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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국수주의 거세지는 유럽 … 메르켈의 독일 ‘사면포가’

‘자유 세계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62) 독일 총리에게 타임지가 2015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붙여준 호칭이다. 2005년 첫 여성 총리에 오른 이후 줄곧 집권해온 그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대표적 인물이란 의미였다.
 

러시아 이어 폴란드·헝가리도 반독일
네덜란드 ‘반 EU’ 주장 자유당 선전
프랑스, 르펜 집권 땐 유럽 분열 위기
트럼프와도 유로존·난민정책 갈등
14일 워싱턴 회담에 세계의 눈 쏠려

그런 메르켈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오는 9월 총선에서 4선 연임에 도전하는 그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세계가 기괴하고 불합리하게 바뀌고 있어 나 혼자 해결할 순 없고 함께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퓰리즘과 국수주의, 반(反) 유럽연합(EU) 정서가 휩쓸고 있는 유럽에 대한 그의 평가다.
 
 
현재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은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서쪽의 영국이 브렉시트(EU 탈퇴)로 EU의 한 축을 무너뜨린 데 이어 동쪽에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반 메르켈 성향의 폴란드와 헝가리 정부가 국수주의 행보를 늦추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반도 병합 관련 제재를 주도한 메르켈 정부에 적대감을 불태우고 있다.
 
2010년 유로존 위기 당시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요구받았던 남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경제난의 책임을 메르켈에게 전가하고 있다. 권한 강화를 담은 개헌안을 처리하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독일이 여전히 나치 같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치명적인 위협은 대서양 건너편에서 다가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전 독일을 찾아 메르켈을 “가장 가까운 국제 파트너다. 나라면 그를 찍겠다”고 옹호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의 난민 수용 정책을 비난하고 “유로존은 독일에만 좋은 것”이라고 비꼬는 등 독일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14일 워싱턴에서의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다.
 
오는 15일 치러지는 인접국 네덜란드 총선에선 반 이민, 반 EU를 표방한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자유당이 1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흔들리는 EU 체제를 메르켈과 함께 굳건히 지탱해온 파트너는 프랑스다. 유로존 위기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은 찰떡 궁합으로 위기를 극복해 ‘메르코지 체제’라는 평을 받았다. 2012년 좌파성향의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되자 메르켈은 바로 다음날 전화를 걸어 손발을 맞추는 ‘메르콜랑드’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런 프랑스와의 협력 관계도 오는 4~5월 프랑스 대선에서 갈림길을 맞는다. 친독일 성향의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이 승리하면 메르켈과 EU는 안도하게 되지만 친러시아 성향에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메르켈은 고립무원에 빠지고 EU도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가이디언 래크먼은 “1930년대 나치 독일은 침략적인 팽창정책을 쓰다 고립됐는데 지금은 주변국들의 상황이 변해 독일이 고립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퓰리즘이 미국과 유럽에 퍼지면서 정상적인 독일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집권 12년동안 상대를 바꿔가며 연정을 성공시켰던 메르켈은 국내에서도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여론조사업체 엠니드의 조사 결과 마르틴 슐츠 전 EU 의장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사회민주당과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의 지지율은 똑같이 32%를 기록해 메르켈의 4선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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