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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늘 승복이 법치의 새 역사 연다

조각상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원에 설치 된 ‘헌법의 수호자’ 청동 조각상. 강직하고 온화한 한국의 선비상을 본떠 1992년에 제작됐다. 저울이 새겨져 있는 법전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하고도 엄격한 법치를 상징한다. [사진 강정현 기자]

조각상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원에 설치된 ‘헌법의 수호자’ 청동 조각상. 강직하고 온화한 한국의 선비상을 본떠 1992년에 제작됐다. 저울이 새겨져 있는 법전을 들고 있는모습이다. 공정하고도 엄격한 법치를 상징한다. [사진 강정현 기자]

누군가는 이 악몽에 ‘끝’을 선언해야 할 시간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 92일째 온 나라는 분열과 혼란에 휩싸였다. 오늘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야말로 끝없던 이성의 표류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역사적 고비다. 헌재 앞 찬(贊)과 반(反)의 격렬함. 양 갈래 심판의 후폭풍에 근심 무거운 침묵의 다수. 진실의 외로움에 밤잠 설쳤을 재판관들. 이 모두가 오늘 보듬어야 할 단어는 바로 ‘법치(法治)’다.
 

“헌법만이 논란 있는 것의 최종 판단자”
재판관 8인은 법에만 충성해 결정해야

92일 이어온 분열과 혼란 끝낼 순간
겸허와 절제로‘치유의 시간’맞아야

대한민국 공동체의 두 작동 원리는 ‘법치’와 ‘민주주의’다. 탄핵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자신의 요구가 법치라며 헌재를 윽박질러 왔다. ‘의사표현의 자유’이기에 민주적이다. 하지만 하나는 틀렸다. 촛불 측의 ‘정의’나 태극기 측의 ‘애국’ 같은 인간의 재단(裁斷)보다 법치야말로 더 높은 가치다.
 
4·19 이후 첫 도입된 헌재는 5·16으로 기능이 정지됐다. 1987년 6·10 항쟁의 산물인 직선제 개헌에 이르러서야 부활했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의 큰 영향을 받았다. ‘헌법의 수호자’가 누구냐를 놓고 독일에선 “대통령”(카를 슈미트)과 “헌법재판소”(한스 켈젠) 간의 역사적 논쟁이 치열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선택한 최고의 헌법 수호자는 헌재였다. 히틀러와 나치스(Nazis)의 악몽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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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상 합법 절차로 집권한 히틀러가 저지른 홀로코스트 등 인간 존엄성의 훼손에 대한 처절한 반성의 소산이었다. 편견과 선입견, 자의성, 탐욕과 권력욕, 실수에까지…. 아무리 현인(賢人)일지라도 취약한 인간보다 법의 지배가 낫다는 결단이었다. 독일이 유럽의 지도국가로 존경받는 데는 독일 통일과 유럽연합(EU) 재정지원, 난민 포용까지 주요 현안마다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해 법치를 세운 헌재가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 전두환 국보위(國保委)가 제정한 5공 헌법 등 우리도 권력자 개인의 숱한 법 유린을 겪었다. 최고의 법인 헌법과 국민 기본권을 지키려 헌재를 부활시킨 이유다. 대통령이나 다수당의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s)’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s)’ 즉 법치로, 헌재를 그 법치의 보루로 우뚝 세운 게 우리의 현대사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인 1974년 8월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독촉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헌법만이 논란 있는 사실들의 최종 판단자”라며 상원의 탄핵 심의, 표결로 마무리하자고 끝까지 주장한 뉴욕타임스가 지키려 한 것 역시 법치였다.
 
심판의 오늘까지 헌법재판관의 성향, 배경에 대한 의구심은 이어져 왔다. 맞다. 그들이 전지전능할 수 없다. 법의 지배란 결코 법관의 지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헌재는 재판관 구성부터 한 곳의 권력에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국민 대표인 의회 청문회도 거쳤다. ‘6인 이상 탄핵’의 다수결까지 최대한의 독립과 정당성을 장치해 놓았다.
 
이제 유일한 길은 오늘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심판관은 어떤 압박과 사견에도 고개 돌리지 말라. 오직 법에만 충성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직무 행위가 법을 위배했는지, 직무를 계속 못할 중대한 사유인지 법의 판단을 대변하는 게 그들의 소명이다. 그게 승복의 근거다. 국회가 국민만 보고 표결하듯, 법치의 수호자인 헌재는 오직 법만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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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차례의 촛불집회, 태극기 광장의 시민들도 이젠 헌재의 심판을 수용해야 할 시간이다. 개인의 신념보다 ‘법 안의 자유’만이 함께 사는 사회를 지탱할 수 있다. 더 이상의 갈등은 모두를 공멸의 나락으로 빠뜨릴 뿐이다. 지난 석 달간 저항의 권리를 행사하면서도 폭력과 불법에 선 그었던 고귀한 순간들을 이어나가 달라. 절제와 승복으로 ‘법치의 나라’란 새 역사와 전통을 우뚝 세워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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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역시 인용(파면)의 결정이 나올지라도 겸허히 머리 숙여주길 바란다. 법을 어긴 ‘법 위의 통치자’라는 탄핵심판의 혐의를 스스로 입증할 자기 부정의 우(愚)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정치권도 대선 유불리의 소탐(小貪)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선해야 한다. 이 미증유의 혼돈을 수습할 시작은 승복뿐이다. 그러곤 이제 ‘치유(治癒)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 때다.
 
정치 지도자 7인의 생각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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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탄핵심판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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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은 이제 치유의 민심이 돼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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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뜻이 관철되도록 노력하되 평화롭게 하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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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확신하지만 반대 결과가 나와도 승복은 당연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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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전에 대통령이 승복 약속을 해야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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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승복해야 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헌재 결정은 존중하나 공정한 결론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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