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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일본 … 일손 모자라 배달포기·영업단축 속출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중인 일본에서 급기야 ‘배달총량 규제’와 ‘영업 중단’이 등장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 때문에 갈수록 배달과 매장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활기를 띤 내수 경기가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운송·소매·외식업 ‘호황의 역설’
온라인 판매 물류량 감당 못해
업계 1위 택배회사 무인화 추진
패션쇼핑몰 내달부터 폐점 당기고
맥도널드, 알바 구하기 TV 광고도

택배 업계 1위인 야마토운수는 최근 택배 운반 총량을 줄이기로 했다. 일정 규모를 넘기면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선 야간 배달과 수신자 부재(不在)로 인한 재배달을 중단하기로 했다.
 
40년 전 택배사업을 처음 도입했던 야마토운수는 ‘서비스가 우선, 이익은 나중’을 사시로 삼고 있는 택배업계의 전설이다. 과거 단 한번도 배달을 거부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악화되는 근로 여건을 더 이상 눈감을 수 없었다. 초과근로가 100시간을 넘어서고, 과로를 견디다 못해 연탄을 피워 자살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배달 기사들 사이에선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다.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노사협상 끝에 야마토운수 측은 이달 초 “직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잔업시간을 전년 대비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인력난 장기화에 대비해 무인화도 서두를 방침이다. 야마토운수는 2022년까지 택배 수요가 밀집한 도시를 중심으로 5000개소에 무인 택배함을 설치할 계획이다.
 
야마토운수가 상징하는 택배업계의 인력난은 임계치를 넘어섰다. 밀려드는 배달 물량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쇼핑이 급증하면서 1990년 연간 취급 건 수가 11억개였던 택배 물량은 최근 40억개로 치솟았다.
 
비명을 지르는 것은 택배업계뿐이 아니다. 밀리오레와 유사한 일본의 패션쇼핑몰 업체 루미네는 오는 4월부터 영업시간을 단축키로 했다. 도쿄 신주쿠(新宿)·이케부쿠로(池袋) 등 거점 지점을 포함해 수도권 12개점(전 지점의 80%)에서 폐점을 30분간 앞당긴다. 입점 상인들이 도저히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손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후쿠오카(福岡)시 하카타한큐(博多阪急)백화점과 오사카(大阪) 게이한(京阪)백화점 모리구치(守口)점은 4월 중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일 계획이다. 여성복과 남성복 매장 등 상대적으로 매출 하락이 큰 점포부터 ‘영업시간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심야에도 불을 밝히던 외식 업계의 풍경은 옛말이 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로얄호스트는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평균 영업시간도 1.3시간 정도 줄였다. 구로스 야스히로(黑須康宏) 로얄호스트 사장은 “수익이 감소되는데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해가 갈수록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맥도널드는 아르바이트생 모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케이비즈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전국 2000개 이상 점포에서 20분간 조리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조리에 관심있는 청년층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시간제 아르바이트 시장의 구인난이 극심해지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2만5000명 채용 목표를 세운 맥도널드는 조만간 TV에 구인 광고도 내보낸다. 어떤 식으로든 종업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서비스업 1인당 일자리 3.21개 … 일손 쟁탈전
 
서비스업의 구인난은 수치로 드러난다. 올 1월 서비스업 구인배율(1인당 일자리수)은 3.21로 전체 산업 평균(1.43)의 배가 넘는다. 일자리는 세 개가 넘는데 일손은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이 대졸 공채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중소업체들의 인력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달포기와 영업단축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기에도 보지 못한 현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식(日本流) 서비스’라 부르며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하던 일본 기업들이 인력난이란 벽 앞에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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