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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트'에서 '무빙 이미지'로, 현실의 이미지에서 상상의 이미지로

 "백남준 선생이 개척한 비디오 아트는 21세기 디지털 기술로 인해 '무빙 이미지'라는 융합적 개념으로 확장됐습니다. 영상 장르의 구분은 더 이상 그 의미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사실과 허구의 공유, 사적인 사유과 공적인 사유의 경계가 해체되며 무빙 이미지는 매우 유기적이며 확장적인 가능성을 갖게 됐습니다."
'상상적 아시아'의 전시장 모습.사진=백남준아트센터

'상상적 아시아'의 전시장 모습.사진=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 서진석 관장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새로 개막한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는 '무빙 이미지'의 이같은 면면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다. 제목에 나오는 '아시아'는 잠시 잊고 봐도 좋다. 작가들의 국적을 따지기에 앞서 이들이 선보이는 기법부터 워낙 다채롭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나씩 뜯어보면 현대미술에서 영상작업이 얼마나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경험, 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도 다채롭다. 전형성을 벗어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백남준아트센터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다채로운 기법과 상상력 두드러져
아시아와 접경인 러시아, 중동 작가까지 20명 참여

중국 작가 쉬빙의 '지서(地書):팝업북'이 설치된 전시장 모습. 각각 낮과 밤, 두 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중국 작가 쉬빙의 '지서(地書):팝업북'이 설치된 전시장 모습. 각각 낮과 밤, 두 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사진=백남준아트센터

 특히 중국 작가 쉬빙의 '지서(地):팝업북'은 이렇다할 사전지식 없이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볼거리다. 펼치면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다 팝업북의 각 페이지는 픽토그램, 즉 사물이나 행동을 상징하는 그림과 일러스트, 로고 등 시각적 요소만으로 만들어져 있다. 대사도, 번역도 필요없는 직관적 표현이다. 이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가 미스터 블랙이라는 도시 직장인의 하루라는 걸 알면 더욱 흥미롭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기법이면서도 디지털 감각의 소통과 맞물린다.
 물론 디지털 기술을 직접 응용한 작품도 여럿이다. 한국 작가 권하윤의 '489년'(한반도의 지뢰를 모두 해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실사 사진 자료를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변환, 우리에게 낯익은 비무장지대(DMZ)를 마치 게임 속 풍경을 보는 듯 낯설게 그려낸다. 그 이질감은 DMZ에서 복무한 군인들의 개인적 기억을 전하는 내레이션과 더불어 DMZ를 박제화된 개념이 아니라 새롭게 접근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짐작된다.
 일종의 극화, 혹은 재연 기법도 있다. 일본 작가 아이다 마코토의 '자칭 일본의 수상이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에 나오는 수상은 얼핏 실존인물을 닮았지만 실은 작가 자신이다. 일본식 영어로 과거 에도시대의 쇄국정책을 강변하는 그의 연설은 지금의 세계에 대한 풍자로도 들린다. 2인조 한국 작가 문경원&전준호의 '묘향산관'도 실제의 공간 대신 연출된 공간에서 전개된다. 이를 통해 중국 베이징의 북한식당에서 남한 화가 일행과 북한 여종업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룻 저녁의 일을 한층 신비롭게 전한다. 
일본 작가 아이다 마코토의 '자칭 일본의 수상이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설치된 전시장 모습.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일본 작가 아이다 마코토의 '자칭 일본의 수상이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설치된 전시장 모습.사진=백남준아트센터

베트남 작가 딘 큐 레의 '모든 것은 재연이다'가 설치된 전시장 모습.사진=백남준아트센터

베트남 작가 딘 큐 레의 '모든 것은 재연이다'가 설치된전시장 모습.사진=백남준아트센터

 베트남 작가 딘 큐 레의 '모든 것은 재연이다'는 역설적으로 다큐를 통해 재연의 함의, 나아가 역사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을 전하는 작품이다. 이 다큐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군복 차림으로 모여든 남자들 중 한 사람, 알고보니 그저 군복 코스프레를 즐기는 게 아니라 실제 전쟁을 꼼꼼히 재연하는 동호회 회원, 더구나 베트남 전쟁 동호회 소속인 인물의 이야기다. 그를 통해 작가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지극히 이질적인 접근법을 접한다. 딘 큐 레의 또 다른 작품 '네 순간의 세계무역센터'는 원래의 이미지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미지를 선보인다. 각각 9·11테러 전후와 재건 과정의 사진들을 포토샵으로 길게 늘이고 느린 속도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 "지금은 '현실=영상'이 아니라 '가상=영상'인 시대"라는 서진석 관장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와 서현석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가 함계 기획한 이번 전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그 접경인 러시아, 중동 등의 작가까지 약 20명이 모두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장편영화 '엉클 분미'로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을 비롯해 대부분 세계적 명성의 영상작가들이다. 회화, 영화 등 인접 장르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도 있다. 그 중 러시아 작가팀 'AES+F'의 '신성한 알레고리'는 르네상스 회화의 영향이나 작품에 담긴 비유만 아니라 5채널 비디오, 즉 5개의 영사기에 각기 쏟아지는 영상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이음새 없이 하나의 화면으로 결합한 모습 자체가 장관을 이룬다.
베트남 작가 딘 큐 레의 '네 순간의 세계무역센터'.사진=백남준아트센터

베트남 작가 딘 큐 레의 '네 순간의 세계무역센터'.사진=백남준아트센터

러시아 작가팀 'AES+F'의 '신성한 알레고리'가 설치된 전시장 모습. 사진=백남준아트센터

러시아 작가팀 'AES+F'의 '신성한 알레고리'가 설치된 전시장 모습.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중국 작가 송동의 최신작 '시작 끝'은 수백개 영화사의 로고, 즉 정지된 이미지를 검은 물에 비춰 움직이는 이미지로 만든 기법부터 흥미를 끈다. 헌데 작가가 제시한 경로대로 관람하면 로고의 뒷면만을 보게 된다. "어렸을 때 영화를 무척 좋아했는데 영화관이 별로 없을 때라 노천에서 상영을 하곤 했어요. 늦게 가면 자리가 없어서 스크린 뒤쪽에서 영화를 보곤 했지요." 개막에 맞춰 내한한 작가의 말이다. 이번 '상상적 아시아'의 '아시아'는 거대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아시아 작가의 그같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한 개념으로 보인다. 7월 2일까지.  
'상상적 아시아'에 선보인 중국 작가 송동의 최신작 '시작 끝'.사진=백남준아트센터

'상상적 아시아'에 선보인 중국 작가 송동의 최신작 '시작 끝'.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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