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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코리아] “대장 두 명이면 분열”에 이원집정부 지지 1명, 대통령제로

2017 이슈 배틀 ① 정부형태, 어떻게 바꿔야 하나


한국인은 흔히 ‘다름’과 ‘틀림’을 혼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가 아니라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진영논리가 판치는 까닭이다. 이를 뛰어넘지 않고선 사면초가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코리아’의 하나로 ‘2017 이슈 배틀’ 시리즈를 시작한다. 가장 첨예한 이슈를 골라 ‘틀림’이 아닌 ‘다름’의 토론 현장을 배틀 형식으로 생중계한다.


대통령이 파면됐다. 70년간 이어온 대통령제를 바꿀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고, 대통령제 가 맞다는 반론도 있다. 우리 사회 지성 10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줬을까?

 
 
대통령 파면된 날 토론했는데 … 대통령제 유지 9명 중 6명 찬성 
1 Round 

◆사전투표=‘2017 이슈배틀’ 첫 토론이 열린 3월 10일 오후 2시. 약 3시간 전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렸다. 유례없는 정치 이벤트에 판정단도 조금은 상기된 표정. ‘전원 일치는 의외’ ‘법치주의 재확인한 명석한 판결’이란 말이 오갔다. 이날 주제인 ‘한국의 정부 형태, 어떻게 바꿔야 하나?’를 놓고 판정단은 사전투표에서 6명이 대통령제 유지, 2명은 내각제, 1명은 이원집정부제를 택했다. 대통령제 유지 의견이 절반을 넘자 판정단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정치 바꾸려면 개헌 필요”에 대통령제 지지 2명, 생각 바꿔 
2 Round
◆전문가 의견 청취=내각제를 지지하는 이규영 서강대 교수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은 대통령제의 폐해를 잘 알면서도 ‘권력 집중’이란 강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입법·사법·행정 간 수평적 권력 분립만 이야기하는데 중앙과 지방 간의 수직적 권력 분립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행 정부 형태와 국회 구성 방식은 이런 수직적 권력 분립을 담아내지 못한다. 다가올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내각제가 한국에 가장 적합하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이원집정부제’ 찬성론자인 이종찬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제는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고 말했다. “여소야대일 때는 합의가 안 돼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여대야소여도 국회선진화법이 걸림돌이다. 협치 없이 청와대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고, 국회와 행정부의 대립 속에 표류한다. 이 교착상태를 막을 방법은 아예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뿐이다.”
 
그러자 대통령제 지지자 박용수 연세대 교수가 “대통령의 실패를 제도의 실패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대통령에게 일관되게 적용됐다. 그럼에도 어떤 이는 권한을 남용한 대통령으로, 어떤 이는 무기력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 않았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명백한 근거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원인은 헌법이 부여한 원칙을 지키지 않고, 권한을 남용했기 때문이지 제도 탓이 아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선 ‘외교적 갈등, 4차 산업혁명, 양극화 등 한국이 직면한 난제는 한 사람의 개인기로 풀 수 없다’ ‘타협 없는 정치문화와 관행를 바꿀 수 없다면 헌법 개정이란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충격요법)가 필요한 시점’ 등의 발언이 나왔다.
 
세 명의 전문가가 자리를 떴다. 두 번째 투표에선 두 명의 판정단이 생각을 바꿨다. 대통령제를 지지했던 판정단⑤는 이원집정부제로, 판정단⑥은 내각제 지지로 돌아섰다. 판정단⑤는 “김영란법처럼 일종의 충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정단⑥은 “수평적 사회를 지향하는 시대 변화를 감안할 때 새로운 시도(내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년 대통령, 누가 해도 끝날 땐 조롱대상 돼”
“한국 정당 수준 보면 내각제 가능하겠나”
3 Round
◆집중 토론=토론 초반엔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이 많았다.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가졌지만 5년 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떠난다. 그러니 누가 대통령을 해도 임기가 끝날 때쯤엔 조롱의 대상이 된다. 괜찮은 리더도 망가질 수 있는 이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판정단⑨>
 
“제왕적 권력은 오해다. 미국처럼 행정명령을 활용할 수 있는 것(한국 대통령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만 가짐)도 아니고, 거부권 행사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판정단①>
 
“엄청난 인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이나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을 사유화하는 데도 제왕적이지 않다는 얘긴가?”<판정단⑧>
 
“인치(人治)와 권력기관 사유화가 어떻게 헌법의 문제인가? 헌법 정신을 따르지 않고, 편법과 탈법을 하기 때문 아닌가? 그걸 막을 실질적인 대책을 찾는 게 맞다. 이번 탄핵을 계기로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어떤 책임을 지는지 전 국민이 똑똑히 보지 않았느냐.”<판정단③>
 
현행 유지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판정단⑦의 발언이 분위기를 확 바꿨다.
 
“대통령이 부처 실·국장 인사까지 개입한다. 이런 문화가 왜 자리를 잡았는지 생각해 보라. 선거 전부터 유력 후보에게 몰려가고, 국회의원도 줄서기 하고, 당선 후엔 캠프 출신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다.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 그 자체가 문제다. 헌법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차가 급발진을 했으면 원인을 정확히 몰라도 차를 바꾸는 게 맞지 않나?”
 
그러자 대통령제를 지지한 판정단④가 맞받았다. “한국 정당의 수준을 생각해 보라. 보수는 지도자 중심의 위계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보는 파편화됐다. 서로 싸우면서 당을 쪼갰다가 코너에 몰리면 다시 붙이는 일을 반복한다. 내놓은 정책에도 정체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내각제를 하면 정당 간 카르텔이 생멸을 반복하면서 불안정성만 높아진다.”
 
대통령제와 내각제 지지자 간 설전은 더 뜨거워졌다.
 
“내각제는 협치가 불가피한 정부 형태다. 또 정당 정치를 통해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전문가도 길러낼 수 있다. 훨씬 장기적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판정단⑧>
 
“이미 헌법엔 내각제 요소가 있다. 총리가 부처 업무를 총괄하고, 국회의원의 입각도 허용한다. 대통령제로도 연정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DJP연합도 있지 않았나.”<판정단②>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접전을 벌이는 사이 판정단⑨가 치고 나왔다.
 
“그러니 인위적으로라도 권한을 나누자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에선 여소야대가 없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아닌가? 이것만 근원적으로 차단해도 책임 정치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원집정부제는 ‘이도 저도 아닌 대안’이란 비판에 막혔다.
 
“분권형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엔 안 어울린다.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한다는데 예를 들어 사드 배치 같은 문제는 누가 결정하고 책임지나?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당이라면 몰라도 아니라면 엄청난 갈등이 불가피하다.”<판정단②>
 
2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고 최종 투표가 시작됐다. 대통령제에서 이원집정부제로 옮겨갔던 판정단⑤는 다시 입장을 바꿔 대통령제로 돌아갔다. 나머지는 이전 선택과 같았다. 판정단⑤의 생각을 바꾼 건 판정단②의 이 한마디였다.
 
“쪼갤 수 없는 게 권력의 속성 아닌가? 한국은 승자 독식 원리가 철저히 작용하는 나라다. 이원집정부제는 두 명의 대장이 공생하는 형태인데 한국 정치문화가 그걸 감당하겠나? 또 다른 분열의 씨앗일 뿐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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