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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불복’ 뚜렷한 메시지 … 명예회복 투쟁 선언한 셈

불복 택한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민경욱 자유한국당의원을 통해 메시지를 내놓았다. 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인사였다. 민 의원을 통해 나온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의사가 분명히 담겼다는 평가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올 때 아무런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방식으로 ‘우회적 불만’을 표시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박 전 대통령은 그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헌재 불복’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심지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명예회복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메시지에 담긴 뜻
최순실과 공범관계 끝까지 부인
검찰과 법적투쟁 정면승부 선택
승복 땐 혐의 인정으로 비칠까 우려
정치적 재기 위한 포석 해석도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과거 야당 대표 시절부터 언제나 상대와 정면승부만을 벌여왔던 그의 정치 스타일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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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조건만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정면승부를 벌일 때가 아니다. 10일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헌재 결정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80%대에 이른다. 지난달 태극기집회 숫자가 급증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탄핵 반대 여론 자체는 소수파다. 국회에서도 박 전 대통령 쪽에 선 의원들은 한국당 40~50명에 불과하다. 박 전 대통령의 주 지지기반인 영남권 민심도 과거와 같은 ‘묻지마 지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정면승부를 외치는 것은 일단 심리적으로 탄핵 사유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탄핵심판 최종변론 때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낸 의견서에서 “개인의 사익을 위해, 특정인의 이익 추구를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최순실이 그런 일을 벌였는지 까맣게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친박 “TK서 동정론 … 탄핵 새 평가 나올 것”
 
대통령으로서 주변 관리를 잘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자신을 최씨와 공범관계로 모는 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헌재는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최순실의 사익추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는 점을 탄핵 인용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을 하게 되면 자신이 강력히 부인했던 ‘형사적인 혐의’까지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어 승복을 하려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검찰과 법정투쟁이 벌어져도 이 부분만은 절대로 박 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차라리 ‘탄압받는 모습’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친박계 인사는 이날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자기 혐의를 인정하고 엎드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나마 남은 지지층마저 다 떨어져 나가 재기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검찰이 칼을 휘두르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피하지 않고 맞받아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근 태극기집회에 고무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만약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대구·경북(TK) 지역에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도 불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분위기와 구도라면 2~3년 뒤 이 지역을 중심으로 탄핵 사태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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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재기를 노린다면 대선 이후 정계 개편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조만간 들이닥칠 검찰의 칼날과 어떻게 맞설지가 선결 과제다.
 
정치권도 박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할 경우 어떤 정치적 반작용이 생길지를 두고 고심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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