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뉴스분석] 못 갚는 빚 깎아주기, 경기 살리기 빛 될까

금융공공기관 채무조정 확대
 
금융공공기관에 진 빚을 연체한 개인이 원금 감면을 받기 쉬워진다.

1년 이상 연체한 저소득층 원금 최대 60% 감면
금융위, 도덕적 해이 가능성 경계 “잘 선별하겠다”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 전체 가계부채 중 1.9% 탕감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는 빚을 줄여줘서라도 재기를 돕자는 게 정부의 취지다. 저소득층 빚 탕감은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일까, 도덕적 해이 유발책일까.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제도개선 방안’은 한마디로 원금 감면을 포함한 채무조정을 전보다 확대하는 조치다.
 
하반기부터 6개 금융공공기관(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빚을 연체한 지 1년이 지난 저소득층은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을 통해 원금을 최대 6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기관별로 3~10년 걸리던 기간을 1년으로 통일한다. 재산이 200만원 이하이거나 70세 이상인 채무자는 연체한 지 5년이 지나면 채권 시효(5년)를 더 연장하지 않고 전액 탕감해주기로 했다.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가계와 개인사업자)의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 규모는 24조9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관련된 채무자 71만8000명이 제도개선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거란 비판은 금융위도 의식하고 있다. 윤창호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못 갚는’ 경우와 ‘안 갚는’ 경우를 잘 선별해내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원금 감면을 늘려주면 국민 세금이 많이 든다는 비판에 대해선 이렇게 반박한다. “채무를 재조정해줘서 일부라도 갚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채무자가 아예 갚지 않을 때보다 오히려 세금을 아끼는 셈이다.”(신진창 금융위 중소금융과장)
 
소득은 제자리인데 빚은 늘어나면서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74%(지난해 2분기 기준)에 달한다. 버는 돈으로 빚을 갚을 길 없는 저소득층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진다.
 
금리 인상까지 현실화되면 이들 가계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금융 당국이 비판을 감수하면서 저소득 연체자에 대한 지원책을 고민하는 이유다. ‘저소득층 빚 탕감’은 정치권도 관심을 가지는 정책이다. 이미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말 ‘150만 신용불량자 대사면’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좀비채권은 채무를 면제해 신용불량자의 경제활동을 돕겠다”고 말했다.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 2016년 말 기준, 자료:금융위원회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 2016년 말 기준, 자료:금융위원회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원금을 일부 탕감해서라도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됐다. 2002년부터 시행된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제도나 2013년 도입된 국민행복기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복위의 워크아웃 누적 신청자 수는 지난해 150만 명을 넘어섰고,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한 사람은 57만3000명에 달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은 거세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을 창출하려는 노력 없이 부채를 탕감해주면 채무자는 다시 빚을 지고 ‘기다리면 정부가 해결해주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정치권은 단기적으로 표를 얻고 성과를 내려고 하지만 해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위기 수준인 지금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빚 탕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민간 소비를 회복하고 경기를 살아나게 하려면 가계부채부터 줄여야 한다”며 “기존 국민행복기금보다 더 센 강도로 취약계층에 대해 원금 감면을 비롯한 채무 재조정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금융위기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담보대출 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가계부채의 1.9%에 달하는 규모를 탕감해준 예가 있다.
 
다만 이 방법은 예산 조달도 문제지만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탕감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싱가포르 파산 법원의 경우 생계형 채무냐, 과소비형 채무냐에 따라 탕감 비율이나 갚는 기간을 달리 적용한다”며 “우리는 우선 기존 채무조정제도의 기준부터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용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채무자의 소득·재산상태를 잘 따져야 한다”며 “1000만원 이하 소액을 장기연체한 생계형 대출자가 탕감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