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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시한폭탄 터질라 … 어깨 무거운 보험업계

2021년 1월 1일. 보험업계를 뒤흔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는 날이다. 작동이 시작된 시한폭탄을 바라보듯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초조하다.
 

2021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 시행
자산·부채 모두 시가 적용 의무화
자본금 확충에 수십조원 투입할 판
소비자는 좋은 보험사 쉽게 확인

4년도 채 남지 않은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을 앞두고 정부가 직접 준비 상황을 챙기기 위해 나섰다. 금융위원회가 8일 민·관 합동의 보험권 국제회계기준 도입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김학균 금융위 상임위원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5월에 IFRS17의 최종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어서 시행시기를 사실상 2021년으로 확정했다”며 “보험업계의 충격이 상당하겠지만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그동안 보험권 회계는 자산과 부채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썼다. 자산은 현재 시점의 가치(시가)로 계산했지만, 부채(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책임준비금)는 과거에 보험을 판매했던 시점의 원가로 평가했다. 이 기준을 시가로 통일시키는 게 IFRS17이다. 바뀌는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전 세계 보험사 공통의 일이다. 하지만 유독 국내 보험사, 특히 생명보험사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거에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 탓이다. 국내 생보사가 보유한 부채 중 약정이율이 연 5%가 넘는 고금리 상품의 비중은 29.9%에 달한다. 이율이 7%가 넘는 부채도 18.1%나 된다. 고금리 상품은 시가평가제로 바뀌면 부채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년 전에 20년 만기, 연 8% 확정금리로 팔았던 보험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 회계제도에선 당시 원가 기준으로 8% 수익이 매해 날 거라고 가정한다. 따라서 만기에 지급할 보험금에서 연 8%씩 10년 간 할인한 만큼을 책임준비금으로 쌓는다. 하지만 시가평가로 바뀌면 종전 원가평가 때의 책임준비금에다 매년 달라지는 시장금리를 반영해서 추가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 시장금리가 연 2%라면 전보다 연 6%포인트만큼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는 셈이다. 시장금리가 떨어질수록,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준비금이 불어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시가평가제 도입했을 때 늘어나는 국내 생명보험사의 부채 규모는 23조~33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생명보험사 연간 순이익(2조7000억원)의 10배에 달한다.
 
자료:생명보험협회

자료:생명보험협회

부채(책임준비금)가 늘어나면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이 그만큼 떨어진다. RBC가 하락하면 지급여력에 문제가 있는 보험사로 낙인 찍힐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보험사는 늘어나는 부채만큼 자본을 확충해서 메워야 한다. 2021년 전까지 자본확충에 수십조원을 들여야 할 수 있단 뜻이다. 새 회계제도 도입이 보험사에 발등의 불이자 시한폭탄인 까닭이다. 또 IFRS17 기준 이행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만도 각 보험사별로 수백원대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보험사의 경영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 시행으로 양보다 질, 매출이 아닌 수익성 중심으로 보험사 경영에 바뀌어야 한다”며 “저성장 시대에 맞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명보험사가 저축성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을 잇달아 낮추거나, 변액보험·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것도 이런 흐름이다.
 
소비자와 보험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은 환영할 일이다. 회계장부만 보면 어떤 보험사가 가치가 높은 회사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바뀌기 때문이다. 김대규 보험개발원 계리팀장은 “IFRS17에서는 향후 짊어져야 할 회사의 손실을 미리 다 평가해서 반영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한층 높아진다”며 “보험소비자들이 보험사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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