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단독] 제2 ‘팔만대장경 교수’ 막으려 … 조교도 근로계약서 쓴다

한 지방사립대의 대학원생 A씨는 연구조교로 일했던 2014년부터 1년 동안 지도교수에게 1300여만원을 헌납했다. 자신이 연구조교 대가로 1년간 받은 장학금과 연구비 1700여만원의 80% 가까운 액수다. 지도교수는 그가 장학금 등을 받을 때마다 대부분을 현금으로 인출해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했다. 그러면서 ‘저서 출판 비용이 필요하다’거나 ‘다른 조교에게 줄 월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다. 심지어 자신의 일본 출장에 쓸 경비라며 A씨의 장학금을 엔화로 바꿔 오도록 했다. A씨는 “교수의 요구를 거절하면 학위논문 통과나 대학원 생활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교수 사노비’ 전락한 그들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월 55만원
46%가 언어·성적 폭력 시달려도
65%는 불이익 우려 그냥 넘어가
국회, 업무범위·근로시간 명시 추진

 
자료: 노웅래 국회의원, 교육부

자료: 노웅래 국회의원, 교육부

이 같은 갑질과 비리는 지난해 6월 이 대학원 총학생회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표면화됐다. 학교 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확인돼 이 교수는 중징계인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갑질 논란이 불거져 징계나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상당수 대학원생이 향후 학교생활에서의 불이익 등을 우려해 참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무려 8만장 분량의 스캔을 요구해 공분을 산 ‘팔만대장경 교수’ 사건 역시 상당 기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교수 구두 굽 갈고 자녀 숙제까지 시켜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 조교였던 C씨는 교수들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비서처럼 끌려다녔다고 했다. 그는 “지방 출장을 가면 며칠씩 교수 수발을 들어야 한다”며 “어떤 교수는 구두 굽갈이나 자녀 숙제 대행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원 조교였던 D씨도 “오후 6시에 퇴근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휴일수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교수가 시킨 일 때문에 일요일도 거의 근무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수에게 문제 제기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불합리하게 격무와 잡무에 시달리면서도 조교들이 받는 보수는 형편없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대학원생 조교들의 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22개 대학에서 연구조교가 받는 월 보수는 평균 55만원 수준(과 사무실 근무 행정조교 제외)이었다. 100만원이 넘는 제주대(155만원)와 부산대(135만원)를 제외하면 평균은 46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김선우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조교의 수입은 대부분 최저임금인 시급 6470원, 월급 135만원(주 40시간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자료: 국가인권위원회

자료: 국가인권위원회

게다가 조교들 대부분은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향법의 김유정 변호사는 “조교의 업무 범위와 대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근로계약서가 있었다면 상당 부분 교수의 갑질을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국회와 교육부가 이른바 ‘조교계약서’ 도입에 나서기로 했다. 노웅래 의원은 15일 “대학원생이 학과 또는 지도교수의 조교로 근무할 때 정식 계약서를 체결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이진석 학술장학지원관도 “대학 실태조사를 4월까지 마무리하고 대학원생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교계약서만으로 대학원생에 대한 교수들의 갑질 횡포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나 보수 문제뿐 아니라 폭언과 성희롱 등 다른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조사(2014년)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45.5%가 교수로부터 언어·성적 폭력, 사적 노동 등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중 65.3%는 참고 넘어갔다. ‘향후 불이익이 두렵거나’(48.9%) ‘해결 안 될 것 같다’(43.8%)는 이유였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도 10명 중 1명은 ‘폭언·욕설 등을 듣거나’ ‘부당한 연구비 유용이나 명의 도용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선우 총학생회장은 “보다 정교한 피해 실태조사를 통해 강력한 처벌과 근절 방안이 마련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