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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자궁 속 큰 종양도 배꼽에 구멍 하나 뚫어 제거합니다"

문혜성 교수가 수술용 로봇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로봇수술 중에서도 어려운 싱글사이트 수술 경험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권위자다. 프리랜서 조상희

문혜성 교수가 수술용 로봇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로봇수술 중에서도 어려운 싱글사이트 수술 경험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권위자다. 프리랜서 조상희

명의 탐방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문혜성 교수
자궁은 여성의 상징이자 생명의 근원지다.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최근 자궁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여성 두 명 중 한 명이 자궁근종을 갖고 있고, 자궁암·자궁내막증 등의 질환은 급격한 증가 추세다. 자궁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다. 태아가 착상하는 곳인 만큼 세밀한 수술이 필요하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문혜성(로봇수술센터장) 교수는 자궁 질환 분야 최고 명의로 꼽힌다. 특히 로봇수술 분야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다 수술 경험을 갖고 있다.

복강경·로봇으로 종양 없애

통증·흉터·합병증 최소화

자궁질환 로봇수술 권위자


2009년 12월 20대 여성 류모씨가 문혜성 교수를 찾아왔다. 자궁에 38㎝가 넘는 거대 종양이 있는 환자였다. 여러 병원에 가봤지만 가슴 밑부터 배꼽 아래 끝까지 피부를 절개하고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임신하지 않은 가임 여성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술이었다. 이렇게 큰 부위를 절개하면 배 속 장기와 조직 등이 서로 엉겨 붙는 유착 위험이 높다. 게다가 통증도 심하고 한 달 넘는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이 여성은 고민 끝에 문 교수를 찾은 것이다.

문 교수는 환자를 세밀하게 살펴본 뒤 ‘단일공 무흉터 복강경 수술’을 권했다. 배에 구멍을 하나만 뚫고 이곳을 통해 수술의 전 과정이 이뤄지는 복강경 수술을 말한다. 당시 복강경 수술은 배에 구멍 3개나 4개를 뚫어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따로 넣은 뒤 배 안에서 종양 조직을 조각내 꺼내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20㎝가 넘는 거대 종양 수술은 개복 수술이 당연시되던 때였다.

문 교수는 이미 대부분의 복강경 수술에 배꼽을 통한 단일공 수술법을 써 온 터였다. 거대 종양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단일공 수술은 집도의가 배 속 해부도를 꿰뚫고 있어야 하고, 각도·위치 등 내시경 수술 도구의 가용 범위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며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세계 학회를 통해 거대 종양에 대한 단일공 수술 첫 사례로 보고됐다.
 
환자 맞춤형 수술법 고안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레지던트 시절부터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 온 노력이 숨어 있다. 문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창의적인 것을 좋아하고 도전하는 것을 무척 즐겼다”고 말했다. 이런 면모는 수술에서 더욱 빛났다. 기본적인 수술법을 터득한 후에는 항상 스스로 응용해 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문 교수는 “환자마다 종양이 발생한 위치나 깊이가 다른데, 교과서에 나오는 몇 안 되는 수술법으로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항상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수술법을 고민한 것이 다양한 수술법을 고안하는 원동력이 됐다.

수술 흉터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 교수는 “배에 남은 흉터 때문에 목욕탕에 못 가는 여성이 너무 많다”며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용 로봇이 국내에 도입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로봇은 복강경(내시경)에 비해 시야가 넓고 명확하며 입체적인 영상(3D)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 수술 시 닿기 힘든 곳까지 수술기구가 접근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자궁내막증처럼 자궁 조직이 다른 기관에 들러붙은 것을 하나하나 떼야 하는 수술에는 로봇 수술의 효과가 훨씬 좋다.
 
미국 로봇수술 가이드라인 돼
시야 확보를 위해 구멍을 세 개 정도 뚫고 수술기구를 집어넣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문 교수는 이번에도 구멍 하나로 하는 수술(싱글사이트)에 도전했다. 흉터·통증 등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구멍을 한 개 뚫어 수술기구를 넣으면 기구가 복부 안에서 복잡하게 교차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수술이다. 로봇 팔이 들어가는 공간에 대한 계산과 수술 부위의 상태 파악이 돼야만 가능하다. 문 교수는 “어릴 때부터 공간 감각력이 좋은 편이라 로봇 기구가 어떤 포물선을 그리며 조직에 닿을지 미리 계산할 수 있었다”며 “수술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문 교수는 싱글사이트 로봇수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현재까지 시행한 싱글사이트 로봇수술만 300례에 달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수술 케이스다. 최근에는 문 교수의 자궁근종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의 시행 기준이 미국 산부인과 내시경학회에서 국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자궁근종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의 경우 크기가 10㎝ 이하, 개수가 5개 미만일 때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내용이다. 문 교수는 “한국의 가이드라인이 세계 학회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혜성 교수는···
현 이대목동병원 로봇센터장
1998년 대한내시경학회 학술상(골반내시경을 이용한 자궁적출술 성공)
2010년 세계 최초 단일공(구멍 하나) 복강경 수술(무흉터)로 거대 종양 제거 성공
2016년 아시아·태평양내시경학회 구연상(거대 기형 종양 단일공 복강경 복합 기술로 제거)
자궁근종 싱글사이트 로봇수술 건수 국내·세계 최다
산부인과 로봇수술 건수 국내 최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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