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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쇼크 1년 … 바둑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3월 9일 전 세계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공포심도 느꼈다.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둔 것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AI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사건의 최전방에서 인공지능의 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바둑계는 이날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했다. 알파고의 첫 승리로부터 1년, 그동안 달라진 바둑계 모습을 살펴봤다.
 

고정관념 파괴한 과감한 수로 승리
좋은 수, 나쁜 수 자체가 무의미해져
AI 훈수 막기 위해 전자기기 규제
프로기사의 역할 재정립 과제로

1. 바둑 패러다임의 변화
알파고는 바둑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했다. 그동안 바둑에는 좋은 수나 나쁜 수에 대한 정형화된 사고의 틀이 존재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수(인간의 관점에선 변칙수)로 승리를 거뒀다. “알파고는 보통 좋은 수, 나쁜 수로 알려진 수들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것 같다”는 조한승 9단의 해설처럼 알파고는 기존 바둑의 패러다임을 흔들어 버렸다. 알파고는 지난해 말 온라인 바둑사이트에 다시 등장해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두면서 바둑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오기도 했다.
 
2. 알파고 후예들의 급성장
알파고 등장 전까지 바둑 AI 프로그램과 프로기사는 4~5점 정도 기력 차가 있었다. 하지만 알파고 등장 이후 지난 1년간 서너 개의 바둑 AI 프로그램이 프로기사를 능가하거나 근접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알파고처럼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해 얻어낸 결과다. 알파고는 한동안 정체돼 있던 AI 바둑 프로그램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알파고의 후예인 중국의 ‘싱톈(刑天)’과 일본의 ‘딥젠고(DeepZenGo)’ 등도 현재 세계 최고수 기사들을 상대로 80~90% 승률을 거두고 있다.
 
3. 바둑대회 룰과 형식의 변화
수준 높은 AI 바둑 프로그램이 늘면서 바둑대회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먼저 AI를 활용한 ‘훈수(訓手)’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일본기원은 지난 1월 대국 중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선수를 중징계하는 규칙을 새롭게 적용했다. 한국기원도 오는 1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동환 한국기원 전략기획실장은 “바둑대회에서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게 가능해진 만큼 대국장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전도 다양화됐다. 그간 바둑대회는 당연히 사람 간 대결을 의미했다. 하지만 오는 21~23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리는 ‘월드바둑챔피언십’에는 AI도 출전한다. 이처럼 사람과 AI가 대결을 펼치는 기전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4. 프로기사 역할 재정립
알파고 등 수준 높은 AI 바둑 프로그램의 등장은 프로기사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왔다. 그간 프로기사의 목표는 최상의 바둑 실력으로 최고의 기보를 남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기사를 뛰어넘는 AI가 등장하면서 프로기사 고유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해졌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AI 시대의 프로기사들은 인간적인 어필을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손근기 5단은 “프로기사들은 AI가 제공하는 바둑에 관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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