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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J가 돌아봤습니다] '탄핵폭탄' 떨어진 TK의 지금 반응은

'탄핵 인용.'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자 '박정희·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려온 대구·경북(TK)의 민심이 흔들렸다. 거친 탄핵 불복의 목소리, 탄핵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민심이 갈렸다. "탄핵으로 배웠으니 다음 대선 땐 실수하지 말자"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쪽선 분노·짜증…한쪽선 환영·당연
"탄핵 계기로 TK 정치지형 변화 있길"



10일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구미=김정석 기자

10일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구미=김정석 기자




"아이고 결국엔 잘렸네. 팔자도 참 파란만장한기라." 10일 오전 11시 대구 달성군 옥포면 강림리 경로당.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판결을 내리는 순간 노인들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경로당에 모인 10여 명의 노인들은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 “헌법재판관들도 못 믿겠네." “북한 놈들 소굴 된 국회 해산시켜야 한다." 체념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노인도 있었다. 일부는 경로당 문을 박차고 집으로 향했다. 달성군은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다. 김만수(85)씨는 “박 대통령이 달성군에서 처음 국회의원 할 때부터 우리는 열렬히 지원했다”며 “주변 사람을 잘못 만나서 불명예스럽게 내려오게 돼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경북 구미시 구미역 대합실. 시민들이 숨죽인 채 TV로 판결 장면을 지켜봤다.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는 자막이 나오자 사람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뒤 한 시민이 박수를 쳤다. 슬쩍 웃으면서 헌재의 판결을 기뻐했고 그러자 일부 시민은 짜증을 내면서 대합실을 나가버렸다. 
김문희(54·여)씨는 “최근에 분위기가 반전돼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을 내려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옆에서 연신 “대박”이라는 말을 하던 김은정(23·여)씨는 “당연히 탄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판결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며 “하루 빨리 국정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구미역에서 6㎞ 떨어져 있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착잡한 마음에 아침 일찍 인천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김용일(41·인천시 연수구)씨는 “역대 대통령 중에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있는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 생각해 존경한다. 이번 사태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 퇴색될까봐 걱정이다"고 전했다. 
지인들과 함께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시청한 전병억(78) 생가보존회장은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여럿 있어 기대를 걸었는데 전원 일치 판결로 탄핵이 돼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10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방문객이 거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구미=김정석 기자

10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방문객이 거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구미=김정석 기자

 

박 대통령의 본관인 고령 박씨 집성촌이 있는 성주군 선남면 성원리 주민들도 낙담한 표정이었다. 박교원(51) 성원리 이장은 “(박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고 불린 탄핵 반대 집회를 주최했던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회원 장모(56)씨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제 국회를 탄핵해야 한다. 완전히 해산시켜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회원들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헌재를 응징해야 한다” “종북 세력에 국정을 맡길 수 없다” 등 비판 글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탄핵을 당연시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표적인 이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 반대했던 이들이다. 
김충환 사드배치반대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속한 자유한국당이 더 이상 집권여당이 아니게 됐으니 기존 정부가 추진하던 모든 정책은 중지돼야 한다”면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드 배치는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산시 문명고 학부모인 오일근(45)씨는 “국정 교과서는 당연히 철회돼야 하는 것인데 박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철회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이날 오전 11시30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인용을 환영했다. 이들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임을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박근혜 탄핵은 시작이다. 청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핵 사태를 본 대구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동대구역에서 헌재 판결을 TV로 시청하던 직장인 김준엽(36·달서구 월성동)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역시 탄핵이었다"며 "시민들도 탄핵 인용을 통해 이젠 현실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78세라는 한 할머니는 "대통령에서 쫒겨난다고 생각하니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구 시청 인근에서 만난 이종휘(28·취업 준비생)씨는 "지역에서 엄청 밀고 찍은 보수 대통령이 떨어져 나갔으니 당장 우리 지역에선 무조건 손해인 것 같다. 앞으로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대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대구=최우석 기자

10일 오전 대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대구=최우석 기자




서문시장의 여론도 혼재돼 있는 모습이었다. “대통령이 딱하게 됐다”며 동정론을 펴는 이들을 여럿 접할 수 있었다. 반면 “상식선에서 봐도 이해할 수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고수하는 이들도 보였다. 시장에서 침구류를 판매하는 윤옥선(63·여)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익을 취한 적이 없고 사심 없이 국가 통치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에 맞춰 국정 운영을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최순실씨 등을 통해 인사를 하고 정책을 짠 것 자체가 국정농단이었기 때문에 탄핵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탄핵 인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구 서구청의 한 공무원은 "대통령은 공무원의 수장인데, 그 수장이 탄핵됐으니"라며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말했다. 한 간부 공무원도 "신분상 탄핵이 잘됐다, 잘못됐다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직원들의 분위기가 무거운 건 사실이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오후 2시를 전후해 간단한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TK 오피니언 리더들은 탄핵을 계기로  '박정희·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려온' 색깔을 벗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기(64)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준엄한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로 보수 지역 대구·경북이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해(48) 대구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당연한 결과다. 이번 탄핵을 계기로 박정희 시대 모델은 더 이상 안된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며 "철저하게 반성해서 진정한 리더십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은 “판결은 당연히 승복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기각을 기대했던 주위의 많은 분들도 당혹해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의 정치인으로써 실망하신 분들에게 위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병일(61)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과에 승복하고 차분히 맡은바 직분의 일을 다해야 한다"면서 "탄핵을 계기로 새로운 TK의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번의 오류로 족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기초 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태극기 집회 참석해 탄핵 반대 의견 내비쳤던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도 "헌재 결정 받아들어야 한다.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전했다. 
대구·구미·성주·김천=김윤호·최우석·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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