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주총 전자투표제, 뭐가 그리 두려운가

고란경제부 기자

고란경제부 기자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다. 대선이 목전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룬다. 기업들은 사회 전반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를 우려한다. 경영권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그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관점에 따라 우려할 만한 사안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반대 논리가 빈약하다. 미국·영국·일본 등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의무화한 곳은 홍콩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기업 자율에 맡기면 됐지 왜 법으로 의무화를 명시하느냐는 불만이다.
 
국내에도 2009년 전자투표제가 도입됐다. 주주 자본주의는 ‘1주=1표’의 원칙이다. 주주는 권리 행사를 위해선 주주총회에 참석해야 한다. 그러나 물리적·시간적으로 주총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이 있다. 특히 소액주주가 그렇다. 이들을 위해 기술의 힘(전자투표)을 빌려 주주 참여를 높이고 주총을 내실화하자는 취지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2014년까지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정부는 ‘당근’을 내놨다. 2014년 말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서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에 한해 예탁결제원의 중립투표(섀도우 보팅)를 허용했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예탁원이 대신 행사한다. 찬반 비율은 주총 참석 주주들의 찬반 비율과 같다. 곧, 중립투표는 안건의 통과 여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의결정족수를 채워준다.
 
그 결과 전자투표 도입 기업이 늘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156개사가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이 중 147곳이 섀도우 보팅을 활용할 목적이었다. 단 9곳만이 순수하게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시행됐다. 섀도우 보팅은 2018년부터 폐지된다.
 
기업(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기업이 주인의 권리 행사에 최선을 다했나 묻고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달 셋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 정기 주총이 몰려있다. 특히 24일은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주총을 여는 ‘수퍼 주총데이’다. 왜 24일을 고집할까. 주주들의 권리 행사를 고의로 방해하려는 처사가 아닐까. 매년 그랬다. 반대하는 주주가 없으니 주총에 상정된 안건들은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그런 기업의 꼼수를 막겠다고 도입한 게 전자투표다. 자율에 맡기라는데 그 결과는 어땠나. 기업이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반대하고 싶다면 최소한 17일이나 24일은 피해 주총일을 정하는 성의 정도는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고란 경제부 기자 neor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