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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지킬과 하이드와 트럼프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밤. 일본 외교안보 담당자들은 두 번 경악했다.

트럼프 안에는 지킬과 하이드가 혼재
대북 정책에도 선제타격 유혹 강해져


첫째는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의 허술함. 아베 측근들이 알려주는 매뉴얼 그대로 따랐다 한다. 더욱 놀라운 건 트럼프의 변덕. 급히 마련된 플로리다의 공동기자회견장. 아베에 이어 등단한 트럼프는 15초 만에 연단에서 내려왔다. “우리는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생뚱맞은 말이 전부였다. 구사한 단어 수는 불과 23개. 당초 각본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당시)이 작성해 준 A4 용지 1장 분량 원고를 읽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연 이를 뒤집었다. 일 당국자들은 “트럼프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거냐”며 술렁였다고 한다.
 
지난주 트럼프의 ‘착한’ 의회 합동연설도 반전이었다. 40일 전 살벌한 취임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두 얼굴의 트럼프’. 다음날 워싱턴포스트의 칼럼이다.
 
“그는 이런 곡예를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 트럼프가 진짜 트럼프냐’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런 이중적 정치성향(split political personality)으로 과연 대통령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인격이 있는 상태, 즉 이중인격(split personality)을 묘사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정치’란 단어만 끼워 넣으면 트럼프가 된다. 어떤 때는 선하고 이성적인 지킬 이지만 어떤 때는 잔인하고 사악한 하이드로 돌변한다.
두 얼굴의 공존은 트럼프 개인뿐 아니다. 백악관도 마찬가지다. 분열과 극단적 수단을 통해서라도 미국의 선(先)을 추구하는 스티브 배넌, 스티브 밀러 선임고문 ‘투(Two) 스티브’는 ‘스트리트 파이터’다. 반면 펜스 부통령과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미국의 선(善)을 중시하는 세력이다. 물과 기름이다. 1라운드 先 승리, 2라운드 善 승리, 3라운드 예측불허다.
 
문제는 대북 정책의 이중 성향이다. 


트럼프 참모들은 ▶선제(예방)타격 ▶전술핵 재배치 ▶협상 착수 등 원점에서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반대하는 결정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한다. 1994년 사례도 자주 거론한다. 당시 클린턴 정권이 추진한 영변 핵단지 선제타격 작전은 사흘이면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휴전선 부근 단거리포로 남한이 초토화될 수 있어 없던 일로 했다는 것이다.
 
사실 2017년 선제타격론은 비현실적이다. 핵무기 하나 없던 94년과 달리 이제는 북한에 10여 개의 핵폭탄이 있다. 게다가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따라서 트럼프는 1차적으로 중국을 강하게, 혹은 당근을 주며 북한 압박을 유도하는 ‘합리적’ 선택을 할 공산이 크다. 오바마가 주저하던 세컨더리 보이콧,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도 사용할 것이다. 대북 송유관 잠그기가 1차 목표다. 아예 핵 보유국을 인정하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
 
오히려 걱정되는 건 트럼프의 느림보 대응이다. 이르면 이달 내 백악관 대북 정책안이 나온다지만 실은 최종안은 국무부·국방부 동아태차관보의 몫이다. 그런데 아직 후임조차 임명이 안 됐다.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관망과 인내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2009년 오바마 취임 당시 대북 정책 마련에 꾸물거리자 북한은 그해 4월 5일 장거리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날리고, 이어 5월 핵실험에 돌입했다. 취임 2기 때는 더 짧았다. 아니다 다를까 북한은 6일 아침 4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제는 이런 북한의 도발성 메시지가 트럼프의 몸 안, 그리고 정권 안의 ‘하이드’ 본능을 다시 역류시킬 것이란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제타격의 유혹은 강하고 달콤하다. 이중적 협상가 트럼프는 강 대 강 맞짱을 즐긴다.
 
원작에서도 지킬은 사투 끝에 하이드를 억눌렀다 확신했지만 하이드는 다시 살아났다. 우리가 촛불·태극기에 혼이 빠져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탄핵 정도가 아니라 한반도 명운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정해질 수 있다.
 
김현기 워싱턴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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