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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침대까지 렌털하는 시대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7월 문을 연 패션 렌털 매장 ‘살롱 드 샬롯’. 이곳에선 값비싼 정장이나 주얼리를 빌려 쓸 수 있다. 정장 한 벌을 2박3일 빌리는 데 30만~40만원 선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7월 문을 연 패션 렌털 매장 ‘살롱 드 샬롯’. 이곳에선 값비싼 정장이나 주얼리를빌려 쓸 수 있다. 정장 한 벌을 2박3일 빌리는 데 30만~40만원 선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 10년차 직장인 이영주(36)씨는 회사에서 ‘패셔니스타’로 통한다. 옷은 물론 액세서리, 명품 가방까지 늘 새로운 패션을 선보인다. 그러나 정작 이씨는 최근 1년간 새 옷을 산 적이 없다. 월 8만원을 내고 패션용품 렌털숍 회원으로 가입해 매달 옷 4개, 가방 3개를 빌려 쓴다. 이씨는 “새 옷을 사도 1년에 두세 번 입을 뿐인데 빌려 쓰면 쇼핑할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불황에 소유하지 않는 신소비 떠
렌털 시장규모 지난해 26조원
가방·시계·그림까지 다양해져
일본선 고양이 하루 2만원에 빌려

# 서울 천호동에 사는 한성철(29)씨는 자칭 ‘렌털족’이다. 정수기·안마의자·커피머신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거실 벽에 걸린 그림도 빌린 것이다. 중형 승용차와 즐겨 차는 시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렌털 상품이다. 그는 한 달 월급 250만원 중 약 80만원을 렌털 비용으로 지출한다. 한씨는 “자동차 할부금(3년) 정도밖에 안 되는 돈으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마음껏 빌려 쓸 수 있다”며 “감가상각을 감안하면 ‘내 것’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빌려 쓰는 명품 가방

빌려 쓰는 명품 가방

‘렌털 시장’이 커지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누리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에 렌털 상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매월 적은 돈으로 내 것처럼 이용할 수 있는 정수기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가전제품·자동차·명품 같은 고가 상품에 이어 침대·가방·미술품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애완견을 빌려주는 곳까지 생겨났다.
 
수요가 늘면서 렌털 산업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9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조9000억원으로 커졌다. 2020년엔 4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애완동물 렌털 서비스도 등장

애완동물 렌털 서비스도 등장

유통업체들은 발 빠르게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롯데닷컴은 지난해 7월 이후 매월 평균 76% 이상 렌털 제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안마의자 등을 렌털하는 업체인 바디프랜드도 지난해만 3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플래닛도 지난해 9월 회원제로 옷이나 가방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앤’을 만들었다. 현재 8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테라피 마스크 LED 미용기기

테라피 마스크 LED 미용기기

렌털 제품의 소비 기간도 짧아졌다. 정수기나 안마의자는 대개 2~3년간 약정 계약을 하고 사용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엔 원하는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패션용품은 회원 가입을 하면 한 달간 일정 개수의 제품을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커피머신

프리미엄 커피머신

렌털 시장이 커지는 데는 불황이 장기화한 영향이 크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황이 일상이 돼 버리면서 렌털이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중고제품 직거래 장터인 ‘중고나라’는 회원 1500만 명의 70%가 20~30대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소유가 아닌 경험에 가치를 두는 성향이 짙다”고 말했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정한식 GS샵 토탈서비스팀 차장은 “상품을 사서 혼자만 써야 하기 때문에 1인 가구는 소비 사이클이 짧아 렌털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침체를 겪은 다른 나라에서도 렌털 산업은 호황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경제 침체를 겪은 일본에서는 애완동물 렌털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개나 고양이 등을 하루 2만~3만원의 비용을 내고 원하는 기간만큼 빌릴 수 있다. 2000년 17개에 불과했던 애완동물 렌털 업체는 현재 150여 개로 늘었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렌털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새로운 소비가 늘지 않아 경제 회복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은 렌털 산업의 활성화를 경기 회복이 시급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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