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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던 손으로 그린 맑은 수채화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76)씨가 새 책을 냈다. 소설책이 아니라 그림책,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직접 그린 수채화에 짧은 글을 곁들인 화집이다. 『그림으로 떠나는 무진기행』(아르테)이다. 재출간이 아니라 신간으로는 2004년 이후 처음인 듯하다.
 
소설가 김승옥씨가 그린 문학평론가 김현의 초상화. 두 사람은 1960년대 초반 ‘산문시대’ 동인 활동을 함께 하며 친분을 나누었다. [사진 아르테]

소설가 김승옥씨가 그린 문학평론가 김현의 초상화. 두 사람은 1960년대 초반 ‘산문시대’ 동인 활동을 함께 하며 친분을 나누었다. [사진 아르테]

책은 지난해 6월 김씨의 그림 전시가 계기가 됐다. 젊어서 책 표지 디자인, 시사만화가로 재능을 보였던 그는 2003년 뇌졸중 발병으로 이후 정상 활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붓은 놓지 않고 틈틈이 수채화를 그렸다. 그 그림들을 접한 북이십일 아르테 기획위원 함성주씨가 제안해 김씨의 넉넉치 않은 형편도 돕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6월 서울 대학로 혜화아트센터에서 ‘김승옥 무진기행 그림전’이 열렸다. 다음 스토리 펀딩을 진행해 김씨를 아끼는 팬 600여 명이 참여해 짧은 시간에 4000만원이 모금됐다.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이다. 전시에 출품된 60여 점 중 50점 이상이 팔렸다. 50만원 이상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림이 돌아갔다.
 
『그림으로 떠나는…』는 지난해 전시작품은 물론 전시 이후 김씨가 그린 문단 선후배들의 초상화 등 70여 점의 수채화가 실려 있다. 초상화로는 유치환·박목월·황순원·김현·최하림·김지하·김채원·이어령씨 가족 그림 등이 보인다. 수채화는 명석한 펜 밑그림 위에 특유의 맑은 느낌을 잘 살려 시원하다. 울퉁불퉁 굵은 선으로 표현한 초상화 캐리커처는 힘이 솟는다.
 
김씨는 196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했다. 대표작 ‘무진기행’ 이외에 ‘서울 1964년 겨울’ 등 그의 대표작들은 주제의식과 형식 모두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감수성의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는 최상급의 상찬이 그를 따라 다녔다.
 
책을 기획한 21세기북스 원미선 문학본부장은 “아직 말씀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림에 곁들인 에세이 성격의 짧은 글들도 선생님이 종이에 써준 몇 마디 단어들을 중심으로 출판사에서 다시 썼다”고 밝혔다. 소설가가 말을 잃어도 작품은 남는다. 책의 맑은 그림들은 여전히 화사한 김씨 문학의 흔적들이다. 2만5000원.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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