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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코리아] 보수·진보 함께, 정권 바뀌어도 이어질 대북정책 만들자

남북관계 틀 새로 짜자
 
 
개성공단을 향하는 이 길이 다시 열리려면 북핵 포기와 남북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중앙포토]

개성공단을 향하는 이 길이 다시 열리려면 북핵 포기와 남북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중앙포토]

남북관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연초 시작된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 공세에다 김정남 암살 사태까지 터지면서 국민의 대북 여론은 최악을 치닫고 있다. 한·미 합동군사 연습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위협으로 한반도 정세는 벼랑 끝에 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인해 5월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북정책 추진과 국제공조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리더십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리셋코리아 통일분과의 제안
북 잇단 도발에 최악인 여론 풀려면
국회가 앞장서 보수·진보 공감대를
상호인정, 상시대화, 상생 인도지원
‘3상 체제’ 가동해 대치국면 뚫어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신중을

 
헝클어진 한국호(號)의 방향타를 새로 잡자는 리셋 코리아 통일분과가 어젠다 도출에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의 틀을 다시 짜보자는 제안을 내놓기에는 정세가 너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참석자들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이런 격랑에 마냥 갇혀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한반도 주변 열강의 힘겨루기와 남북관계 악재, 국내적인 정치 혼돈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 청사진 마련은 화급한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김병연(서울대 교수) 통일분과장은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분열적인데, 그러한 정책들은 지양하고 지속 가능하고 합의할 수 있는 어젠다를 먼저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차례의 전체회의와 난상토론식 논의를 통해 분과위원들은 여야, 진보·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만드는 게 출발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국회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나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창석(전 통일부 실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진보정권 10년, 보수정권 10년이 지나면서 이제 서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며 “독일 통일에서 가장 부러운 건 브란트 총리가 주도한 동방정책을 1983년 콜 총리가 그대로 이어받아 계속 진행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대북 이슈를 어느 진영의 전유물이나 갈등의 요소로서가 아닌 헌법적 가치를 지닌 사안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박영호(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원대 교수는 “새 헌법에 통일 관련 조항을 반드시 넣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인도적 지원, 북 주민들 대남 적개심 없애
 
 
남북기본조약 체결 같은 전향적 의제도 제기됐다.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고 ‘통일정책’보다 ‘대북정책’으로 접근하자”(김근식 교수)는 주장이다. 박영호 교수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남북기본합의서를 업데이트해 ‘남북관계협정’ 또는 ‘남북관계합의서’를 만들자”고 말했다. 현재의 대립적 남북관계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설문 결과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는가’란 질문에 50% 이상이 인정한다고 답했지만 이건 40% 넘게 인정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김정남 암살 사태로 주목을 끈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장용석 책임연구원은 "그때그때 불거지는 (인권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면서도 대북 인도 지원의 재개를 조심스레 제기했다. 정태용 연세대 교수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때 우리 국민의 대일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구호물품 등을 보냈다”며 "대북제재나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문제는 원칙을 잡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없애고 마음을 열게 하는 게 필요한데 그 열쇠가 바로 인도적 지원이란 주장이다. 이와 함께 북한 최고 지도자의 과격한 대남비방 발언이나 호전적 행태가 우리 국민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북한 인권문제엔 단호하게 문제 제기를”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로 지난해 2월 폐쇄된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2008년 7월 중단) 재개 등에는 통일분과 위원들은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남북관계 복원이나 본격적인 경협을 위해 검토될 수 있지만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다. 대신 비정치적 분야의 협력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제재 국면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회·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가장 낮은 단계의 교류 협력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제안과 토론 끝에 논의의 물줄기는 대략 세 개로 큰 가닥이 잡혔다. 당장 현실성 있게 추진하긴 어렵더라도 남북한 간에 상호 실체를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통일 준비와 남북 서로간의 이해를 위해 상시적인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남북한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인도 지원과 협력도 꼽혔다. 김병연 분과장은 "이를 ‘3상 체제’로 엮어 남북 대치국면을 돌파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짜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통일전문기자) 소장,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이경주 인턴기자, 김혜진 리셋 코리아 인턴 lee.youngj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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