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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학급 회장 뽑을 때, 한 표의 중요성 느껴봤나요

신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리더를 뽑는 선거도 시작됐죠. 우리는 초등 3학년부터 매년 선거를 해왔습니다. 좋은 리더를 뽑기 위해 공약을 살피고, 평소 태도도 주의 깊게 봤죠. 또 리더가 되어 학교를, 학급을 좋게 만들기 위해 골머리도 썩어봤습니다. 이 모든 활동이 바로 정치입니다. 그래도 멀게 느껴진다고요? 그럼, 이번 주 소중에서 소개하는 정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일 잘할 학급회장을 알아보는 법부터 일 잘하는 하는 학급회장을 만드는 비법까지, 다양한 정치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글·취재= 황정옥 기자, 이연경 프리랜서 기자 ok76@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참여 학생 기자= 김가영(서울 강동중3)·김소연(서울 월곡중1)·김서영(서울 신길초6)·김준형(서울 상현초6)
참고서적=『좋은 정치란 어떤 것일까요?』『민주주의』
 
대담 참석자 

'학급선거와 민주주의'란 주제로 열린 가상 대담에 참석한 김준형·김소연·김가영·김서영 학생기자와 김준형 한동대 교수. 기사는 김 교수와 소년중앙 학생 기자들이 함께한 메일 인터뷰를 카톡 대화로 재구성해 작성됐다.

'학급선거와 민주주의'란 주제로 열린 가상 대담에 참석한 김준형·김소연·김가영·김서영 학생기자와 김준형 한동대 교수. 기사는 김 교수와 소년중앙 학생 기자들이 함께한 메일 인터뷰를 카톡 대화로 재구성해 작성됐다.


1. 정치
조지 프레데릭 와츠 '아일랜드 기근'(1850).

조지 프레데릭 와츠 '아일랜드 기근'(1850).

준형: 우와 교수님 이름과 제 이름이 같네요. 히히.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정치가 뭐에요?
김준형 교수(이하 김 교수): 멋진 자동차, 근사한 집, 맛있는 음식처럼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은 대체로 비슷하지? 하지만, 이런 자원은 부족해 모두가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없어. 그럼 어떻게 될까?
서영: 서로 가지려고 싸우거나 다툴 것 같아요.
김 교수: 맞아. 그럴 거야. 냉혹한 동물의 세계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면 더 갖겠다고 다툼이 일어나겠지. 정치는 이런 다툼을 조정하고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야.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남겼어. 인간은 정치를 떠나서 살 수 없다는 의미로 알려진 말인데, 난 가끔 이 말에서 ‘정치’라는 단어를 빼고 생각해봐.
가영: 인간은 동물이다.
아이들 일동: ㅋㅋㅋㅋㅋㅋ
김 교수: 그래. 맞아 정치를 빼면 동물이 되지. 인간이 정치를 잃어버리면, 혹은 정치를 잘하지 못하면 동물이나 다름없다는 의미가 되는 거야. 그만큼 정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활동이지.
소연: 어떤 정치가 좋은 정치인가요?
김 교수: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난 약자를 잘 돌보는 것이 좋은 정치라고 생각해. 정부와 정치가가 있는데도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몫까지 모조리 가져간다면 그 정치는 나쁜 정치지.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에 대해 써보세요. 

[이야기 BOX] 자원의 공평한 분배
1845년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에 끔찍한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이 전염병은 멀쩡한 감자를 순식간에 썩게 만드는 감자 마름병이었죠. 전염병은 무섭게 확산돼 아일랜드 전역의 감자밭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생산량은 급속도로 감소했습니다. 감자 생산량이 줄자 굶어서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대기근이 발생한 것이죠.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감자 마름병이 유럽 전역에서 발생했지만 이 병으로 대기근 상태로 빠진 나라는 아일랜드뿐이라는 사실이죠. 당시 아일랜드를 통치하고 있었던 영국의 찰스 트리벨리언 재무장관은 그 이유를 ‘감자 밖에 먹을 줄 모르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식습관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굶주림으로 25만 명이 죽어가던 1874년, 4000척의 배가 영국을 향해 출항했습니다. 배 안에는 밀· 귀리·소·돼지·버터 등이 가득 실려 있었죠. 이 식량은 영국에 살던 지주들의 아일랜드 농장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가족과 이웃이 굶주림에 죽어가도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작물을 나눠 먹을 권리가 없었던 것이죠. 당시 아일랜드를 통치하고 있었던 영국은 아일랜드의 고통을 외면했고 8년 동안 지속된 대기근과 전염병으로 125만 명의 아일랜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라를 버리고 떠난 사람만 1만 명이 넘었죠. 자, 여러분은 이 비극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네요. 정말 감자 마름병 때문일까요. 아님, 식량을 나누고 공평하게 분배할 권력과 정치의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2. 민주주의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 및 아랍권에서 민중 봉기로 독재정 권을 무너뜨린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혁명은 이집트·알제리·예멘 등 독재정권에 시달리던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로 민주화시위가 확산된 계기가 됐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 및 아랍권에서 민중 봉기로 독재정 권을 무너뜨린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혁명은 이집트·알제리·예멘 등 독재정권에 시달리던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로 민주화시위가 확산된 계기가 됐다.

김 교수: 여러분은 민주주의란 단어에서 어떤 생각이 드니?
가영: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
서영: 모두 공평하게 살아가는 것이요.
준형: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
소연: 대표자 한 명의 뜻대로 하는 게 아니라 전체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요.
* 여러분이 생각나는 민주주의에 대해 적어보세요.

김 교수: 오호. 모두 잘 알고 있군. 민주주의는 영어로 데모크라시(Democracy)라고 해. 그리스어로 국민을 뜻하는 데모스(Demos)와 정치를 뜻하는 크라티아(Kratia)가 합쳐진 말로 국민에 의한 정치라는 뜻이지. 왕이나 소수의 사람이 권력을 독차지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소연: 민주주의는 언제 시작됐어요?
김 교수: 옛날에는 모든 국가를 왕이 다스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꼭 그렇진 않아.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 중에 하나인 아테네에서 시작했어. 물론, 아테네도 처음에는 왕이 다스렸어. 그러다 점점 귀족들이 참여하게 됐고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다스리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린 거지. 그래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전성기라 불리는 페리클레스 시대(기원전 5세기)에는 민회를 만들어 시민권을 가진 성인남자라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지. 민회에서는 법을 만들고, 중요한 관직을 뽑고, 나라에 필요한 중요한 결정도 내렸지. 오늘날 정부 같은 역할을 했어. 이런 아테네의 민주제도를 직접민주주의라고 부르지.
서영: 우리는 직접민주주의 아닌가요?
김 교수: 아테네 시민은 전체 인구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어. 수가 적었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했지. 하지만, 20세기 들어 사회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인구도 급증했어. 그래서 개인을 대신해 정치활동을 할 대표를 선발하는 대의제가 등장하지. 아테네처럼 국민의 직접 지배가 아니라 대중의 동의에 의한 지배로 바뀐 거지.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너희들이 생각하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부작용은 무엇인 것 같니?
준형: 내 생각은 다르지만 다수의 결정을 따라야하는 것이요.
김 교수: 그래, 49%가 반대라도 51%가 찬성이면 찬성의 의견으로 결정되지. 또 다른 생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민주주의 부작용을 적어보세요.

[이야기 BOX] 재스민 혁명
2010년 12월 17일 오전 11시 30분. 하늘을 가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튀니지 시청사에 울려 퍼집니다. 20대의 건장한 청년이 몸에 휘발유를 둘러쓰고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이죠. 지나가던 사람들이 서둘러 불을 끄고 쓰러진 청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청년은 결국 화마가 휩쓸고 간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2011년 1월 4일 죽음을 맞이합니다.
청년의 이름은 모하메드 부아지지입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어려웠던 그는 여덟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과일과 채소를 파는 작은 노점상을 시작했죠. 그날 역시 그는 새벽부터 거리에 나와 물건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때, 노점상 단속이 시작됐죠. 시청 직원과 경찰로 구성된 단속반은 인정사정없이 가판대의 물건을 쓸어 담아 압수하고 이를 말리는 모하메드에게 폭력까지 휘둘렀습니다. 가판대는 처참이 부셔졌고 어렵게 마련한 저울마저 압수당했죠. 생계가 막막해진 모하메드는 결국 죽음으로 부당함을 알리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맙니다.
모하메드의 분신자살 영상은 페이스 북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이를 지켜본 튀니지 사람들은 부패한 독재정권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24년간 지속된 튀니지의 독재정권은 이렇게 국민들의 손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됩니다.
튀니지의 이야기는 이웃나라로 전해져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집트에서는 30년 동안 집권한 독재자 무바라크가 내려왔고, 리비아에서는 42년 동안 철권 통치자라 불리던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죠. 이를 두고 사람들은 튀니지의 국화인 재스민의 이름을 붙여 재스민 혁명이라 부르죠.

3. 선거
별장에 찾아온 아이들을 만난 히틀러(위 사진). 힌덴부르크(왼쪽) 독일 대통령과 총리 시절 히틀러.

별장에 찾아온 아이들을 만난 히틀러(위 사진). 힌덴부르크(왼쪽) 독일 대통령과 총리 시절 히틀러.

김 교수: 학급과 학교를 이끌어 갈 새로운 리더들은 잘 뽑았어?
모두: 네.
김 교수: 너희들만의 좋은 리더를 뽑는 비법이 있니?
소연: 평상시에도 친구들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궂은일도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는 후보자에게 주는 한 표는 아깝지 않죠.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를 뽑는 비법을 적어주세요.

가영: 사실 외모가 멋지거나 말을 잘하는 친구들이 주로 리더 자리를 꿰차잖아요. 그런 친구들은 회장을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도 주변 친구들이 부추겨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전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인기 많은 친구들보단 열정이 보이는 친구들에게 한 표를 주는 편이에요.
김 교수: 준형이는 어때?
준형: 저는 예쁜 친구가 나오면 그 친구에게 한 표를….
준형 외 3인: 뭐라고?
김 교수: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매력적이긴 하지. 외적인 느낌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을 '이미지 선거'라고 말하기도 해. 하지만 이미지만 가지고 사람을 뽑는 것은 위험해요.
준형: 위험하다고요? 왜요?
김 교수: 리더를 뽑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한 국가의 리더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하거든. 리더가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또 이를 위한 공약들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꼭 살펴봐야해.
서영: 맞아요. 아무리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이 좋더라도 현실성 없는 공약들을 내건 후보자라면 믿음이 가지 않아요. 전에 체육관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있었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 교수: 좋은 공약을 만들고 끝까지 잘 지킨 리더는 없었어?
가영: 저희 학교에서는 학생식단이 있어요. 한 달에 한번 학생들이 원하는 식단을 짜는 건데요. 학교 회장이 공약으로 내 걸어 실천한 거예요.
*지난 리더들을 돌아보며 좋았던 경험을 적어주세요.

[이야기 BOX] 히틀러도 선거를 뽑혔다
1919년 6월 28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32개 국가의 대표들이 모였습니다. 그 가운데는 독일 대표도 끼어있었죠. 이들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들이었습니다. 전쟁 후 평화적인 국제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협정을 맺기 위해 모였죠. 하지만 이날은 독일 국민에게만큼은 ‘치욕의 하루’이었습니다. 협정문 안에 ‘연합군 측에 거액의 배상금을 준다’, ‘의무병역제도를 폐지한다’ 등 굴욕적인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돌프 히틀러는 그런 독일 국민들의 자존심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진 리더였습니다. 1932년 히틀러는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36.8%의 득표율로 낙선했습니다. 하지만 당선된 힌덴부르크 대통령의 나이는 86세.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2인자에게 권력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1933년 1월 30일, 히틀러는 나치당의 당수이자 총리로 임명되죠. 히틀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존 의회를 해산시키고 선거를 다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나치당은 선거에서 의회 의석수 중 288석을 얻어 81석을 획득한 공산당에 압승을 거두죠. 이 같은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히틀러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군사 역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합니다. 독일인들이 다시 '강한 독일'을 꿈꾸게 된 순간이죠.
이후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학살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끔찍한 만행을 저지릅니다. 독일 의회 역시 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죠. 히틀러가 수권법(의회가 행정부에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법)을 통과시켜 탄핵 등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들을 못 쓰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손꼽히는 히틀러의 탄생은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이런 결과가 빚어진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국민들의 잘못된 판단에 있죠. 분노를 식히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민주적이고 윤리적인 리더를 고르는 데는 검증의 날을 세우지 못한 겁니다.

4. 권력 감시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4·16 세월호 참사를 상징해 416개의 횃불이 등장했다. [뉴시스]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4·16 세월호 참사를 상징해 416개의 횃불이 등장했다. [뉴시스]

준형: 요즘 뉴스에서 가장 자주 들려오는 말이 바로 '탄핵'이에요. 교수님, 탄핵이 뭔가요?
김 교수: 대통령·국무위원·법관·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법이 지정한 공무원들의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말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등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해내지 못했을 경우 국회가 나서서 탄핵 소추(공무원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는 일)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구하는 거지.
가영: 그런데 왜 국회가 탄핵을 나서서 진행하는 것인가요?
김 교수: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이야.
소연: 조금만 더 설명해주세요.
김 교수: 국회는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돼 있는 정부기관이야. 이런 국회에 탄핵의 권한이 있다는 것은 '권력자가 저지른 잘못을 꾸짖을 수 있는 힘이 곧 국민에게 있다'는 말과 같아. 다시 말해 탄핵 제도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공직자들에게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국민이란 것이야. 우리를 대표하는 국회는 이를 대신 해줄 뿐이지.
서영: 하지만 탄핵이 이슈가 된 요즘 정치권이 너무 혼란스러워진 듯해 걱정이에요. 우리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게 맞는 건가요?
김 교수: 정치가 안정되면 대부분 좋지만, 안정 됐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야. 지금은 혼란스러워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잡아야해.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숱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성장하고 있거든. 다행이 우리에게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야. 한강의 기적이 경제를 살렸다면, 광화문의 기적은 우리 사회를 보다 민주적으로 성숙하게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준형: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김 교수: 좋은 리더는 국민의 감시와 다양한 권력기관의 견제 속에서 탄생하는 거란다. 너희들이 뽑은 학급회장도 마찬가지지. 공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 솔선수범하는지 잘 살펴보고 잘하면 칭찬해주고 잘못하면 꾸짖어 줘야 좋은 리더로 성장하지. 이번 사태도 역시 권력자들에 대한 감시를 촘촘히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거야.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니까.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 사건과 같은 정치 사건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적어주세요.

[이야기 BOX] 촛불집회와 권력 감시
지난해 10월 29일,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1차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집회의 슬로건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이후에도 '촛불의 선전포고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2월에는 탄핵하라',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 등의 슬로건을 걸며 계속 이어진 촛불집회는 지금껏 많은 기록들을 세워왔죠. 지난 4일까지 무려 19번의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여태 광장에 모인 사람의 수는 총 1500만 명. 누적 인원 역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집회의 자유란 자유권(국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자유)의 일종으로, 특정한 의제에 찬성하는 집단이 정부 등의 제한을 받지 않고 특정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자유를 말해요. 이 같은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로도 폭넓게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이 모인 촛불집회를 통해 사회 지도자들에게 보다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역대 최장 기간 그리고 최대 규모의 이번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은 기존 사회 제도를 개혁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검 등 수사기관들도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 갖은 애를 쓰고 있죠. 언론들도 권력 비판에 그 어느 때보다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금껏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세력들이 거리에 나선 평범한 시민들의 말을 귀담아 듣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촛불집회가 국민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순 없습니다. 또 촛불집회로 모든 것을 새롭게 고칠 수도 없죠. 하지만 촛불집회로 단합된 시민의 목소리는 이처럼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죠.
 
김준형 교수는…
한동대학교에서 국제 정치를 가르치는 교수님입니다. 미래의 한국사회를 이끌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길러 내는 일에 관심이 많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련 책을 쓰고 있죠. 저서로는 『전쟁과 평화로 배우는 국제 정치 이야기』『내 한 표에 세상이 바뀐다고?』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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