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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남경필 “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조항 폐지”



지난 3월 8일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여 근로능력이 없는 국민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사각지대가 없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면서다.
 
‘부양의무자’란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배우자와 1촌의 직계혈족(자식)과 그 배우자를 의미한다. 2014년 서울 송파구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일명 ‘송파 세 모녀’ 사건) 등으로 논란이 됐던 부양의무자 제도는 선거 때마다 그 범위 축소, 폐지 주장이 제기된다. 입법적으로도 국민기초생활법이 2000년 제정된 이후에도 여러차례 법 개정을 거쳐 의무자의 범위를 축소해왔다. 남 지사가 이번 대선에서 내건 부양의무자 조항 폐지, 가능할까.
 
생계·주거·의료급여 등 국민기초생활급여를 타려면 조건이 있다. ①정부에서 정한 기준 이하로 어렵게 살아야 하고 ②배우자·자녀와 같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이들의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예산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아예 삭제할 경우 추가 재정 소요액(국비+지방비)이 2018년 기준 9조2996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매년 조금씩 늘어 2022년엔 11조61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5년 평균(2018~2022년)으로 계산하면 연평균 10조1502억원이 든다.
 
복지부 관계자의 말은 이렇다. “돈 문제는 정치권에서 한다고 하면 못할 것이 없다. 다만 도덕적 해이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양의무자 폐지 주장이 나올 때마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따라온다. 돈이 있는데도 자식에게 재산을 이전한 뒤 수급자가 되거나 근로능력이 있는 가족이 일하지 않고 수급자에 기대사는 경우 등 국가 예산이 엉뚱한 곳에 새지 않도록 철저한 심사가 같이 가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는 ‘가족 부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달라져야하는지) 공론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동안 그 범위를 입법적으로 좁혀온 결과물이다. 적어도 자신의 배우자, 부모 만큼은 보살펴야 한다는 합의의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부모의 부양 의무가 가족에 있다’는 응답은 2002년 70.7%에서 2014년 31.7%까지 줄었다. 인식이 이러한데 자칫 법적으로 자식의 부양 의무를 완전히 면제해주는 것이 이러한 인식 변화에 가속도를 붙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노인 복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이미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뿐 아니라 형제·자매까지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혼과 노인 문제를 형제·자매 부양으로 넓혀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가 곧 한국사회에도 현실화되는 만큼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예산은 대통령 당선자의 결단으로 집행이 가능하지만 국가의 부담이 미래에 얼마나 불어날지에 대한 정교한 추정, 가족 부양에서 국가 책임으로의 전환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면에서 이 공약은 ‘절반의 진실’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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