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슈추적] 단 하나의 다름도 못 참아 … 갈수록 폭압적인 진영논리

문명고 사태로 본 한국사회
 
경북 경산시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학교 앞에서 ‘연구학교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경산시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학교 앞에서 ‘연구학교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교장의 독선인가, 전교조의 독재인가.

2003년엔 금성교과서 좌편향 논란
2013년엔 전교조 “교학사책 우편향”
교과서 논란 때마다 조직적 압박
국정교과서 5566곳 중 1곳만 선택
전교조 등 그것도 용납 못하고
철회 협박에 교장실까지 찾아 막말

 
유일한 국정교과서 채택으로 입학식마저 치르지 못한 경북 경산 문명고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진영 논리에 빠진 한국 사회의 극단적 대립이 학교 현장에서도 여과 없이 분출된 셈이다.
 
무엇보다 획일적인 국정교과서에 격렬히 반대해 온 전교조가 정작 0.1%의 예외마저 위력으로 봉쇄하는, 자기 부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2일엔 학생·학부모 150여 명의 반대로 입학식이 파행됐고, 오후엔 일부 학부모가 연구학교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9명의 위원 중 2대 7로 반대가 많자 교장이 개별 면담 한 뒤 재투표해 5대 4로 통과시켰다.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신입생 학부모 임시총회에선 참석자 86명 중 84명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3일 연구학교 신청 이전부터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으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아온 사실을 폭로했다. 김태동 교장은 “2월 9일 민주노총 관계자로부터 연구학교 신청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2월 16일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하자 이튿날 전교조 등 외부 인사 10여 명이 교장실에 찾아와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 41개 단체는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를 결성해 조직적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학부모 간 법정 다툼까지 치닫게 된 문명고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교조 패권주의’를 강하게 질타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한 건 민주주의 기본 철학인 다양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저지한다며 폭력적 상황을 연출한다면 스스로 다양성을 거부하는, 이율배반 아닌가. 역사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 역시 “다원성을 막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기본 철학인 다양성 훼손 말아야”
 
문명고 사태는 지난 1월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예상됐다. 서울·경기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연구학교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국정교과서를 선택하려 한 19개 중학교장을 불러 “쓰지 말라”고 제지하는 등 외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국 5566개 중·고교 가운데 문명고 한 곳만 연구학교로 신청한 것은 이 같은 교육계 ‘왕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검정 체제를 찬성하면서 학교의 선택권에 개입하는 건 자기모순”이라며 “국정교과서가 정말 나쁜 거라면 시장에서 도태되도록 놔두는 게 옳다”고 말했다. 윤평중 교수도 “국정교과서 자체는 시대착오적이지만 교과서 시장에 진입하는 걸 원천봉쇄하는 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교과서의 편향성·획일성 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적지 않음에도 전교조가 강하게 치고 나가는 데엔 2013년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서 교과서를 사실상 폐기시켰던 ‘승리의 기억’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탄핵정국이 맞물리며 전체 좌파·진보 진영이 우위에 올라선 점도 전교조의 폭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예 싹을 잘라 1%의 회생 기회도 줘선 안 된다는 패권적 사고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목적만큼 수단도 정당해야 사상·역사 논쟁에서 계속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좌파 진영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우·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