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앙시평] 트럼프 발(發) 골디락스와 한국 경제

이종화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종화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째다. 현재 미국은 그의 직설적인 성격에 대한 비판과 러시아 스캔들로 어수선하다. 대외적으로는 불법이민을 규제하는 행정명령과 보호무역 조치들이 실행되면서 많은 국가가 미국의 고립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세계 경제는 회복세이나
한국 경제 전망은 좋지 않다
보호무역과 사드 보복에 대처할
지도력과 경제외교 시급하고
경제 체질 과감하게 개선해야

트럼프는 당선 후에 과거 대통령들처럼 품위를 갖추거나 포용적인 정책을 내세우지 않았다. 반발도 크지만 지지층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성공은 앞으로 중도성향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신정부에 좋은 소식은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Goldilocks)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골디락스는 경제가 적절하게 성장하면서 과열되지 않고 물가가 안정된 이상적인 상황을 가리킨다. 영국 전래 동화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주인공 소녀 골디락스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수프를 좋아한 것에서 유래했다.
 
트럼프 경제정책은 규제완화, 감세와 인프라 투자, 보호무역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트럼프는 ‘규제를 하나 추가할 때 둘을 없애는 원칙(one in, two out)’으로 규제를 줄이겠다고 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의 주도로 오바마 정부가 만든 금융규제 조치들을 줄이려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방침이다.
 
감세정책은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로, 법인세율을 35%에서 20% 이하로 낮추고 상속세는 폐지하려 한다.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8월 말까지 세제 개편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도로·철도·항만 등 낙후된 인프라 재건을 위한 대규모 재정투자가 감세와 맞물려 국가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공화당은 수출을 촉진하면서 세수를 늘리는 방안으로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를 검토하고 있다. 국경조정세는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 이윤을 계산할 때 해외에서 수입한 물품은 비용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이는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다. 미국은 수입이 수출보다 많기 때문에 수입에서 세금이 늘어나면 수출에 대해 감세해도 세수가 늘어난다.
 
또한 미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보호무역 조치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했고 중국·일본·독일이 환율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기존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미국 경제는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미 완전고용에 근접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과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조기에 금리 인상을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를 3월부터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인상하고 그 횟수도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에 둘째로 큰 수출 시장인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들과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이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많아 언제든지 통상압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국경조정세가 시행되면 대미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져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금리 인상이 빨라지면 해외로 자금 유출이 많아지고 외환·금융시장은 불안정해진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서 통상 마찰, 환율 전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경제외교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보호무역 조치로,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격변기에 난제를 해결할 지도력과 외교 역량이 필요하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내수 산업을 살리는 정책들도 시급하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한다. 혁신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민들의 자녀 교육, 주택 마련, 부채 상환, 노후 대비를 정부가 도와 가계소비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수주의의 트럼프 대통령이 실용적 시장주의자를 중용해 과감하게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우리도 배워야 한다.
 
국제경제기구들은 올해는 미국 경제의 훈풍과 중국 경제의 ‘연착륙’으로 무역량이 늘어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세계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좋지 않다. 남들이 골디락스를 즐길 때 우리는 따뜻한 밥이 아니라 차가운 죽을 먹어야 하는 날들이 계속될 수 있다. 빨리 정치가 안정되고 제대로 된 경제 정책들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