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2023년 바닥’ 발표 싸고 논란
“단기보험 건보, 매년 보험료 조정
국민연금과 같이 취급하면 안 돼”
기재부 “지속 가능성 진단할 자료
고령화 대비 추계 기준 통일 필요”

그러나 기재부는 2018년 당기적자로 전환하고 적립금(2017년 21조원 예상)을 6년 만인 2023년에 다 까먹게 된다고 전망한다. 노인 의료비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반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다르다. 복지부는 “건보는 단기보험이므로 적정 적립금 규모 등을 감안하면서 매년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게 보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며 “단기보험 성격상 중장기 추계의 적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건보는 매년 중순 노·사·정 대표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듬해 나갈 돈에 맞춰 보험료를 정한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복지부 입장에 공감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보는 비용을 감안해 보험료를 조정하면서 운영해 왔다”며 “기재부의 적자 강조는 마치 ‘공포 마케팅’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적자를 강조하면 국민이 앞으로 의료 혜택을 못 받을 것처럼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공무원연금 등에 대한 기재부의 재정 추계도 비판을 받는다. 기재부는 “국민연금 지출이 2016년 17조7000억원에서 2025년엔 44조4000억원으로 2.5배가 된다”고 경고했다. 이대로라면 2025년 국민연금 당해 재정수지 흑자 규모가 2013년 재정 재계산 전망치보다 31조원이나 줄어들게 된다. 기금 고갈 시기(당초 2060년 예상)도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 전문가는 “연금은 70년을 기본으로 장기 추계를 하기 때문에 10년 전망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복지부·행정자치부 등 담당 부처들이 매년 재정을 추계하고 5년마다 새 경제변수를 넣어 재계산해 제도를 고치거나 보험료에 반영한다”며 “재정 재계산의 추계가 가장 확실한데 기재부가 괜히 중간 추계를 발표하는 탓에 혼란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8일 논평에서 “2015년 말 기재부가 발표한 ‘2060 장기재정전망’에서 2020년까지 성장률을 3.6%로 잡았다가 이번에 3.1%로 낮췄는데 1년여 만에 왜 이렇게 낮췄는지 의문”이라며 “2016년 장래인구추계를 쓰지 않고 2011년 것을 쓴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럽연합은 성장률 등의 가정치를 1년 전 공개해 검증받는데 기재부가 이런 절차 없이 너무 쉽게 발표해 국민을 놀라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도걸 기재부 복지예산심의관은 “사회보험의 중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제각각인 추계 주기와 방식을 통일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담당 부처나 기관별로 재정 추계를 하다 보니 적용 변수 역시 달랐고 유리한 수치를 적용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추계 기준 통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개별 추계도 필요하지만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모아서 추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조현숙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