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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기획, 박 대통령 실행'…뇌물 공모 혐의 봤더니

 최순실은 기획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실행했다.

5일 본지가 확인한 박영수 특검팀의 최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해 사사건건 대통령을 앞세웠다. 박 대통령은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최씨의 요구가 이뤄지도록 했다. 
평범한 민간인인 최씨가 딸의 승마 훈련 비용을 기업들이 대도록 한 데에는 박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소사실을 보면 박 대통령이 이 과정을 모를 리 없었다는 정황이 여러 번 나타난다.
 
◇”지금까지 뭐 했냐” 박 대통령 직접 나서 정유라 지원 요구
 
공소사실로 확인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모두 세 차례다. 정씨의 승마 관련 지원을 부탁하는 자리였다.
처음에는 승마협회를 맡아 유망주를 발굴해 달라는 우회적 표현을 썼다. 면담 뒤에는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승마협회, 기업 등의 실무자들이 정씨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하지만 지원이 지지부진하자 박 대통령이 직접 채근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승마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거냐. 삼성이 한화보다도 못하다” 

2015년 7월 25일 안가에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승마 유망주를 해외 전지훈련도 보내고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다”며 정씨에 대한 지원이 늦어지는 것을 타박하기도 했다. 이후 승마협회에 파견된 삼성 임원들이 교체됐고 정씨에 대한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에티오피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에티오피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정유라 직접 언급하며 지원 독려하기도
 
정씨에대한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자 박 대통령이 직접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5일 박 대통령은 서울 삼청동 ‘안가’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불러 단독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유라를 잘 지원해줘서 고맙다. 압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달라”는 말을 꺼냈다. 삼성이 정씨의 승마 관련 지원을 해 준 데 대한 감사 표시이자 추가 지원 요구였다. 
2016년 5월 박 대통령이 에티오피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에는 승마협회장이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박 전 사장은 현지에서 열린 환영 만찬장에서 대통령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해외 순방 시 국빈 만찬에서 기업인이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박상진에게 직접 악수를 청하면서 “승마 등 지원을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최순실과 박 대통령 뇌물수수 공모”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 중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 중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처럼 필요할 때마다 박 대통령이 나선 건 최씨의 부탁에 의해서였다고 특검은 결론 내렸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정씨 관련 지원을 기업에 요구해 달라고 부탁하면 박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이 부회장에게 정씨를 챙겨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이나 박 전 사장을 헤드테이블에 앉혀 각별히 대한 것도 최씨가 의도한 대로였다. 최씨는 에티오피아 방문 이후 박 전 사장에게 “(대통령과) 악수는 잘 하셨냐?”고 묻기도 했다.
특검은 공소사실을 통해 “대통령은 발언, 기업 방문 등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기업인의 기업활동을 지원하거나 제약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며 “각종 재정ㆍ경제 정책으로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 사항들을 최종 결정하고 경제부처와 사정기관을 통해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각종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남용해 최씨의 사익 추구를 돕거나 함께 사익을 추구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대통령이 없었으면 최씨의 사익 추구는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이 박 대통령을 최씨와 뇌물수수 등의 ‘공범’으로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검은 6일 오후 이런 내용들이 담긴 90일 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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