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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작업 … 우즈벡에 띄운 ‘자개 무지개’

‘자개 작가’ 김유선씨
상처 품어 진주 만드는 조개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희생의 껍데기로 희망 전달
교도소·해외동포와도 협업
자개 작업 ‘무지개’를 이웃과의 공감으로 이어 가는 김유선 작가.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자개 작업 ‘무지개’를 이웃과의 공감으로 이어 가는 김유선 작가.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자개 작가’로 이름난 김유선(50)씨는 지난 20여 년 작품 재료로 써온 자개의 미덕과 미감을 동경해 왔다. 제 살에 난 상처를 보듬어 값진 진주를 만드는 금조개, 그 껍데기를 부수어 작업할 때마다 그런 희생에서 퍼져 나오는 빛을 좇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개의 영롱한 색채를 동경하며 그는 ‘레인보우 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거친 운명에 갇힌 이들과 함께 자개 무지개를 제작하는 현장 협업이다.
 
첫 무지개가 뜬 곳은 2003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한 고아원이다. 이웃 러시아의 핵실험에 노출돼 장애아로 태어난 아이들, 정신박약과 중증 신체 결함으로 고통받는 청소년 450여 명이 모여 사는 그곳에 고려인 자원봉사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작가는 아이들 작품을 벽화로 만들어 자신의 자개 무지개와 함께 완성했다. 그는 “휠체어를 탄 아이들이 벽에 걸린 제 그림에 이름을 써 넣으며 환해지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기억했다.
 
두 번째 무지개는 하와이 호놀룰루 한인 양로원에 떴다. 1955년 한국계 노인들을 위해 설립된 이 시설에는 사진만 보고 먼 이국땅에 시집온 ‘사진 신부(picture bride)’들이 여생을 의탁하고 있었다. 미국 이민 1세대였던 사탕수수 노동자의 아내로 힘겹고 고독한 일생을 보낸 할머니들이었지만 그들이 즐겨 그리는 꽃은 화사했다. 고향에서 찾아온 김 작가의 무지개가 꽃 그림과 어우러져 벽에 걸리자 할머니들은 손으로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자개 작업 ‘무지개’를 이웃과의 공감으로 이어 가는 김유선 작가.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자개 작업 ‘무지개’를 이웃과의 공감으로 이어 가는 김유선 작가.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무지개는 북극 하늘에도 걸렸다. 2004년 10월 9일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병원은 입양아의 나라로 알려졌던 한국에서 온 화가 덕분에 잔칫집이 됐다. 한국전쟁에 의료단으로 왔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고아를 데려가기 시작해 한국 입양아의 전통이 시작된 곳으로 알려진 이 병원은 그 특별한 인연을 무지개로 그려낸 김유선 작가를 가족처럼 반겼다. 16일 동안 노르웨이 전역을 돌며 한국인 입양아를 만나 사연을 들은 김 작가는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무지개 속에 스며들었다”고 회고했다.
 
무지개는 교정(矯正)의 도구로도 쓰였다. 2005년부터 6년간 여주 교도소에서 김 작가가 진행한 ‘무지개 학교’는 모범적인 교화 사례로 우리나라 최초 민영 교도소인 ‘소망 교도소’ 설립의 씨앗이 되었다. 지원한 1400여 명 수감자는 김 작가와 그림 작업을 한 뒤로 출소 후 재범률이 6% 밑으로 떨어졌다. 오는 6월 15일부터 서울 신사동 갤러리 플래닛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인 김 작가는 “제 무지개와 함께해 준 모든 이의 마음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다음 무지개를 새터민 청소년학교에 띄울 꿈을 꾸고 있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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