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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백혈병 사태 합의 노력 국회는 흔들지 말라

임미진 산업부 기자

임미진 산업부 기자

합의란 손을 맞잡는 일이다. 등을 돌리고선 이룰 수 없다. 상대를 마주 보고, 미움의 감정을 넘어 손을 내밀어야 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지난하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가 발생 10년이 지나도록 완전한 매듭을 짓지 못한 것만 봐도 최종 합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드러난다.
 
이 어려운 일을, 직업병 피해 근로자 가족과 삼성전자는 여러 차례 해냈다. 2014년 11월 발족한 ‘조정위원회’가 첫 걸음이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합의해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독립 기구를 출범시킨 것이다.
 
조정위는 몇몇 성과도 냈다. 조정위의 권고안은 삼성전자가 가대위를 대상으로 2015년 가을 이후 실시한 보상 작업의 기초가 됐다. 삼성은 1000억원의 보상 재원을 마련했다. 150명이 보상을 신청해 120명이 보상과 삼성 측의 사과를 받았다.
 
재발방지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정위의 권고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장을 종합 진단하고 예방 대책을 내놓을 외부 독립기구가 지난해 6월 출범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서울대 법대 이철수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옴부즈맨위원회다. 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기흥·화성·온양의 반도체 공장을 수시로 방문해 현장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조정위의 사과·보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반올림과는 양측이 법률 대리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 측을 무료 변론한 변호사조차 “한국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갈등이 조정으로 해결된 첫 사례”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런 대화와 합의 노력을 최근 국회가 흔들고 있다. 야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지원 사태로 구속된 직후 “삼성전자 백혈병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취소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을 공개하라”, “정부와의 10년치 공문을 제출하라”는 요구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 한 의원은 한술 더 떠 “삼성전자의 직업병 보상 재원 1000억원을 근로복지공단에 맡겨 보상을 집행하게끔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미 산업재해 대상을 판별하고 보상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자사 근로자 보상을 위해 마련한 돈을 정부에 맡기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가뜩이나 특검 사태로 반기업 정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진행 중인 합의에 국회가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는 일은 등 돌린 두 당사자가 마주 보는데 시간만 걸리게 만들 뿐이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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