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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르포]암살범 흐엉을 "레이디"라 칭한 北 이동일 속내는

 북한 이동일 외무성 국장은 2일 오후 깜짝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 중 유일하게 말레이시아 당국에 구금된 이정철이 3일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였다. 북한대사관의 철제 파란 대문이 열리면서 그는 유유히 걸어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10분 50여초간 회견문을 발표했다. A4용지 원고가 있었지만 한 번도 보지 않고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이정철의 석방으로 수사가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이정철 석방이 예고되면서 김정남 피살 사건의 외교전에서 이동일 국장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듯했다. 그는 회견에선 한 발 더 나가 맞불 외교전을 개시했다. 한국을 배후로 노골적으로 지목하는 억지 주장을 하면서다. 지난달 28일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당일에 했던 워딩보다 수위가 더 높았다. 그는 “남한은 큰 정치적 위기를 맞았고 혼란에 빠져있다”며 “이 사건을 이용해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를 지목하면서 독극물로 살상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일 기소돼 사형을 구형받은 암살 실행범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도 거론했다. 그는 “이 여성분들이 남한의 서울을 수 차례 방문한 기록이 있다”고 하면서다. 이들을 가리켜 그는 ‘여성분들(ladies)’이라는 표현을 골라서 썼다.
그는 말레이시아 당국에 대해 “사망한 북한 시민(citizen)의 시신을 인도해달라”거나 “시신을 볼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요청했다. 김정남이라는 세 글자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사망한 북한 시민의 사인이 말레이시아 당국이 밝힌 맹독성 VX가스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사망자가 심장병과 당뇨를 앓고 있었다는 기록도 있었고 그의 소지품에 관련 약품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망 사건 발생 당시 내렸던 결론과 같이 그의 사인이 심장질환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VX가스에 대해 “만약 그 여성들이 맨손바닥에 VX가스를 묻혔다면 그들은 어떻게 무탈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이라면 샘플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보내 검증을 해야 한다.이는 국제사회의 전문가들도 요구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내용은 외교적이었지만 그가 회견을 진행하는 방식은 여전히 비외교적이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은 일절 받지 않고 뒤로 돌아 대사관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본지와 일본 기자들이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인가” “(용의자로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으로 알려진) 현광성은 어디 있나”라고 질문했지만 그는 등을 돌렸다.
이동일에겐 또 다른 숙제가 있다.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단교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북한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이 덕에 말레이 현지에 1000여명의 북한 근로자가 외화벌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말레이시아 정부는 6일부터 비자발급면제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단교가 아닌 무비자 중단으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이 단교 카드를 접은 것은 아니다. 이동일 등 북한 측이 계속 긴장하는 이유다. 김정남 사건 초기 전면에 나서면서 말레이시아 정부 측을 거칠게 비난했던 강철 대사는 공개 석상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동일뿐 아니라 이길성 외무성 부상을 중국에 보내는 등 외교 총력전을 펼쳤다. 중국은 적극 화답했다. 이정철이 석방되고 이동일이 기자회견을 한 2일, 중국 베이징에선 이길성 부상이 중국 외교부 왕이 부장을 만나 “북중 우의는 양측 공동의 재산”이라며 손을 맞잡았다.
쿠알라룸푸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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