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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그 상처 … 사진에 다 담을 수 있을까요

안세홍 작가가 찍은 이 사진 속 주인공은 일본군 위안부의 중국인 피해자인 카오 헤이마오(95)씨. 할머니는 20대 시절의 증명사진을 내보이며 일본군이 앗아간 꽃다운 청춘을 떠올렸다. [사진 안세홍 작가]

안세홍 작가가 찍은 이 사진 속 주인공은 일본군 위안부의 중국인 피해자인 카오 헤이마오(95)씨. 할머니는 20대 시절의 증명사진을 내보이며 일본군이 앗아간 꽃다운 청춘을 떠올렸다. [사진 안세홍 작가]

140여 명. 사진작가 안세홍(46)씨가 17년 동안 한국·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동티모르 등지에서 찾아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다. 그는 이들의 주름진 얼굴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겹겹이 쌓인 상처와 함께.
 

17년째 해외 위안부 찍는 작가 안세홍
나눔의집서 피해 할머니들과 인연
“위안부 재조명, 전쟁 참혹함 알릴 것 ”
8월 한국, 9월엔 일본서 사진전도

재일교포와 결혼해 7년째 일본에서 거주 중인 안씨를 지난 8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작고 단출한 카메라를 꺼내 보이면서 “할머니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소리도 거의 내지 않고 찍는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동원한 위안부는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안씨는 2000년부터 국내외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기록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시아 전체에 존재해요.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안세홍 작가의 작품 사진

안세홍 작가의 작품 사진

프리랜서 작가였던 안씨는 1996년 나눔의집에서 화보 촬영을 하면서 할머니들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 피해 할머니의 이런 말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피해를 당한 우리가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런 짓을 저지른 일본이 부끄러운 거지.” 그 후 3년 동안 나눔의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길을 만났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는 여정은 험난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일본군 위안소가 설치됐던 지역들을 중심으로 수소문해 나갔다. 비행기나 배를 몇 시간 타고 산골이나 섬 마을을 뒤졌다. 제보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허탕을 친 적도 많았다. 그는 생업인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해 번 돈 대부분을 이 일에 쏟아 부었다.
 
안세홍 작가는 아시아 전역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 강정현 기자]

안세홍 작가는 아시아 전역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 강정현 기자]

어렵게 한 명의 피해자를 만나도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았다. 점점 조바심을 내는 자신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고 생각하자.’ 처음엔 대화조차 거부하던 할머니들도 수시로 찾아오는 그의 진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사진 촬영은 반드시 가족의 동의까지 얻은 뒤에야 진행했다.
 
안씨는 “인터뷰는 할머니들의 토막 난 기억들을 퍼즐처럼 맞추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5세로 별세한 이수단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로 중국까지 끌려갔던 할머니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에 머물렀다. 위안부 피해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할머니는 인형을 자신의 아이로 여기며 살았다(작은 사진).
 
동티모르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증언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동생이 언니의 상처를 들려줬는데, 할머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억을 잃었지만 고통은 남은 것이다. 안씨는 “동남아시아의 피해 여성들은 정부나 기관의 마땅한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들 피해자들이 당당한 목소리를 내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작품을 모아 2013년 포토에세이 『겹겹』을 펴냈다. 2003년 한국을 시작으로 뉴욕·파리·베를린 등지에서 사진전과 강연회 등도 열었다. 2012년 도쿄 전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전시장을 빌려주기로 한 니콘 측에서 일본 내 보수 세력의 항의를 받고 전시회를 돌연 취소했다. 하지만 안씨가 소송에서 이기면서 전시는 성사됐다. “니콘 측에서 전시장에 직원들을 배치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삼엄했어요. 일본 보수 세력에게 협박도 받았죠. 하지만 딸을 이끌고 전시장을 찾은 한 일본인 어머니의 모습에서 희망도 봤어요.” 그는 또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겹겹 프로젝트’를 추진해 피해 할머니들의 집을 수리하고, 의료비를 지원하는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올 8월 한국에서, 9월엔 일본에서 전시를 계획 중이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제 일은 계속될 겁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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