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울대 학보 1면 백지 발행 이유는

“대학 측이 ‘물대포’ 논란을 해명하겠다고 학생들에게 공개한 CCTV 영상에는 학생이 소화기 뿌리는 장면밖에 없었다.”
 
서울대 재학생 김모(23)씨는 13일 서울대 본부 점거 농성 사건에 대한 대학 측 설명을 들은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서야 반대 편의 진실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신문에는 학교가 학생에게 물을 쏜 장면도 있었다. 김씨는 “대학 측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여줬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대학 측이 학보의 편집권에까지 손을 댔다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시흥캠퍼스 문제로 촉발된 서울대 학생들과 대학 측의 갈등이 이 학교의 교내 언론으로 번졌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의 13일자 호외 1면에는 기사가 없었다. 대신 ‘전 주간 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합니다’라는 문구만 있었다. 11일 학교가 본관 점거 중이던 학생들을 진압하면서 ‘물대포를 쐈다’는 논란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대학신문은 이날 신문 2?3면을 통해 지난 1년 간 벌어진 일들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전 대학신문 주간인 임경훈 교수(정치외교학부)는 기자단이 쓴 ‘삼성전자 반도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를 위한 시민단체)’ 기사를 이유 없이 게재 거부했다. 또 학생들의 시흥캠퍼스 반대 본관 점거가 있던 시기 ‘개교 70주년 기사를 강조하라’며 직접 기사 제목을 정하려 했다. 본부 지원금을 대가로 본부가 추진하는 사업 기사를 싣는 계약을 기자단과의 상의 없이 체결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했다.
 
 최예린 대학신문 편집장은 “대학신문은 교수와 간사단, 학생기자단의 합의로 만드는 신문이지만, 전 주간은 기자단의 권한과 의견을 과도하게 묵살했다”며 “편집권 침해를 인정하고, 최종 편집권이 기자단에게 있음을 사칙에 명시하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신문 사칙에 명확한 편집권 규정은 없다.
 
 대학신문의 호외 발행이 있은 직후, 또다른 의혹도 나왔다. 총장과 전 주간 교수를 포함한 보직교수단이 대학신문 기사 논조에 대해 의논한 정황이 담긴 모 보직교수의 메모가 다른 학내 자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대학신문-어젠다가 시흥캠퍼스 밖에 없는가?’ ‘대학신문-공론 아닌 일부학생들 의견 3주 연속 1면 전면 할애’ ‘대학신문 체제 독재시대 유물 체제’ 등의 메모였다. 
 
 메모를 한 보직교수는 “지금 대학신문은 학교 자금으로 운영되는 법인이고 발행인은 총장이다. 논조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며 “‘독재시대’가 언급된 건, 대학신문의 구조가 이렇게 독특해진 것이 언론을 장악하려던 독재시대의 유물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은 강경하다. 전 주간 교수를 비롯한 대학신문 교수 자문위원단은 “기자단이 편집 회의에서 주간 교수의 말을 몰래 녹취하고 명예를 훼손했으면서 사과도 안 한다”며 “이 사건을 서울대 인권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메모를 했던 보직교수 역시 “메모는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이 훔친 것이며, 이에 대한 보도는 기자윤리와 학생윤리에 어긋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실망 역시 못지않게 크다. 현재 일부 동문들은 ‘성낙인 총장 퇴진 연서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졸업생 신모(27)씨는 “독재시대의 유물인 대학신문의 구조를 활용해 기자단의 편집에 관여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었던 게 문제 아니냐”며 “계속 강경책을 택하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면만 말하고 보여주는 학교의 행동이 불신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 어느 곳보다 인권이나 언론 자유 가치가 민감하게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진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