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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겨우 아홉 살인데 가슴이 불룩 혹시 내 딸 성조숙증?

김호성의 건강 비타민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호성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호성 교수.

초등 1학년 딸을 둔 워킹맘 정모(40·여·서울 서대문구)씨는 “딸이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걱정이 많다. 정씨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혹시 우리 아이에게 성조숙증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요즘 아이들 2차 성징 빨리 나타나
6년 새 거의 5배로 … 여자가 91%
검사법 따로 없어 조기 발견 힘들어
또래보다 빨리 크고 머리·몸에 냄새
4주 간격으로 성호르몬 억제 주사
치료 안 하면 키 덜 자라 고민할 수도

과거엔 자녀가 성조숙증에 걸릴까 봐 걱정하는 부모가 많지 않았다. 최근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 한 번쯤 걱정하는 질병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성조숙증 진료 환자의 73%가 0~9세였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 특히 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성조숙증은 여자에게선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9세 전에 음모(陰毛)가 나고 ▶9.5세 전에 초경이 시작되는 경우를 말한다. 남자는 9세 전에 고환 크기가 4mL로 커졌을 때, 즉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 한 마디보다 커진 경우를 말한다.
 
한국에서 인구 10만 명당 성조숙증 발생률은 2008년 92명에서 2014년 434명으로 6년 새 4.7배가 됐다.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현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 병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8만6352명이다. 2010년 2만8251명의 세 배가 넘는다. 대부분 여자다. 지난해 환자 중 남자는 7957명, 여자는 7만8395명(90.8%)이다.
 
남자 환자의 절반은 뇌종양, 선천성 뇌기형, 수두증, 뇌염, 뇌농양, 갑상샘기능저하증, 고환·부신질환 등의 병 때문에 성조숙증이 생긴다. 여자의 90~95%는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 일부에서 ▶영양·위생상태 개선 ▶비만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입증되지 않았다. 단기에 급증하는 특이한 상황을 고려할 때 환경호르몬을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여자아이한테 많은 이유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성조숙증에 걸리면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뼈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자란다. 이 병에 걸린 4세 여아(오른쪽 사진)의 손목 근처 손바닥뼈가 7개로 정상 여아(작은 사진)보다 3개나 많고 크다. 뼈나이로는 7세에 해당한다. 뼈나이가 빠르면 나중에 키가 덜 자란다.

성조숙증에 걸리면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뼈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자란다. 이 병에 걸린 4세 여아(오른쪽 사진)의 손목 근처 손바닥뼈가 7개로 정상 여아(작은 사진)보다 3개나 많고 크다. 뼈나이로는 7세에 해당한다. 뼈나이가 빠르면 나중에 키가 덜 자란다.

성조숙증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A양(8·서울 영등포구)은 4세일 때 또래보다 키가 작아 진료실을 찾았다. 다른 증세가 없어 6개월마다 뼈나이를 촬영하면서 경과를 관찰했다. 지난해 2월 부모가 “아이의 가슴이 커진 것 같다”며 찾아왔다. 여성호르몬은 사춘기 수준이 아니었고 뼈나이도 또래보다 약간 늦었다.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었다. 뼈나이 진행속도가 빠르거나 성호르몬이 사춘기 수준으로 오르면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성조숙증을 미리 알아보는 검사법은 없다. 다만 ▶아이가 또래보다 빨리 크거나 ▶머리나 몸 냄새가 날 때 ▶2차 성징이 여아는 8세, 남아는 9세 이전에 관찰되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성조숙증의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 본다.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성인이 된 뒤 키가 작을 것으로 보이거나 아이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될 때,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면 치료를 시작한다.

여자는 8세, 남자는 9세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치료는 2~5년이 걸리고 4주 간격으로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는다. 1년을 치료받으면 성인이 됐을 때 키가 1.4㎝ 더 큰다.”
 
성조숙증이 있으면 이상한 성행동을 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나.
“그런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 성조숙증이 있다고 성욕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성적 학대나 성범죄 피해자가 될 위험이 있다. 여자아이는 배란을 시작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성조숙증 여자아이

성조숙증 여자아이

키가 안 크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나.
“여아의 10% 미만, 남아의 50%는 원인질환이 발견돼 이를 치료해야 한다. 여아는 성조숙증의 진행속도가 빠르거나 만 6세 이전에 발병한 경우, 신경계 증상이 있을 때, 남아는 모두 치료 전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원인질환이 없다면 성인이 됐을 때 키가 작은 것 외에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 일본 데이쿄대·도호쿠대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3세 전에 초경을 시작한 여성이 15세 이후 시작한 여성에 비해 폐경 이후 뇌졸중 위험이 1.83배 높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성조숙증으로 9세 이전에 초경을 시작한다면 위험도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경이 빠를수록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고 부신피질 기능이 일찍 시작될수록 비만, 제2형 당뇨병,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
 
치료제는 무엇인가.
“유방·전립샘암 환자에게 쓰는 약이다(항암제는 아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전립샘암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수술 외에 성호르몬 수치를 낮게 유지하는 약물을 투여하는데 이 약을 성조숙증 환자에게 투여해 성호르몬을 낮춘다.”
 
화학적 거세 약과 같다는데.
“성폭행범 중 재범이 우려될 때 약물을 투여해 ‘화학적 거세’를 한다. 남성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작업이다. 성조숙증 치료제는 화학적 거세와 기전은 비슷하지만 생식 기능을 영구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 아니다. 30년 넘게 사용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다.”
 
치료받으면 키가 정상적으로 클 수 있나.
“B양(9·경기도 남양주시)은 종종 발작을 일으키고 가슴이 커지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뇌 시상하부에 종양이 발견됐고 성호르몬이 높았다. 뇌질환으로 인한 성조숙증이었다. 종양 제거수술을 하고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 B양의 키는 1m43㎝인데 성인 예상 키는 1m61㎝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가 성조숙증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 키가 1m45~1m55㎝에 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여자아이는 부모의 키 평균보다 6.5㎝ 작고, 남자아이는 6.5㎝ 크다고 알려져 있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료제 부작용이 없나.
“주사 맞은 곳이 하루쯤 아프거나 붓는다. 드물긴 하지만 세균 독소에 의한 화농(고름)이나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치료 도중에 예방접종을 받거나 다른 질병 약을 복용해도 문제없다. 치료를 마친 뒤 2차 성징의 회복, 성호르몬 분비 능력, 자궁 발달, 임신 능력 등은 이 성조숙증을 앓지 않은 사람과 다르지 않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나.
“육류·계란·콩을 멀리하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특정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을 피하고 골고루 먹는 게 더 중요하다. 과도한 영양 섭취를 자제하고 특정 영양제, 성분을 확인하기 어려운 영양보조제는 삼가야 한다.

아이가 성조숙증 진단을 받으면 부모가 자책하는 경우가 있다. 질병은 누구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적기에 치료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C양(12·서울 종로구)은 초등학교 입학 전 성장클리닉에서 뼈나이가 또래보다 2년 정도 빠르다는 진단을 받았다. 성장이 조기에 끝나 성인 키가 작을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는 정밀검사를 거부하고 건강기능식품과 키 크는 데 좋다는 식품을 아이에게 먹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초경이 시작되자 놀라서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왔다. 하지만 이미 뼈나이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를 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C양의 성인 키는 1m50㎝가 안 될 것으로 예상돼 지금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
◆김호성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원장, 대한소아내분비학회 고문, 미국당뇨병학회 정회원, 미국 내분비학회 회원
 
김호성 세브란스병원 소아내분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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