문제를 보지 않았다. 공정한 무역,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와 같은 의문은 흥분에 덮였다. 사드 보복도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기록이나 공문은 없다. 이는 공정하지 않다. 한국은 이를 매듭지어야 할 때다. 그러니 워싱턴의 협조가 보다 많이 필요하다.

▶커틀러=‘자연인 커틀러’로서 워싱턴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보다 공고히 한다면 해법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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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평가한다면.
▶김종훈=문제가 많았지만 협상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조금씩 나아졌다. 난 신사적으로 대하려고 했고, 웬디는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그가 좋은 사람인지, 편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웬디는 일이 되게 한 사람이다.

▶커틀러=둘 다 국가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고 자국에서 입법부와 행정부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의하시겠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다. 제이(김종훈)는 아주 공정하면서도, 터프한 협상 상대였다. 그러나 해결사였다. 덕분에 우리는 양측에 이득이 되는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협상한다면.
▶커틀러=사실 말 못한 얘기가 굉장히 많은데, 딱 하나만 공개하겠다. 협상 초창기에 한국이 관세와 관련해 수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해 전략을 짜고 협상을 통해 조금씩 낮추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이 처음부터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나와서 당황했다. 전략을 완전 잘못 짠 것이다. 굉장히 후회했다(웃음).

▶김종훈=한·미 FTA 협상의 과정과 결과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당연히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서 복기하는 것은 당시 서로 간의 수읽기와 변수가 매우 복잡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정리=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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