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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과 박근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우리나라 법치와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민의 의사와 힘으로, 합법적 절차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권력을 평화적으로 박탈·퇴장시켰다는 점에서 유례가 드물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어제 퇴임식에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고백한 심경이 이해가 간다. 헌법재판관들은 92일간 주말을 빼고 매일 평의를 열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함과 동시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특히 이날 사상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인 이 권한대행의 퇴임식은 가족 초청 없이 헌재 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9분 만에 끝나 “간소하면서도 아름다운 퇴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우리가 겪은 통치구조의 위기와 사회갈등에 대해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말했다. 적확한 표현이다. 이런 인식은 “비록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이 권한대행이 인용한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한비자’의 구절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의미다. 탄핵결정문에서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길 바란다”고 했던 이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도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화합·상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탄핵 이후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 불복 의사를 밝힌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제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일견 최고권력자에서 뇌물수수 피의자로 바뀐 데서 오는 착잡한 심경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헌재 결정문에 나와 있듯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공익실현 의무가 있다. 며칠 전까지 국가 최고위직 공무원이던 사람이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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