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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대신 기술 도핑? … 나이키 ‘운동화의 과학’ 퇴출 공방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지난해 말 ‘첨단 운동화’를 출시한 것을 계기로 세계 스포츠계에 ‘기술 도핑(technology doping)’ 논란이 한창이다. 기술 도핑이란 스포츠에서 도구나 장비가 기량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스포츠의 진화냐 불공정이냐 논란
깔창에 용수철 역할하는 탄소섬유
184g 무게에 내딛는 힘 13% 높여
나이키 신고 리우 마라톤 1·2·3위
전신 수영복 퇴출, 의족은 일부 인정
국제육상연맹 2주 뒤 회의서 결정

나이키는 지난해 12월 ‘브레이킹2’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포츠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현재 2시간2분57초(데니스 키메토·케냐)인 마라톤 풀코스(42.195㎞) 세계기록을 2시간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나이키는 특히 첨단 운동화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나이키 운동화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도 큰 효과를 봤다.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페이사 릴레사(에티오피아), 갈렌 루프(미국)가 같은 모델의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금·은·동메달을 땄다. 나이키는 브레이킹2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성능을 강화한 ‘콘셉트 카’ 개념의 새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나이키의 새 운동화에 대해 “신발이 규격에 맞게 제작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IAAF는 2주 안에 경기위원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IAAF 경기 규칙 143조엔 ‘선수에게 불공평한 이점(unfair advantage)을 줄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한 신발을 제작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재질·규격 등에 대한 명문화된 세부 규정은 없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자에서 “IAAF는 나이키의 새 운동화 깔창에 포함된 탄소섬유 바닥재가 용수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운동화는 무게가 184g에 불과하다. 신발 중창에 스펀지처럼 가늘고 뻣뻣한 탄소섬유판이 박혀 있다. 나이키 측은 “탄소섬유판이 일종의 새총 또는 투석기 역할을 한다. 기존 운동화에 비해 착지 후 내딛는 힘을 13% 정도 높여준다. 또 에너지 소모를 4% 줄여 피로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스포츠 과학자인 로스 터커의 말을 인용해 “나이키 설명이 사실이라면 이 신발을 신은 선수는 (평지보다) 1~1.5% 경사진 내리막길을 줄곧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첨단기술 운동화 신으면 내리막길 뛰는 셈”
 
나이키는 리우 올림픽 1위 킵초게와 2015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 렐리사 데시사(에티오피아) 외에 하프코스(21.0975㎞) 세계기록 보유자 제르세나이 타데세(에리트레아)를 ‘인간 대표’로 뽑았다. 생체역학·생리학·심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전담팀도 구성했다. 2년 안에 마라톤 풀코스에서 2시간 벽을 돌파한다는 나이키의 목표에 대해 당장 업계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 “나이키의 상술”이라고 비판했다.
 
물의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인 전신 수영복을 입은 호주의 수영선수 이언 소프. [중앙포토]

물의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인 전신 수영복을 입은 호주의 수영선수 이언 소프. [중앙포토]

수영에서는 오래전 기술 도핑 논란이 불거졌다. 수영용품업체 스피도는 1998년 폴리우레탄을 이용해 물의 저항을 줄인 전신 수영복을 개발했다. 이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늘면서 2008년에만 108개의 세계기록이 쏟아졌다. 결국 전신 수영복은 2010년 퇴출당했다.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을 신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중앙포토]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을 신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중앙포토]

기술의 허용 범위 역시 논쟁거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장애인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을 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했다. IAAF는 ‘선수는 대회에서 스프링이나 바퀴 등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피스토리우스의 올림픽 출전을 막았다. 그러자 그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출전 제한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지난해엔 장애인 멀리뛰기 선수 마르쿠스 렘(29)의 의족이 논란에 휩싸였다. 렘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 나서려고 했지만 기술 도핑이라는 IAAF의 반대에 부딪혀 출전하지 못했다.
 
체육철학자 김정효(서울대 강사) 박사는 “스포츠는 인간 신체의 탁월성을 겨룬다. 기술이 신체의 탁월성의 한계를 넘어서느냐가 기술 도핑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 탄력성을 능가하는 고탄력 신발은 기술 도핑이 되는 것”이라며 “결국 이 기준을 설정하는 것 역시 과학의 힘이다. 이것이 기술 도핑의 역설”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한·김원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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