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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 이전의 대선전략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탄핵심판이 임박했다. 탄핵정국과 함께 대선정국의 전초전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와 무관하게 대선정국은 계속될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전개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올해 후반기로 연장된다. 권투경기에 비유하면, 전자는 3라운드, 후자는 10라운드 경기가 될 것이다.
 
대선주자의 움직임을 보도하는 기사엔 ‘전략’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 어원이 군사분야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전략은 전술과 대비되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전략은 전쟁에, 전술은 전투에 상응하지만, 이런 개념을 정치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경영전략에 관한 연구도 오래 전부터 발전되어 왔지만 역시 정치에 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가 기업경영에 비해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군사전략과 경영전략과 달리 정치전략의 개념은 최근에서야 논의되었다.
 
정치전략은 임기응변의 책략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넓게 적용할 구상
선거 승리 노리는 방책 수준 넘어
국정운영의 비전으로 확대해야 
 
정치전략은 정치행위자가 ‘목표-수단-환경-평가의 연관’을 총괄적으로 판단하면서 성공을 지향하는 구상이다. 가령 대선의 승리가 목표이면, 선거전에 투입되는 행동과 조치가 수단이다. 당연히 수단에는 투입에 필수적인 인적·물적 자원이 포함된다. 환경은 정치권 이외의 사회·경제·국제정세 분야를 포함하며, 특히 다이내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치전략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일정한 방향성을 포함한다. 평가는 목표, 수단,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선주자의 이해득실 계산이다.
 
이러한 정치전략을 기반으로 정치행위자는 변화되는 상황에서 행동의 대안을 선택하고 발전시킨다. 무엇보다도 ‘총괄적 판단’의 함의가 중요하다. 정치전략은 변화무쌍한 이슈와 정세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책략을 의미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길고도 넓게 적용할 수 있는 구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전략은 항상 고착된 정세를 넘어, 고정된 시간 범위에서 벗어나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확대적용성). 정치전략의 핵심적 특성에는 방향성 및 적용성과 더불어 도약성(跳躍性)이 포함된다. 도약성이란 현재 정국의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들을 관통하여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특성이다.
 
문재인, 적폐청산 내세워 앞서가는데
다른 주자들 전략은 애매 또는 경직
反文 빅텐트, 낙오자 결사로 비칠 수도
‘거국정부로 다중위기 타개’ 설득해야
 
개별 정치전략을 집약할 수 있는 표어는 다양하다. 유명한 전략의 예를 들면, 영국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과 독일 사민당의 1960년대 ‘대연정’, 기민연 헬무트 콜의 ‘중도’ 전략이다. 이 전략들은 방향성, 적용성, 도약성을 적절히 구비했기 때문에, 정권교체나 총선전략을 넘어서 국정운영의 전략이 되었다.
 
이러한 정치전략 개념을 중심으로 대선정국의 전초전을 해석해 보자. 전초전은 반기문과 문재인의 대결로 시작되었다. 비록 반기문은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세계적 명사였지만, 의회주의자의 꿈인 국회의원직도 마다하고 대선 준비에 몰두한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완전히 밀렸다. 반기문의 패인은 한 마디로 정치전략의 부재였다. 비록 그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정치’, 즉 정치교체를 주장하면서 문재인의 ‘정권교체’에 각을 세웠지만, 정치교체나 정권교체는 정치전략의 목표이지 정치전략 자체는 아니다. 좋은 전략이 아니더라도 전략이 있어야만 ‘목표-수단-환경-평가의 연관’을 총괄적으로 판단하면서 정국에 나름대로 대처할 수 있다.
 
문재인의 전략은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은 정권교체 전략인 정권심판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야당의 우수한 강령·정책의 제시가 아니고 유권자에게 현 정부의 실패와 약점을 똑똑히 보여주는 데 있다. 
 
그러나 정권심판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단적인 예가 지난 대선이다. 더민주당은 지난 대선 전후로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선거의 여왕’에게 크고 작은 선거에서 연패했다. 더민주당은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김종인을 초빙하여 선거전략을 정권심판에서 ‘경제민주화’로 바꾸어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다.
 
차기대선의 경우는 다르다. 문재인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권심판을 ‘땅 집고 헤엄치기’보다 쉽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모든 공중파와 종편 방송에서 국정농단에 대한 보도가 신물이 나도록 지속되어, 정말 적폐청산이 절실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니 문재인에게는 경제민주화도 거추장스러운 문제가 되어 버린 것 같고, 따라서 김종인은 소외돼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문제인은 지난 대선 이후 ‘잘 준비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의원직도 포기하면서, 차기대선을 위한 표를 다지기 위해 하의도-가덕도-독도를 순방하고, 히말라야까지 올라 호연지기를 단련해 왔다. 그뿐 아니라 그는 1000명에 달하는 보좌진과 자문단을 구성하여 대세론을 스스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군단급 참모를 거느린 문재인에게 대대급 참모를 가진 다른 경전주자들의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지지율이 주춤거리는 안희정이 제안한 대연정도 주목할 만한 정치전략이다. 하지만 대연정 전략은 전략의 최종목표인 대선승리를 위한 방향성, 적용성, 도약성을 갖추었지만, 중간목표인 경선승리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또 다른 도전자인 이재명의 전략은 ‘진짜 진보’라고 할 수 있지만,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 빠진 대중에게 어필하고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재명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흙수저를 전면에 내세워 ‘흙수저 없는 세상’을 더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그의 약점은 전략의 방향성, 특히 국제정세에서 너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당내 경선의 중간목표를 통과해도 최종목표에서 전략 적용성의 한계가 드러날 것이다.
 
안철수는 탄핵정국의 촛불시위에서 의회주의자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지만, 전략의 방향성에서 한계를 보인다. 안철수의 전략은 서구의 제3의 길을 모방하는 ‘중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제3의 길은 한국정치에 응용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원래 제3의 길이란 서구에서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사이에서 정당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에서 유래한다. 한국에서 제3의 길이란 애초부터 사민주의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말장난에 불과하다. 방향성이 모호한 전략은 좋은 정책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접근하기 어렵다. 물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정책은 도약성을 잠재하고 있지만, 전략을 집약할 수 있는 표어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도 유사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당명 차제가 정당이나 전략의 방향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복지분야에서 개발한 정책들은 유의미하지만, 전략의 구성은 정책의 개발이나 열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한국자유당은 작년 총선 패배 이후 누차 '뼈를 깎는 각오로' 뭔가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곪은 손톱도 뽑지 못하고 겨우 손톱 깎고 매니큐어를 바르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곤경에 빠진 정당일수록, 정치전략의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전략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껏 마이너리그 대선주자의 경선 흥행을 준비하는 정도다.
 
김종인의 탈당 이후 다시 ‘빅텐트’의 추진이 보도되고 있다. 빅텐트는 잘못하면 대선 과정에서 낙오자의 결집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현재 거론되는 빅텐트의 정치전략은 안희정의 대연정을 뛰어넘는 발상이다. 대한민국의 지난한 다중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정부유형은 거국정부뿐이라는 사실을 빅텐트가 충분히 국민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거국정부’ 전략은 격변하는 국내외 정세에도 상응한다.
 
이국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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