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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행 체제 92일..."장관 책임 국정 운영" vs "대선주자 행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가 최장 60일간 대통령 궐위의 비상 시국을 이끌게 됐다. 대선 정국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라는 엄중한 책임이 황 대행 앞에 다시 놓였다.
 

현안 장관회의, 국정 컨트롤타워 삼아..."인사는 장관 추천대로"
중국 사드 반발 해법 부재..."외교안보 사안 국내 정치로 접근 우려"
대선 출마 논란에도 '국정 충실' 원론적 답변만

탄핵안 가결 이후 92일 간 국정운영을 이끌어 온 황 대행에 대한 평가는 무난했다는 평가와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차기 정부 출범까지 정국을 이끌어 가야할 황 대행 체제를 되짚어봤다.


 지난해 12월 9일 오후 5시. 국회를 통과한 탄핵 소추안이 청와대에 도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직후 황 대행은 외교ㆍ국방장관에 전화를 걸었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2004년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이 했던 조치를 그대로 따랐다. 이날 황 대행은 최측근 참모들에게 ”앞으로 3주가 중요하다. 국정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황 대행의 행보는 소극적 권한 행사에 한정했던 고건 전 대행과는 달라졌다.
 
첫 조치는 권한 대행 주재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였다. 시급한 현안 과제를 놓고 관련 부처 장관들과 집중 토의하고 즉각 대응한다는 황 대행의 의중이 담겼다. 논의보다 의결이 중심인 국무회의와 달랐다. 1차 현안 장관회의는 대행직 수행 3일째 소집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외교ㆍ국방ㆍ행자ㆍ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현안은 취약계층 지원대책과 북한 해킹 대비책이었다. 황 대행은 이 자리에서 “현안 장관회의를 국정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다”고 말했다. 장관회의는 92일동안 총 15차례 열렸다. 안보ㆍ경제ㆍ민생ㆍ국민안전 등 4개 분야에 집중됐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정책 논의가 활성화되고 황 대행이 부처 장관의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 대행이 장관에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부과하며 내각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가 거듭되면서 부처별 정책 경쟁이 형성되기도 했다고 한다.
 
황 대행이 부처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외교ㆍ안보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추천한 인사에 대해 거부된 경우는 없었다. 과거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대행은 헌법재판관이나 법무부장관 등 고위직 인사는 행사하지 않았지만 차관급 이하 인사는 공석이 있을 경우 임명해 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복수로 후보를 추천받는데 이 경우 차등된 점수가 같이 올라간다. 황 대행은 부처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권한 대행 체제에서 인사 문제는 소극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의 인사 개입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대행의 외교ㆍ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조기 배치에 대한 중국 반발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지만 해법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북한의 김정남 피살과 탄도미사일 동시 발사 등 도발 위협에 대해 안보ㆍ군사 중심적 접근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국제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외교ㆍ안보 사안을 국내 정치화했다”며 “황 대행 역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고 국민ㆍ정치권과 폭넓은 의사 소통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대로 대응하려면 입장이 정리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곤 버티기로 막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곧바로 정상끼리 만난 일본과 한국의 대응이 상당히 대비가 된 면이 있었다”며 “사실상 안보 사령탑 역할을 해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다음주 맥 마스터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나기로 한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황 대행의 국정운영과 별개로 가장 큰 논란은 대선 출마 여부였다. 지난 9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14.2%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6.1%)에 이어 2위였다. 범 보수 후보 가운데는 압도적 1위다. 하지만 황 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황 대행은 지난 2월 10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으로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송영길 민주당 의원)는 질문에 “제게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반복된 언론의 질문에도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했다. 지금까지도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황 대행이 ‘언제까지 똑같은 대답을 해야 하냐’고 말씀하셨는데 출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당내 황 대행에 대한 지지 기반이 없다”,“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한다면 역사적 죄인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여당에선 황 대행을 당내 경선 후보로 추켜세우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본회의장에서 박맹우 사무총장과 대화를 하며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홍(준표 경남지사)’란 메모를 했다가 사진기자에 포착되기도 했다. 황 대행이 결국 특검 연장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야당에선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며 황 대행의 탄핵 문제까지 거론하며 비판했다. 


청년들과의 간담회, 노인요양시설 방문 등 외부 공개 행보가 적지 않다는 점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황 대행이 고건 전 권한대행과 비교해 실무적, 현상유지적 권한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보수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는 대외적 행보는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정훈 서울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대선 출마 여부를 명확하지 않는 것은 국정 운영에 혼선을 가져오고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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