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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어떤 결정 하든 승복 … 지도자들, 혼란 수습 대화 나서라”

법조 원로, 탄핵심판 이후를 말하다
김인섭 태평양 명예대표변호사
 

촛불·태극기, 평화적이라 다행
이런 국민을 잘 이끌어야지
여야 정치권이 선동해선 안 돼

우리나라 민주제도는 훌륭한데
운용 잘 못해 제대로 싹 못 터
정당한 법 절차 거친 결과 따라야

“헌법적·법률적 절차대로 진행된 일이라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자세입니다.”
 
‘법치주의 전도사’라는 별칭을 가진 원로 법조인 김인섭(81·고시 14회) 법무법인 태평양 명예대표변호사는 8일 모든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통해 국회 의결까지 거친 사안이고, 이를 넘겨받은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의무를 수행했는데 이를 부정한다면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인섭 명예대표변호사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법이 정한 절차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탄핵심판 결과도 같은 이유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섭 명예대표변호사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법이 정한 절차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탄핵심판 결과도 같은 이유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선고일이 10일로 잡혔다. ‘불복’ 움직임이 우려스럽지 않나.
“탄핵심판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작동됐다. 국가 최고책임자 등이 헌법과 법률을 안 지킬 때 작동하는 극단적 비상 수단이다. 이 사태가 거기에 해당하는지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회가 시동을 걸었고, 가결돼서 심판이 시작됐다. 국회가 표결해서 헌재로 넘어갔으면 재판관들이 소신대로 재판을 하도록 해야 한다. 거리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회의 직무유기보다 위험한 ‘중우정치’의 모습이다.”
 
결론이 어떻든 모두 따라야 한다는 말인가.
“촛불이든 태극기든 결과를 기다리고 승복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 뒤 국민 각자가 본연의 위치와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결과가 자신의 감정이나 이해와 안 맞는다고 거리로 나간다면 국가가 정상적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게 중우정치다. 세계 11대 경제대국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데 민주주의 운영이 잘못돼 이런 사태까지 왔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되새겨봐야 할 사례가 있나.
“1789년 프랑스혁명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었는데 대중이 왕정을 무너뜨렸다는 흥분 때문에 무책임하게 훌륭한 인재들을 죽여 버리고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버리고 해서 혼란이 지속됐다. 결국은 극도의 혼란을 틈타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하는 난센스가 연출됐다. 오히려 민주화가 역행한 것이었다.”
 
탄핵심판 과정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
“거리로 나간 국회의원들이 문제다. 민주화하자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서 선출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국회의사당 내에서 입법활동과 정부 감시활동을 통해 민의(民意)를 대변하는 것이고, 거리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
 
김 명예대표는 탄핵심판 결정 이후 사회 혼란을 막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법을 존중하는 자세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면서 혼란을 막기 위한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대화와 타협을 제안했다. 각계 원로들에게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탄핵 정국에서 보여진 사회 지도층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들은 흥분하고 분개하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지도층은 냉정해야 한다.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기업가든 모든 지도층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존중해야 민주화가 가능하다. 오늘날처럼 복합적 가치가 공존하는 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나라살림 잘하는 게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정교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헌재의 선고 뒤 국가적으로 가장 필요한 일은.
“여야가 대화를 해야 한다. 우리끼리 싸우다 조선왕조가 망하는 걸 겪지 않았나. 민생법안은 산적해 있는데 만날 당파싸움을 하고 있는 국회도 어찌 보면 탄핵 대상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촛불과 태극기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수십만 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사상자가 없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런 국민을 지도자들이 잘 알아서 이끌어줘야 한다. 선동해서는 안 된다.”
 
법치를 존중하면 민주주의가 실현되나.
“우리나라 민주제도는 훌륭하다. 운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시민이 양성돼야만 그 토대로 민주정당이 나오고, 민주정당이 나와야 민주정치가 싹트는데 우리는 민주시민 양성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목적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방법의 정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다. 헌법과 법률을 제대로 지키도록 운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법원장이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자 지명을 미루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더 일찍 지명했어야 했다. 헌재가 절름발이가 되는데, 일단 지명을 하고 그 다음 절차를 해당 기관에 맡겨야 했다. 늦게라도 대법원장이 지명권 행사한 것은 다행이다.”=
 
대선주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말로만 민주주의를 외치지 말고 스스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나와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도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서로 경쟁하면서 궁극적으로 자기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경쟁으로 생각하고 그 한계 내에서 싸워야 한다. 과거 대통령들의 행태를 극복하는 새로운 리더의 모델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사회 원로들의 역할은.
“젊은 세대의 존경과 신임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다. 항상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정도 지위에 있었던 분들은 모두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이다.” 
“65세에 변호사 은퇴” 약속 지킨 뒤 법치주의 운동 주도
로펌 태평양 설립 김인섭 변호사는
1936년 충북 영동군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 재학 시절인 61년 14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63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돼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지방법원 민사12부 재판장을 지낸 뒤 80년부터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77년 부장판사로 승진한 뒤 단독 집무실과 운전사가 딸린 관용차를 제공받자 스스로를 사회의 ‘빚꾸러기(빚을 많이 진 사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86년 법무법인 태평양을 설립해 초대형 로펌으로 성장시키고 2002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태평양 개소식 날 “65세가 넘으면 직업 변호사를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후 한국 사회에 법치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 분야 은퇴자 22명과 2005년 봄 ‘포럼 19-21’을 출범시켰고, 2008년에는 포럼을 확대 개편해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를 만들었다. 2009년 그의 아호를 딴 재단법인 ‘동천(東泉)’을 설립해 장학사업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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