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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소화기·물대포·욕설 … 상처만 남기고 끝난 서울대 점거 153일

153일간 이어진 서울대생들의 본관 점거는 결국 학교와 학생 간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뒤에야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본관 건물 문을 부순 뒤 소화기를 수차례 분사했다. [사진 대학신문]

153일간 이어진 서울대생들의 본관 점거는 결국 학교와 학생 간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뒤에야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본관 건물 문을 부순 뒤 소화기를 수차례 분사했다.[사진 대학신문]

서울대 본관 4층 성낙인 서울대 총장의 사무실 한쪽 벽면에 ‘기다려라 성낙인’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행정 관련 서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4층 복도엔 빈 페트병과 컵라면 그릇이 쌓여 있었고, 이불과 돗자리도 곳곳에 보였다. 1층 로비의 본관 안내판은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천장에는 분말과 물이 뒤섞인 자국이 뚜렷했다.
 

학생들 교직원 향해 소화기 분사
교직원, 호스로 학생들에 물 뿌려
극한 충돌 속에 행정관 점거 해제
“소수 강경파가 명분 없는 싸움
대화 없는 우리 사회 단면 같아”

12일 서울대 본관은 폐허 같았다.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서울대 일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설립 계획 전면 철회’를 내걸고 시작한 본관 점거의 마지막 모습이다. 점거 153일 만인 11일 오후 학생들은 “본관 점거 해제”를 선언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데는 학생들과 대학 모두에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 이어졌다.
 
지난 6일 학교 측이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에게 “이번 주 내로 리모델링 중이던 본관 일부 층에 이삿짐을 옮긴다. 방해할 경우 처벌될 수 있다”고 알린 게 시작이었다. 본관에 있던 20여 명의 학생은 ‘SOS’를 쳤고 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본관 로비 입구를 쇠사슬로 묶어 출입을 막았다. 토요일 오전 8시, 교직원 200여 명이 본관에 모였다. 이들은 그라인더로 학생들이 정문에 쳐 둔 쇠사슬을 끊어낸 뒤 사다리차를 타고 건물로 진입했다. 진입 직후, 교직원과 학생들은 충돌했다. “돈 받고 이러는 거냐”, “X새끼들 그만해라” 같은 막말이 난무했다. 1시간여의 몸싸움 끝에 학생 40여 명이 본관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들은 곧 “본관이 침탈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교직원들은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며 맞대응했다. 학생들은 “대학이 학생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고 울었고, 대학 측은 “학생들이 직원들을 향해 소화기를 쏴 신체 훼손의 위협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사진 대학신문]

교직원들은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며 맞대응했다. 학생들은 “대학이 학생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고 울었고, 대학 측은 “학생들이 직원들을 향해 소화기를 쏴 신체 훼손의 위협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사진 대학신문]

오후 3시, 학생 50여 명은 본관 재진입을 시도했다. 손에는 소화기와 렌치를 든 채였다. 본관 옆쪽에 나무로 된 문을 내리찍었다. 본관에 있던 교직원들은 장롱을 쌓아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30분 후, 벽에 금이 가고 손잡이가 부서지고 틈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학생들은 소화기를 분사했다. 흰색 분말로 시야가 흐려졌다. 교직원들은 소화전의 호스를 끌어다 물을 뿌렸고 학생들도 물에 젖었다. 건물에선 화재경보기 굉음이 울렸다. 난장판을 치른 뒤 협상이 시작됐고 학생들은 오후 6시30분 점거를 끝냈다.
 
학생들은 “학교가 생존권을 짓밟았다”고 울었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21세기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교가 물대포로 학생들을 진압했다. 이런 게 민주주의냐”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직원들이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쓴 상황에서 분말을 지우려 호스를 동원했다. 일부 학생이 넘어오려고 해 방어권 차원에서 잠시 물을 뿌렸다”는 해명 자료를 냈다.
 
캠퍼스 구성원들은 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가 물대포를 먼저 쐈다’고 알려졌을 때 학생들은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쏜 것은 변호해 줄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소화기를 먼저 쏜 학생들도 가해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총의를 모아 점거를 시작했다지만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이 많다. 소수 강경파만 명분 없는 싸움을 이끄는 게 우리 사회의 단면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학생들의 비판의식은 존중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 숱한 불법을 저질렀고 대화의 기회를 걷어찼다. 교육 현장에서 불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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