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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선의로 충분? 효과적으로 선행하라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자선·박애사업도 냉철한 분석 필요
10만원 기부로 1억 효과 거둘 수도
아프리카, 책 후원보다 구충제 절실
노동착취 제품 불매 별 도움 안 돼

전미영 옮김, 부키
312쪽, 1만6000원

산업혁명만 2.0 3.0 4.0 하는 식으로 새로운 버전이 나오는 게 아니다. 자선·박애 사업도 진화한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라 불리는 새로운 자선·박애 철학내지는 운동의 개론서·지침서이자 선언문이기도 한 책이다.

2000년대말 2010년대초에 태동한 ‘효과적 이타주의’는 ‘선행의 과학’을 지향한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아니라 사실(事實, fact)을 중시한다. 착한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선의뿐만 아니라 분석도 필요하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저자인 윌리엄 맥어스킬 옥스퍼드대 부교수는 나이가 30세에 불과하지만 ‘효과적 이타주의’ 철학·운동에서 손꼽히는 지도자다. 그에게 ‘효과’는 좌우명과 같다. 우리말로 영어의 effective는 ‘효과적’, efficient는 ‘효율적’으로 보통 옮긴다. 효과는 결과, 효율은 과정을 중시한다. 물론 효과와 효율은 서로 밀접하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효과 쪽으로 기운 듯하다. 그는 철학자이지만 경제학을 동원한다. 그의 목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건 우물일까 구충제일까. 정확한 자료를 기반으로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진 부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건 우물일까 구충제일까. 정확한 자료를 기반으로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진 부키]

저자에 따르면 정보 부족, 잘못된 정보 때문에 선의가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충동구매 하듯이 후원할 단체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체들 중에는 프로젝트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반면 다른 단체들보다 100배, 1000배의 효과를 거두는 곳도 있다. 10만원을 기부하고도 1000만원, 1억원 기부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뺑뺑이(merry-go-round) 펌프’같은 ‘웃픈’ 사례도 나온다. 아이들이 뺑뺑이를 돌리면 물이 펌프질되는 장치다. 아이들은 금방 지쳤다. 사고가 많이 났다. 유지비도 많이 들었다. 결국 마을의 흉물이 됐다.

세계 인구 중 12억2000만명은 하루 버는 돈이 1700원에 불과하다. 매일 2만명의 어린이가 가난 때문에 사망한다. 선진국들이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개발한 수많은 사회 프로그램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공정무역 제품 구매, 노동착취 제품 불매 운동, 아이스버킷 릴레이도 별 효과가 없다. 미국에서 각광받은 교도소 견학 프로그램은 범죄율을 오히려 올렸다.

아프리카에 책보내기 운동을 해온 한 단체는 1988년 이후 49개국에 3300만권의 책을 전달했다. 역시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은 구충제다. 세계 인구의 10억명은 몸속 기생충 때문에 고생한다. 구충제 값은 800원에 불과하다.

영미권 사람들이 잘 쓰는 ‘make a difference’라는 표현은 한가지의 ‘효과를 보다, 차이를 낳다, 변화를 야기시키다’를 뜻한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많은 젊은이들이 테레사 수녀, 슈바이처 박사를 꿈꾼다. 하지만 저자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주기 위해 벌기(earning to give)’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수입의 10분의 1, 50프로, 심지어는 80프로를 내놓는다. 그들 자신은 지극히 검소하게 산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저자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저서다. 그는 장애 어린이 돕기 봉사활동도 해봤고 이디오피아에서 보조 교사 생활도 해봤다. 한달 회원비 1만 5000원을 내줄 후원자들을 찾다가 그들의 냉담함에 화가 났고 나중에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결국 그는 학자가 돼 이 책을 썼고 두개 비영리단체의 창립자가 됐다.
[S BOX] 정치 부패 땐 자선사업 ‘밑 빠진 독’
‘효과적 이타주의’에도 물론 논란이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는 생명은 모두 같다고 본다. 이웃 사람이나,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지금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태어날 사람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게 ‘효과적 이타주의’다. 국내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것보다 최빈국 사람들을 돕는 게 ‘효과의 극대화’라는 점에서 더 ‘이타주의적’이라고도 본다. ‘불편한 선택’이다. 많은 나라들이 가난한 이유는 ‘나쁜 정치’ 때문이다. 정치가 부패하면 자선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세계적인 공공 지식인인 기 소르망은 자선과 박애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선(charity)과 박애(philanthropy)는 다르다. 자선은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에 따르면 박애는 사회 체제를 바꿔 가난을 없애는 것이다.” 체제 변화를 거부하는 부패한 권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타주의는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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