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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청와대에 다 양보할 테니 녹음만 하자 했는데 안 먹혀”

박영수 특별검사

박영수 특별검사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마친 박영수(65) 특별검사가 언론과 가진 마지막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된 데 아쉬움을 크게 나타냈다. 박 특검은 3일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에 대해 “다 양보할 테니 녹음만 하자고 했는데, (요청이) 전혀 안 먹혔다”고 말했다.
 

90일 특검 마치고 기자 간담회
박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돼 아쉬움
“우병우 세월호 수사 압력은 인정돼
영장 재청구 땐 100% 발부됐을 것”

박 특검과 특검보 네 명은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인근 중식당에서 출입기자 40여 명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풀어놨다.
 
박 특검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한 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무산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 경내에 들어와서 하자’고 해서 좋다, ‘조사 시간 이렇게 하자’고 해도 좋다, 다 해버리니까 (박 대통령 측이)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대면조사 일정이 잡혔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청와대 위민관에서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는 방안이 협의됐지만, 이 내용을 한 방송사가 보도하자 청와대가 무산시켰다. 이후 특검팀은 대면조사를 다시 추진했다. 박 특검은 “대면조사를 하다가 중간에 조사가 중단되는 사태는 막아야 하기에 녹음만이라도 하자고 요구했다. 녹음만 한다면 나머지는 다 양보하겠다고 했는데도 최종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녹음의 경우 참고인 동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참고인 조사는 형식이고 원래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어느 기관도 국민들을 대신해 박 대통령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대면조사가 무산돼 국민들께 참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 무산에 대해 “특검팀이 녹음과 녹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 농단 묵인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된 것에 대해서는 “영장을 재청구했으면 100% 발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대통령 기록물에 속한 것만 보더라도 우 전 수석이 어떻게 직권남용을 했는지를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월호 수사 압력은 솔직히 인정되는 거다. 정강(우 전 수석 가족 회사) 자금 같은 것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6월 5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 본청을 압수수색하려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22월 국회 청문회에서 “상황 파악을 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일은 참 잘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죄가 어떻든 ‘제 불찰로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게 좋았을 텐데 하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욕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였느냐”는 물음에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 박 대통령과 너무 가까웠다고 해야 할까”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사에 대한 일부의 혹평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집에 압수수색 갔을 때 이미 아들, 딸 집 등으로 다 옮겼더라. 그걸 찾으러 가서 부인한테도 예의를 갖췄는데 정치권에서는 자정에 들이닥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하는 석 달 동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했다.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의 수사는 이렇게 수사 대상을 많이 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대검 중수부를 부활시키든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일훈·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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