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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집회, 건강한 시민 많다는 증거 … 하지만 폭력 나오면 정당성 잃어”

영국·미국의 승복 문화
 
영국 명문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1일 연구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명문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1일 연구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고, 정치인들도 편을 갈라 참석했다. “광화문광장이 피로 물들 것”이라거나 “정치인들을 척살해야 한다”는 과격한 표현이 난무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불복하겠다는 의사도 표출되고 있어 국론 분열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와 유럽연합(EU)의 관계를 연구하는 영국 명문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유럽·국제학부 교수는 1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헌재의 탄핵 판결은 민주주의 제도에 따른 결정이므로 설사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선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들이 토론과 투표 등을 거쳐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제도에 따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주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표에서 다수결 원칙을 두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라몬 교수는 이어 “일단 받아들인 뒤 그 결정을 그래도 바꾸고 싶다면 합법적 제도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면 된다”며 “법적 절차를 밟거나 선거에서 투표로 의사를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한번 결정된 내용이라도 다시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답.
 
라몬 파체코 파드로 킹스칼리지런던 유럽국제학부 교수.

라몬 파체코 파드로 킹스칼리지런던 유럽국제학부 교수.

브렉시트나 스코틀랜드 국민투표 등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 사안이 많았다. 영국인들은 원치 않은 결과여도 인정한 것인가.
“민주주의에선 결정을 일단 받아들이고 기다리면 기회가 또 온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통과됐는데, EU 가입 때부터 찬반 논란이 있었고 국민투표만 지난해가 세 번째였다. 40대 이하에선 EU 잔류파가 많았기 때문에 5년 후나, 10년 후에 또 국민투표를 통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도 부결됐지만 찬성 여론이 45%나 됐다. 독립파들은 투표 결과를 수용한 뒤 얼마 안 가 재투표 요구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독립 국민투표 주장이 더 거세졌다. 영국에선 결과를 인정하고, 다시 기회를 보되 그 기회는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모색하는 과정을 밟는다.”
 
영국에서도 거리집회가 열리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던데 정치 참여 열기가 부족한 건 아닌가.
“영국 사람들은 대규모 거리집회를 벌이는 일이 많지 않다. 그들이 열정적이지 않거나 정치 참여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이라크에 파병한 것에 대해 지금도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지난해 7월 존 칠콧 경은 7년간의 이라크전 조사 결과 2003년 블레어 총리가 미국의 작전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해 이라크에 파병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거리가 아니라 의회나 정당 회의,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토론을 한다.”
 
탄핵 집회에선 살해 협박 등이 나오고 집회 참가자 간 충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스웨덴·대만 등에서 거리집회가 많이 열리는데 그건 합법적이고 정치 참여 의지를 가진 건강한 시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화적이어야 한다. 협박을 하거나 폭력을 동원하는 순간 그 세력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 중간지대에 있는 이들은 폭력적 집단의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던 조 콕스 의원 살해범에 대해선 EU 잔류·탈퇴파 모두 비판했다. 폭력은 국민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방문 같은 민감한 사안들이 대부분 의회에서 치열한 토론의 대상이 되더라.
“영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은 의회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국가들과는 달리 내각제인 영국에선 의회가 대부분의 갈등을 조정해낸다. 반면 내각제는 국민이 정책 결정에 별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결점이 있다.”
◆라몬 교수
런던 아시아·태평양사회과학센터 공동소장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에서 국제관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중국 등의 금융 지역주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저서 『북핵 위기와 북·미 관계』 한글판을 국내에서 발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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