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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인 아닌 한국인이 한국을 구할까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백인인 부산대 로버트 켈리 교수가 자택 서재에 앉아 BBC 방송과 생방송으로 화상 인터뷰를 하던 중 갑자기 방에 들이닥친 두 자녀로 인해 벌어진 방송사고 하나가 국내외적으로 인종차별 논쟁을 촉발시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이 동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몸을 최대한 낮춰 두 아이를 허겁지겁 끌고나간 동양 여성을 지레 보모라고 짐작했다. 알고보니 '한국인' 아내(엄마)였다. BBC는 이 동영상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으는 와중에 '왜 사람들은 영상 속 아시아 여성을 보모로 단정짓는가'라는 기사를 내보내 인종적 편견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한국인을 두고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특히 한국에선 이 같은 서양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차별적 시선이 불편하다는 반응이 쏟어졌다. 직접 차별을 당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저 먼 나라에 사는 누군가가 마음 속에 그런 편견을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다들 얹잖아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어떤가. (백인이 아닌) 외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멀쩡하게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 이웃의 한국아이들에게조차 엄마가 못 사는 나라 출신 이민자라며, 혹은 얼굴이 조금 검다며 차별을 일삼는다. "차별하지 않고 가르친다"는 서울 대동초등학교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몰리고 그게 또 화제가 된다는 건 다른 학교에선 그만큼 차별이 심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단일민족이라는 허상이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는 탓도 있지만 사실 이민자와 이방인에 대한 차별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덴마크 코펜하겐 '노마'의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39)조차 평생 그런 차별을 일상으로 당했다. 우리 눈엔 다른 덴마크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마케도니아 출신 무슬림 이민자라는 이유로 학창 시절부터 "발칸의 개"라거나 "발칸으로 꺼져라"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노마'의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 

'노마'의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덴마크 사람들로부터 "네 나라로 가버려"라는 소리를 들으며 이방인 취급을 받던 레드제피가 미식의 불모지 덴마크를 세계 미식업계 중심으로 올려놓았으니 말이다. 그는 덴마크 관광산업 지형도를 바꿔놓고 덴마크 식자재의 수출곡선 상승에까지 기여하는 등 이제껏 그 어떤 덴마크 태생 사람도 못한 일을 해냈다. 덴마크 출신이 아닌 덴마크인 레드제피가 덴마크에 크게 공헌할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다문화가정 아이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우리는 체류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인 아닌 한국인과 함께 잘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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