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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밀월’ 깼다, 손흥민 골 폭풍

해트트릭을 달성한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기뻐하는 손흥민. 상대 팬들의 인종차별적 구호에 굴하지 않고 실력으로 응수했다. [런던 로이터=뉴스1]

해트트릭을 달성한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기뻐하는 손흥민. 상대 팬들의 인종차별적 구호에 굴하지 않고 실력으로 응수했다. [런던 로이터=뉴스1]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사에서 열린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윙 포워드 역할론’을 설명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FA컵 8강 토트넘 6-0 대승의 주역
상대팀 팬들 아시아인 비하 구호
손, 흔들리지 않고 해트트릭 응수
영 언론 “저질 팬들 입 다물게 해”
23일 월드컵 예선 중국 원정 동행
경고 누적으로 못 뛰지만 힘 보태

“그 포지션(윙 포워드)은 손흥민처럼 스피드가 탁월하거나 또는 개인 기술로 돌파해서 찬스를 만드는 능력 중 한 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면서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골을 넣으려면 볼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공간을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윙 포워드의 덕목을 설명하며 대표팀 내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의 존재감을 에둘러 강조했다.
 
13일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끝난 토트넘 홋스퍼와 밀월 FC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은 ‘측면 지배자’ 손흥민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손흥민은 이날 잉글랜드 3부리그팀 밀월을 상대로 세 골(시즌 12~14호)을 몰아넣었다. 전반 41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왼발로 감아차 첫 골을 뽑았다. 후반 9분에는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상대 문전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을 추가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왼발 발리 슈팅으로 한 골을 보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후반 34분에 동료 공격수 빈센트 얀센(23·네덜란드)의 골을 도운 손흥민은 이날 4개의 공격포인트(3골 1도움)를 기록하며 토트넘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경기 후 구단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축구공을 들고 환히 웃는 손흥민의 사진을 게재했다. ‘해트트릭 영웅(hat trick hero)’이라는 제목을 함께 붙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아르헨티나)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훌륭했다. 침착히 기회를 기다린 뒤 제대로 끝냈다”고 칭찬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인 선수 가운데 공식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험난한 주전 경쟁을 딛고 이룬 성과라 더욱 빛났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로 뽑히며 시즌 초반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올 들어 입지가 대폭 줄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새롭게 가동한 스리백(3-back) 전형에 적응하지 못해 공격수 해리 케인(24),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25), 델레 알리(21) 등 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밀월과의 경기전까지는 3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밀월전에서 알리와 함께 2선 공격수 역할을 소화하던 그는 전반 10분께 스트라이커 케인이 발목을 다쳐 빠지면서 공격 구심점 역할을 물려받았다. 상대 위험지역 언저리에만 머물지 않고 양쪽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한번 흐름을 타면 계속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밀월전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린 게 남은 경기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상대팀인 밀월 팬들의 몰상식한 인종차별적 응원 구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들은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마다 “DVD”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불법 복제 DVD를 파는 아시아인’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담은 응원 구호였다. “그(손흥민)가 너희 집 래브라도(개)를 먹어치운다(he eats your labrador)”는 내용의 노랫소리도 울려퍼졌다. 원숭이 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준 이하의 응원에 속시원한 연속골로 응수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손흥민이 해트트릭으로 시끄러운 원정 팬들을 입다물게 했다’고 보도했다. FA는 경기 후 “밀월 팬들이 인종차별적인 응원을 펼친 혐의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 발표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를 맡고 있는 손흥민은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6차전에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다. 출전 가능한 경기는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약체 시리아와의 7차전 뿐이다. 그럼에도 13일 발표한 A매치 2연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원정에도 동행한다. 손흥민이 대표팀 동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할 것이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전이 열리는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은 원정팀을 압도하는 응원 분위기로 악명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드배치 논란 등 정치적인 이슈까지 더해져 중국전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경기장 분위기에 눌려 우리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미디어팀장은 “손흥민은 영국 런던에서 창사로 곧장 넘어가 대표팀에 합류한다. 경고 누적 탓에 경기 당일 벤치에 앉지는 못하지만 훈련을 함께 하며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지훈·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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