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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에 푹 빠진 미군 장병, 그들 옆엔 ‘마스터 윤’있다

전북 군산에 있는 미국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윤민선(52·태권도 공인 6단) 한미체육관 관장.
 

윤민선 군산 한미체육관 관장
28년째 배출한 제자만 1000명
“예의부터 가르쳐 멀리서도 인사
한국의 문화 태권도 전파에 보람”

그는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얼(Earl)이라는 70세 미군 군무원이 미국에서 보내온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윤 관장이 한국에서 우편으로 보낸 ‘태권도 1단 단증’을 받고 “감사합니다, 마스터(Master) 윤”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군산 미군 부대에서 근무할 때 윤 관장으로부터 1년간 태권도를 배운 그는 지난해 승단 심사를 본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뒤늦게 태권도의 매력에 빠진 그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스승 윤 관장에게 “내년(2017년) 6월에 다시 한국에 가서 2단 단증을 따고 싶다”고 전했다.
미국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장병들과 태권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윤민선 한미체육관 관장(왼쪽에서 셋째). [사진 전라북도]

미국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장병들과 태권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윤민선 한미체육관 관장(왼쪽에서 셋째). [사진 전라북도]

 
윤 관장이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장병들 앞에 태권도 사범으로 나선 것은 지난 1990년부터다. 28년째 미군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전수하고 있다. 앞서 친형인 윤진선(59) 사범이 이 부대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다 미국으로 떠나자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동안 윤 관장에게 태권도를 배운 미군만 1000여 명이다. 그가 이 부대에 와서 맸던 검정 띠는 그동안 땀에 젖고 세월에 닳아 색깔이 하얗게 변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손짓과 발짓으로 태권도를 가르쳤던 20대 풋내기 사범은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영어를 익히고 경험도 쌓으면서 이제는 미군 장병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가 됐다.
 
윤 관장은 요즘도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어김없이 미군 부대 안에 있는 체육관을 찾는다.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몸풀기부터 태권도 기본 동작과 호신술·품새·겨루기 등을 가르친다. 미군 제자들은 19세 이병부터 50대 원사와 대령급까지 나이와 계급이 다양하다. 현재는 미군 15명이 윤 관장 밑에서 태권도를 수련 중이다.
 
윤 관장이 미군 제자들에게 제일 강조하는 덕목은 ‘예의’다. “강해질수록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가 없으면 남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제자가) 군인들이다 보니 훈련이 힘들어도 요령을 안 피우고, 부대에서 만나면 멀리서도 인사를 한다”고 미군 장병들을 칭찬했다. 그는 “초기에는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낯설어 하던 장병들이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미군뿐 아니라 부인과 아들 3형제에게도 태권도를 전수했다. 부인 이은선(47·공인 4단)씨는 결혼한 뒤 남편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해 지금은 윤 관장과 함께 체육관을 운영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큰아들 승범(22·공인 4단)씨는 윤 관장이 매일 찾는 미군 부대 옆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에서 태권도 지도병(병장)으로 복무하고 있다. 올해 전북체고에 입학한 둘째 정호(16·공인 4단)군은 유소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소년체전 남중부 45~49㎏ 체급에서 금메달을 딴 유망주다. 중학교 1학년인 막내 준혁(13·공인 3품)군도 지난해 소년체전 초등부 34㎏ 이하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만15세 미만에게는 ‘단’을 ‘품’이라 부른다. 이들 ‘태권도 가족’ 5명의 단증을 모두 합치면 21단이나 된다.
 
윤 관장은 “태권도는 오직 자신의 몸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한국의 문화유산”이라며 “외국에 태권도를 전파하는 것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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