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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남과 함께 사는 방법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3월 주제는 ‘남과 함께 사는 방법’입니다. 박해와 고통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나와 다름을 보듬으며 자기 자신의 마음도 돌보는 방법. 독서를 통하지 않으면 여간해서 깨닫기 쉽지 않은 지혜를 담은 신간 세 권을 소개합니다.




기쁨은 늘 발견될 준비를 하고 있다


JOY 기쁨의 발견
달라이 라마·
데스몬드 투투·
더글라스 에이브람스 지음
이민영·장한라 옮김
예담, 416쪽, 1만6800원
 
달라이 라마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바친 투투 대주교가 만났다. 둘 다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그들이 달라이 라마의 망명지인 인도 다람살라에서 일주일을 함께 했다. 그리고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기쁨(JOY)’. 삶에 대한 지속적 기쁨이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이 책은 크게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의 지명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들 찾고 싶지만, 좀체 찾을 수 없는 삶의 기쁨. 그 가깝고도 먼 ‘파랑새’에 대해 두 사람이 풀어내는 통찰의 가이드가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올해 57년째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중국이 티베트 합병을 결정하자 1959년 티베트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그로 인해 12만 명에 달하는 티베트인이 학살되고 6000개가 넘는 불교 사원이 불에 탔다. 그 와중에 달라이 라마는 3주에 걸쳐서 눈보라를 뚫고 5800m가 넘는 히말라야산을 넘어 인도로 망명했다. 그런 달라이 라마에게 투투 대주교는 “56년이나 사랑하는 조국에서 떠나 있었는데, 당신은 왜 우울하지 않습니까?”라고 묻는다.
 
투투 대주교(오른쪽)가 2015년 티베트 어린이들과 함께 연 달라이 라마의 80세 생일 파티. [사진 예담]

투투 대주교(오른쪽)가 2015년 티베트 어린이들과 함께 연 달라이 라마의 80세 생일 파티. [사진 예담]

달라이 라마는 고대 인도의 스승으로부터 내려오는 가르침을 하나 꺼냈다. 비극적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산더미 같은 고통에 짓눌려 허덕댄다. 삶도 결국 피폐해지고 만다. 달라이 라마는 “만약 바꿀 수 있다면 싫어할 것이 무엇이며, 만약 바꿀 수 없다면 싫어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답한다.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그의 포용력은 놀랍다. 어떠한 비극적 상황도 품어버린 뒤에, 거기서 한 올씩 기쁨의 실을 뽑아낸다. 달라이 라마는 “우리는 고국을 잃고 난민이 됐다. 이 경험으로 인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다른 영적 수행자들을 만나고, 과학자들도 만났다. 내가 망명자였기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다면 라싸의 포탈라궁에 머물면서 ‘금으로 만든 새장’ 안에 있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지난 50여 년간의 망명생활을 더 선호한다”고 털어놓는다. 삶의 희로애락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다만 그런 고통을 ‘기쁨’으로 치환할 수 있는 눈과 힘이 나에게 있는지가 관건이다. 달라이 라마는 “절망은 어디에나 있으며, 긍정 또한 어디에나 있다”며 그러한 치환의 근육을 역설한다. 투투 대주교의 솔직담백한 인간적 고백과 달라이 라마의 깊은 안목이 부딪히며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영적 지도자들답게 일합씩 문답을 주고 받을 때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적 징검다리가 하나씩 놓인다. 후반부에 실린 ‘기쁨 실천 연습’이란 제목의 구체적 명상법은 덤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S BOX] ‘인류애’를 기르는 4단계 수행법
투투대주교는 인류의 발생지를 중심으로 볼 때 고작 1000세대 정도를 거치면서 사람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말한다. 그러니 인류는 모두 친척이다. 그는 “촌수로 따지면 1000촌 정도 될 거다”고 설명한다.

달라이 라마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를 나누는 민족과 인종, 국적, 성별이 우리의 보편적 인간성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외로움을 이기고 보편적 인간성을 기르는 수행법 
①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라-자녀, 부모, 연인, 반려동물 등을 떠올리며 그들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라. 따뜻함과 열린 마음의 감각을 인식하라.

②고통을 피하고 행복해지고 싶은 그들의 바람을 상상해보라-이 바람을 이루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깊이 생각해보라.

③알고 지내지만 친하지 않은 누군가를 생각해보라-그들을 향한 감정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다른지 깨닫자. 그들 역시 당신처럼 행복해지고 싶어하며, 아주 작은 고통도 피하고 싶어함을 내 마음 속 깊이 담아둔다.

④이러한 깨달음을 안고 세상으로 나가라-주변의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라.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연대 속에서 삶을 시작하라. 세상을 향해 미소 지을 때, 세상도 당신에게 미소를 짓는다.
 
 
타자를 거부하는 사회, 셀카 중독을 낳다
 
타자의 추방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133쪽, 1만2000원
 
『피로사회』 『투명사회』 등을 통해 현대인의 성공 강박, 사회 투명성에 대한 헛된 낙관을 통렬히 비판했던 재독 철학자 한병철(58·베를린 예술대 교수)씨의 신작이다. 제목에 ‘∼사회’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았지만 생략된 걸로 봐야 한다. 피로·투명에 이어 요즘 사회는 ‘타자 추방의 사회’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특유의 잠언투 문장, 하이데거·아도르노·파울 첼란 등 풍부한 전거를 곁들여 설득력 있게 펼친다.
 
한씨는 타자를 거부하는 시스템은 자기파괴적 특징을 보인다고 단언한다. 타자가 사라진 세계는 ‘같은 것들의 지옥’이다. 신자유주의의 극단적인 ‘같게 만들기’ 전략에 따라 교환·비교할 수 있게 된, 같은 것들로만 이뤄진 세계는 충만한 것 같지만 공허한 백화점의 세계, 다양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잡다한 엇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상품 선택을 해야 하는 창백한 충만함의 세상이다. 유기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자와의 에로스가 필수적인데, 차이만 있을 뿐 다름이 없는 같은 것들은 자기파괴적 나르시시즘에 빠진다. 저자는 그 극단적인 사례가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세계화에 저항하는 ‘단독적인 것’의 테러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셀카 중독은 고립된 나르시시즘적 자아의 공회전일 뿐이다.”(42쪽) 역시 타자 부재 상황이 야기한 현상이다.
 
해결책은 타자를 영접하는 일이 될 텐데 철학자의 소명이 그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문학과 예술이 타자로 향하는 하나의 채널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문학에는 어둠이 내재해 있고, 예술은 자기초월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문학의 어둠은 그 안에 간직돼 있는 낯선 것의 현존을 증언한다. 문학을 통해 존재에 틈입한 낯선 것은 물론 타자를 지칭한다. 예술의 초월적 기능은 예술가의 자기 망각을 통해 역시 타자와 대면케 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친구 사귈 수 있을까, 고슴도치의 가시 콤플렉스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아르테
210쪽, 1만3500원
 
참 답답한 고슴도치다. 숲속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은데, 반대로 혼자 있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래도 초대 편지를 한번 구상해 본다. “보고 싶은 동물 친구들아. 모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 이게 제일 솔직한 심정인데, 이렇게 써도 될까? 고슴도치는 우두커니 앉아 자신의 생각 회로 안에 완전히 갇혀버린다. ‘이렇게 쓰면 내가 이상한 동물같아 보이지는 않을까. 혹시 아무도 안 오면 시간을 혼자 어떻게 보낼까. 아니, 너무 많이 와서 다같이 춤을 추면 그게 더 문제인데. 케이크도 맛 없다고 할텐데.’ 망상은 점점 심해져 동물 친구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걱정을 하게 된다. 그들이 집에 왔을 경우의 문제와 반대로 오지 않았을 때의 처참함을, 그러니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곱씹으며 걱정한다.
 
그 모든 걱정의 근원엔 가시가 있다. 동물 친구들이 무서워할 게 분명한, 그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뾰족한 가시. 가시에게 힘 좀 빼보라고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가시가 보이지 않도록 침대 밑에 숨어있기도 한다. 그래도 가시는 그대로 가시일 뿐이고, 그러니까 고슴도치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지? 다른 동물과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동물인가?’ 고슴도치의 기분은 점점 어두운 곳으로 걸어 들어간다. 결국엔 외로움이라는 친구와 상상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니 얼마나 이상한 고슴도치인가. 타자에게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뾰족한 가시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삶을 망쳐버릴 걸 알면서도 그 가시들이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 당돌하게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 버리는 다람쥐가 반갑지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알 길이 없다. 답답하고 이상한 고슴도치다. 우리와 똑같이 말이다. 의사면서 시인인 저자의 어른을 위한 동화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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