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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포르쉐, 계약금만 받고 1년째 무소식 … 지연 사유 물어보자 “말할 수 없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개인용 컴퓨터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매번 공인인증 절차가 복잡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공인인증제도는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다. 이런 절차가 없다면 타인이 계좌 정보를 확인한다거나 마음대로 이체를 하는 등 더 심각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 인증 없이 작년 4월 입도선매
확인 결과 환경부 서류접수도 안 해

 
인증은 개인만 하는 게 아니라 기업도 한다. 한국에서 TV나 휴대폰을 판매하려면 인증이 필수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신차를 팔려면 자동차 공해를 일정 기준 이하로 유지(배출가스인증)하거나, 너무 시끄럽지 않다는 사실(소음인증)을 환경부로부터 확인받아야 한다. 또 에너지소비효율(연비)이 적절한지 산업통상자원부에게 인증 받고, 중량·출력 등 차량 재원을 국토교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렇게 까다롭고 복잡한 인증 절차가 필요한 이유 역시 더 심각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포르쉐는 이런 한국 정부의 인증 절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차량과 관련한 인증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1년 전부터 차량 판매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4월부터 신형 스포츠카(카이맨·카이맨S) 판매를 시작했다. 수백만원의 계약금을 납부한 고객에 따르면, 포르쉐코리아가 이 차량 인도를 예상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포르쉐코리아는 환경부에 인증 서류조차 접수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신형 스포츠세단(파나메라4S·파나메라터보)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엔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호텔(당시 W호텔)에서 대대적인 사전출시행사도 열었다. 계약금을 건 고객은 1월부터 순차적으로 차량을 인계받을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포르쉐코리아는 이 약속도 못 지켰다. 환경부·국토부·산업부 등 신차 인증 관련 정부 부처는 모두 “포르쉐가 신차 출시를 위한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계약금을 걸고 차량 인도를 기다리고 있거나 계약금을 환불받은 고객은 250명 안팎로 추산된다.
 
 
평택 자유무역지대에 위치한 포르쉐코리아 출고전 검사장 앞 야적장에서 해풍을 맞으며 출고를 기다리는 포르쉐 차량들. [사진 김춘식 기자]

평택 자유무역지대에 위치한 포르쉐코리아 출고전검사장 앞 야적장에서 해풍을 맞으며 출고를 기다리는 포르쉐 차량들. [사진 김춘식 기자]

물론 자동차업계에서 파업·사고·천재지변 등으로 물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출고가 지연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 인증 서류를 내지도 않고 최대 1년째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포르쉐코리아의 대처법이다. 한 고객이 출고 지연 사유를 문의하자 이 회사 임원은 “말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본지 문의에도 포르쉐코리아는 “자체 기준이 워낙 높아서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인증을 포함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볼보코리아는 지난해 연말 S90 T5와 S90 D4 모델 출고가 1개월 지연되자 즉시 “환경부 인증 문제로 출고가 지연됐다”고 안내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지난해 신형 E클래스 디젤모델이 일부 딜러사가 안내한 시점보다 출고가 수 주 간 지연되자 원인을 설명하고 기념품을 발송했다.
 
포르쉐코리아가 약속한 차량을 언제 줄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모든 부처의 차량 인증 절차를 거치려면 아무리 빨라도 서류 접수 후 2개월은 걸린다. 물론 어떤 자료 보완 명령도 받지 않고,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아 확인 시험을 거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그동안 고객의 차량 일부는 수개월 째 경기도 평택항 인근 자유무역지대에서 비바람과 해풍을 맞으며 방치돼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염분을 머금은 해풍에 차량이 장기간 방치되면, 차체 하부 등 도장이 취약한 부위가 부식될 수 있다”며 “차량 인계 시점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소비자가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글=문희철 산업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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