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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연극] 슬픔의 공감

안치운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안치운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때부터 극장은 광장·병원·신전 등과 함께 사회의 중요한 장치였다. 공감하고 토론하는 장소가 극장이었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비극과 희극이었다. 비극은 분명하게 보는 것과 아름답게 보는 것을 아울러 의미한다. 삶은 불의(악)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삶의 참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잘못된 바를 인식해야만 했다.
 

위안부 연극 ‘하나코’

3월은 우리를 일깨우고, 세상을 새롭게 만나게 하는 바람과 같다. 그 첫날이 98주년을 맞은 3·1절이다. 3·1운동 이후 임시정부를 수립했고 우리나라 이름도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우리는 지금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 총 239명 중 39명만이 생존해 있고, 생존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서울시는 위안부 피해자가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명예와 인권 회복이 실현되기를 소망하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도시 곳곳에 게시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하나코’에서 헤어진 자매로 나오는 배우 예수정(왼쪽)과 전국향. [사진 극단 물리]

위안부 문제를 다룬 ‘하나코’에서 헤어진 자매로 나오는 배우 예수정(왼쪽)과 전국향. [사진 극단 물리]

 
지난 20여 년 동정과 위안, 두려움과 고통, 분노와 정의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을 떠올려 본다. ‘소리 없는 만가’(1993),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1995), ‘노을에 와서 노을에 지다’(1995), ‘나비’(2005), ‘빨간시’(2011), ‘봉선화’(2013), ‘귀향’(2015), ‘그들만의 진실’(2015), ‘들리나요’(2016) 등이다. 삶의 겉치레와 무관하고 화려한 구경거리와도 거리를 두고 있는 이 작품들은 오로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는 일본 연출가 후지타 아사야(藤田朝也)가 위안부 강제 동원의 진실을 전하려고 만든 작품이다. 95년 제주와 도쿄에서 초연됐고, 2014년 6월 서울에서 재공연됐다. 연출가는 “일본인인 내가 왜 이런 연극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리고 싶었다.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밝혀놓지 않으면 일본에도 결코 밝은 미래가 없다”고 했지만, 이 연극은 피해자인 여성, 영자를 통해 가해자인 일본인들의 반성을 에둘러 드러내고 있다.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사죄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비극의 정신에 이르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한국과 중국의 공연예술인들이 합작해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그들만의 진실’(2015)이다. 한국에서 낭독 공연으로 끝났고, 중국에서 할 공연은 이뤄지지 못했다.
 
위안부를 다룬 가장 최근 공연은 ‘하나코’(2월 7~19일·김민정 작, 한태숙 연출)다. 캄보디아에 함께 끌려갔던 여동생을 찾아나서는 할머니의 얘기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의 잊을 수 없는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계속 풀어가야 할 미래임을 일러준다. “그대 조상들이 다른 것을 본 바 없고, 그대 자손들이 다른 것을 볼 바 없으리라”라는 로마 시인 마닐리우스의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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