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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미남계’ 썼나…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로미오 공작' 빼닮아


말레이시아 경찰청이 지난달 19일,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북한인 용의자 이지우(30). [뉴시스]

말레이시아 경찰청이 지난달 19일,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북한인 용의자 이지우(30). [뉴시스]

 


김정남 암살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째, 주요 용의자들이 북한으로 도주하거나 자취를 감춰 경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용의자 중 한 명인 북한 고려항공 직원 이지우(30·영어명 제임스)와 암살 실행범인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28)이 사실상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파악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4일 말레이시아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지우가 도안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정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지우는 지난해 11월쯤 방송 출연 스카우터로 위장해 도안에게 처음 접근했다고 한다. 이후 베트남·한국 등지로 함께 여행을 다니며 급격히 가까워졌다.
 
실제 도안도 주변 사람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자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우가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다른 남성들도 소개했다”는 도안의 진술도 흘러나왔다.
 
신문이 전한 이 같은 정황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이번 비밀공작에 미남계 수법, 이른바 ‘로미오 공작’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로미오 공작이란 옛 동독 비밀경찰인 국가보안부(슈타지)가 서독과의 첩보전에서 적극 이용했던 수법이다. 젊고 건장한 남성 공작원이 민간인 여성을 유혹해 정보원이나 공작원으로 포섭하는 식이다.
 
암살 실행범인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8)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 채널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암살 실행범인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8)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 채널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이지우와 도안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정황은 앞서 공개된 폐쇄회로TV(CCTV)에도 드러난다. 이지우는 범행 10여일 전부터 도안이 묵고 있던 호텔을 자주 드나들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짐을 옮겨주고 숙박비를 대신 내주는 장면도 포착됐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13일 아침에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지우의 역할이 도안을 포섭해 암살을 지원하는 역할이었다면 오종길(55) 등 공작원 4명은 실제 암살 기획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암살 당일 또 다른 인도네시아인 여성 시티 아이샤(25)를 공항으로 데려와 이지우와 공항 카페에서 접선했다. 이들은 범행 직후 곧바로 출국해 현재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지원조에 해당하는 이지우의 이후 행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지 북한대사관은 그의 신원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
 
냉전 시절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등 동구권 국가 정보기관들은 각종 비밀공작에 미인계를 적극 활용했다. 그 중에서도 슈타지의 경우 미남계를 즐겨 쓴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역사가 후베르투스 크나베가 쓴 『슈타지 문서의 비밀: 서독 총리실을 점령하라!』에 따르면 슈타지는 서독 고위 요직자들의 여비서들을 포섭하는데 미남 공작원을 투입했다.
옛 동독 슈타지의 해외공작 책임자이자 ‘로미오 공작’을 주도했던 마르쿠스 볼프 중앙정보본부장. [뉴스1=로이터]

옛 동독 슈타지의 해외공작 책임자이자 ‘로미오 공작’을 주도했던 마르쿠스 볼프 중앙정보본부장. [뉴스1=로이터]

 
특히 1970년대 빌리 브란트 총리 시절에는 집권당인 독일사회민주당(사민당)은 물론 제1야당 독일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의 주요 당직자 여비서들을 여러 명 포섭해 첩보원으로 이용했다. 1979년 동독으로 도주한 뒤 발각된 총리실 부국장 만프레드 란슈타인의 여비서 헬가 레디거(암호명 한넬로레)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로미오 공작을 주도했던 슈타지 중앙정보본부(HVA)의 해외공작 책임자 마르쿠스 볼프는 이 같은 미남계 수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도록 실무자들에게 주문했다. 그 결과 246쪽에 이르는 연구보고서가 나왔고, 작성자인 두 사람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직 정보당국 관계자는 “공산주의 국가에선 공작원의 목숨은 물론 정조까지 국가의 것으로 본다. KGB의 경우 미남계로 포섭한 여성을 활용한 뒤 제거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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