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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앞 지지자 900명 집결 … 박근혜, 눈물 글썽인 채 미소

불복 택한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탑승한 에쿠스 승용차(20오 8206·맨앞)가 12일 오후 7시20분쯤 경호차량들과 함께 청와대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탑승한 에쿠스 승용차(20오 8206·맨앞)가 12일 오후 7시20분쯤 경호차량들과 함께 청와대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연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다. 서울 삼성동 사저 앞에서 기다리던 측근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태극기를 들고 선 지지자들에게는 잠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12일 오후 7시38분부터 45분까지 7분간 그는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가지 직전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때도 표정으로는 웃고 있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집 안에서 보니 눈 화장이 번져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해 1476일 만에 청와대를 나온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가는 데는 22분 걸렸다. 그는 청와대에서 출발하기 직전인 오후 6시30분부터 약 30분 동안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수석 비서관들과 30분간 차를 마시며 얘기했다. 오후 7시부터는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 500여 명과 작별했다. 청와대 측은 “일일이 걸어가며 인사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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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에쿠스 EQ900)은 오후 7시16분 청와대에서 출발했다. 검은색 승용차 3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대와 경찰 오토바이가 엄호했다. 경로는 청와대→독립문→서울역→삼각지→반포대교→삼성동이었다. 한때 청와대에서는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들러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에 참배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충원장도 대기했다. 그러나 삼성동으로 곧장 향했다.
 
차가 집 근처 골목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창문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차에 내려서는 도열해 있던 친박 의원들, 전 비서실장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얘기했다. 웃으며 7분을 보낸 그는 집으로 들어갔다. 국민을 향해서는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의원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리라 믿는다”는 내용의 82자 문장을 내놓았다. 그 앞에 있던 한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을 따라 잠시 안으로 들어갔는데 청와대 이선우 의무실장과 윤전추 선임행정관, 여성 경호관 한 명, 남성 비서 한 명 등 4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기 때문에 경호·경비 외에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지 못한다. 청와대에선 앞으로 윤 행정관이 경호인력으로 신분이 바뀌어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삼성동 일대는 하루 종일 혼란스러웠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지자들이 모였다. 태극기를 든 이들은 ‘박근혜 국민 대통령님 환영합니다’ ‘종북 좌파 척결한 우리 국민 대통령 박근혜’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누군가가 “박근혜”를 선창하면 다른 사람들이 “대통령”이라고 후창했다.
 
오후 들어서는 아수라장이 됐다. 500여 명이던 지지자는 오후 4시쯤 9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촬영기자가 올라선 사다리를 발로 밀어 넘어뜨리고 취재차량에 돌과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을 향해 침을 뱉고 멱살을 잡은 채 “검찰, 경찰, 언론 다 썩어빠졌어. 우리 대통령은 우리가 지킬 거다”고 소리쳤다. 애국가를 부르며 울먹이는 지지자도 있었다.
 
골목길 350m에 경찰 1000여 명 배치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12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입구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12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입구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사저 앞 골목길 350m에 걸쳐 좌우로 이중, 삼중의 인간경계벽을 펼쳐 지지자들을 둘러쌌다. 경찰버스 20대가 사저 주변에 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10개 중대 1000여 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집으로 들어간 후에도 일부 지지자는 한 시간 가까이 남아 “탄핵 무효”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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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에 박 전 대통령 자택 안에서는 인부 서너 명이 바삐 움직였다. 오전에는 난방기구와 냉장고 등을 실은 화물차량이 오갔다. 취재진이 카메라로 이 장면을 찍자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이 “너희가 뭔데 박 대통령님의 사생활을 침해하려 하느냐”고 소리쳤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청와대 입성 전까지 23년간 이곳에서 살았지만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눴다는 주민은 찾기 어려웠다. 20년 넘게 근처에 살았다는 박모(71)씨는 “나는 직접 본 적이 없고 내 아들만 선거 날에 한 번 본 적이 있다. 동네 사람들과 박 전 대통령이 함께 나눈 추억은 없다”고 말했다.
 
김민관·여성국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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